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사건으로 충격에 빠져 있던 미추홀구 내 한 아파트에 피해구제 방안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던 모습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2022년 이후 미추홀구 등 인천지역을 발칵 뒤집어 놨던 수백억 원대 규모의 전세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건축 왕’ 남모씨(62)에게 검찰이 ‘징역 15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피해를 본 시민들 중엔 신변을 비관해 일어난 사망 사고까지 발생한 만큼 사법 당국의 추후 판결 역시 중형 수준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검찰은 인천지법 형사1단독 오기두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사기 등 혐의로 기소한 A(62)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하고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와 중개 보조원 등 공범 9명에게 징역 7~10년 등을 법원에 선고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2천 명 이상의 세입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피고인은 (조사 과정에서) 마치 본인이 자선 사업을 했던 것처럼 적반하장 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남씨 등은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 주택 563채의 전세 보증금 453억 원을 세입자들로부터 받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남씨의 범행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진 그의 보유 주택(아파트, 오피스텔 등 포함)은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 무려 2,700채나 됐던 것으로 알려져 ‘건축 왕’이라는 표현도 이 때문에 붙었다.

남씨는 2018년 1월 동해 망상지구 사업 부지를 확보하려고 건설사의 신축 아파트 공사 대금 40억 원을 빼돌리는 등 회사 대금 총 117억 원을 횡령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수사당국의 조사 결과 남씨는 이렇게 횡령한 공사 대금을 메우기 위해 가로챈 전세 보증금을 사용하면서 보유 주택의 경매와 전세 보증금 미지급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남씨 일당에게 국내 전세 사기 사건으로는 최초로 ‘범죄집단조직죄’도 적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전세 사기가 인천 전역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난해 2월부터 5월 사이에는 남씨 일당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4명이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하며 사망해 지역사회가 큰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