배영수 기자
인천에서는 ‘여름의 끝’을 알림과 동시에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축제가 하나 있다. 매년 8월 마지막 주 즈음 열리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문화재단이 주최·주관하는 ‘트라이 보울 재즈 페스티벌’이 바로 그것이다.
올해엔 26일과 27일 열린 이 축제는 트라이 보울 앞 야외에 인조 잔디를 깔아 놓고 수변 공간을 등지는 무대를 만들면서, 나름의 운치가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인근 주민들이나 재즈를 좋아하는 시민들께서 삼삼 오오 돗자리를 펴고 보는 오붓한 감성도 피어오른다.
사실, 이 축제는 ‘외연’만으로 보면 이틀 동안 진행이 됨에도 전체 예산 2억도 채 안 되는 소규모 축제다. 따라서 뭔가 대단한 인기 가수들이 출연할 수도 없고 ‘재즈’라는 마이너 장르를 특화한 만큼 화려하지도 않으나 그래도 ‘꽤 잘 다져지고 있는 축제’로는 언급할 만하다.
이미 인천은 ‘여름의 음악’으로 불리는 록 음악과 관련해서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통해 분위기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도시로 유명하다. 다만 그에 비해 봄이나 가을에는 다른 장르의 음악을 특화시켜 대외적으로 이름을 떨칠만한 축제를 쉽게 언급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어쩔 수 없는 이유들이 있을 것이다. 겨울을 제외한 3개 시즌에 모두 메이저급 축제를 하나의 도시에서 연다는 것이 예산 상 무리가 갈 수 있는 부분이고 가능하다 해도 특정한 콘텐츠를 조성해 음악 팬들을 설득 시키는 과정도 사실 쉬운 일들은 결코 아니다. 기타 이 글에서 주저리주저리 언급하기엔 무리가 있는 여러 이유들도 분명히 있다.
또 인천 바깥으로 나가면 ‘재즈’라는 장르는 봄에는 서울에서 ‘서울 재즈 페스티벌’이, 가을에는 가평의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 강력히 ‘또아리’를 틀고 있는 만큼, 소위 ‘파이’를 ‘더하기’할 수 없고 ‘나누기’만 가능할 대한민국에서 인천이 ‘재즈’와 관련된 메이저한 축제를 만드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다만 이는 특A급 출연진과 쏟아붓는 예산, 이를 위해 가져오게 되는 후원 등으로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일 것이고 트라이 보울 재즈 페스티벌만이 비집고 할 만한 무언가는 분명히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상기했듯 무대 외에는 인조 잔디를 깔아 놓는 단출한 수준의 현장이라도 돗자리까지 가져와서 오붓한 분위기에서 문화를 즐기는 시민들께서 계셨고 아직은 아무것도 없는 휑한 현장에 푸드코트 등이 들어와 나름의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관객들에게 ‘누가 출연하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재즈는 비록 잘 모르지만 가을로 향하는 제법 선선해진 날씨에 잠시 외출해 그윽한 재즈의 향기와 함께 주말 분위기를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둘째 날인 27일의 출연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 18시 야외 무대에 출연했던 ‘Be the Voice’는 일본 팀으로 현지에서 많은 앨범을 냈고 우리나라에서도 ‘Altogether Alone’이라는 곡이 CM송으로 쓰이긴 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그들은 ‘이날 모인 모든 시민들이 알 만한 수준’은 절대 아니었고 실제 ‘무대의 관객 반응’도 빈말로라도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해외의 뮤지션들에게 어중간한 결과를 기대할 바엔 차라리 국내의 신진 뮤지션들을 보는 게 더 나아 보였다.
그에 비해 첫날 26일에 출연했던 ‘김유진 퀸텟’은 재즈 신에서 주목 받고 있는 한국의 젊은 뮤지션이 출연한 사례이자, 주인공인 김유진이 인천 출신이라는 점으로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지난해 [한 조각 그리고 전체]라는 앨범을 발표해 마니아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는데 트라이 보울 재즈 페스티벌을 통해 이렇게 신진 뮤지션들이 소개된 것이다.
기자는 트라이 보울 재즈 페스티벌이 웬만하면 흔히 ‘헤드라이너’라고 표현하는 마지막 무대를 제외(아, 사실 제외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은 한다)한 모든 순서에서 재즈라는 장르에서 실력을 갖고 있으나 클럽 등지를 제외하면 좀처럼 무대의 기회가 없을 젊은 뮤지션들에게 ‘철저히 할애’하면 어떨까 싶다.
앞으로 ‘트라이 보울 재즈 페스티벌’이 계속해서 매년마다 열린다면 섭외는 갈수록 쉬워질 것이다. 꾸준히 진행되는 축제라면 재즈 뮤지션들이 분명 주목할 테지만, 그에 앞서 한국의 ‘실용 음악과’는 학생들의 커리큘럼 베이스를 재즈에 맞춰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향후 실력이 좋은 재즈 연주가 혹은 재즈를 기반한 음악인들이 꾸준히 나오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 비해 그들이 소개될 무대는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 역할을 ‘트라이 보울 재즈 페스티벌’이 감당하면 어떨까. 다만 ‘윗선’에서 ‘모객’이니, ‘얼마나 왔니’ 하는 그런 류의 압박은 넣어 두시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