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못쓸 뻔한’ 전세사기 피해자 인천시 끝내 ‘외면’]

‘법적문제’라는 인천시 그러나 전세지원 예산 60억 이상 ‘불용처리’
“불용 처리금 꺼내쓰면 될 일, 굳이 외면할 이유 뭐냐” 비판

기사등록 : 2023-11-23 17:50 뉴스통신TV 배영수 기자
지난해 12월 미추홀구청에서 인천시와 미추홀구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이 만나 진행된 ‘전세사기 피해 근절을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 현장 모습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미추홀구 등지에서 다량 발생한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가정에 단전은 물론 단수까지 예고된 상황임을 인지하고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인천시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 명목으로 세워놓은 예산을 단 1%만 사용하고 올해 내로 이를 ‘불용’으로 처리할 예정임이 인천시의회에 보고돼 더 큰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23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 및 피해자들이 모인 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미추홀구 주안동과 숭의동, 도화동 등 3개 아파트 세대 중 일부가 전날 관리비 미납에 의해 단수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 주안동의 다른 피해 아파트 세대 역시 관리비 등의 미납 독촉장 및 단전·단수를 예고하는 독촉 성격의 안내문이 붙어 이같이 단수 등 압박을 받는 피해 세대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이렇게 단전·단수가 이미 조치됐거나 예고된 아파트들은 모두 매체 및 방송에서 ‘건축왕’으로 불린 남모씨(62) 일당 등이 운영하는 곳이 관리주체였다.

 

전세사기가 개인 단위로도 큰 규모의 금융피해였던 만큼 관리비를 납부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지만 이곳이 관리비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등 부적절한 정황이 보이자 피해세대 일부가 관리비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관리비를 미납하자 단전·단수 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이 업체가 단전·단수를 조치했더나 예고한 안내문에는 관리비가 밀리면 해당 건물뿐만 아니라 다른 건물 관리도 어려워진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확인되고 있다.

 

그런데 대책위가 자체 파악을 한 바로는 이 업체가 40여 곳의 아파트를 관리하고 있는데 누수가 발생한 세대를 방치하거나 고장난 엘리베이터와 소방시설 등에 대한 시설 관리도 부실하기 짝이 없는 상태였다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새로운 관리업체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인천시는 단수 조치에 대한 유예 여부를 내부 검토했지만 단전이나 단수 등의 상황은 개인 간 문제인 만큼 공적재원의 지원이 부적절하며 관리업체 변경 역시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 상수도사업본부가 그간 유예는 해 줬던 것으로 아는데 관리업체가 요금을 내지 않는 상태에서 계속 무상으로 쓸 수 없어 조치됐다고 들었고 현재 단수 등은 관리업체가 요금을 내고 해제되는 등 조치가 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 관리업체가 붙인 것으로 보이는 단전·단수 예고장 (사진=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

 

앞서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4월 전세사기 관련 긴급 현안 점검 회의를 통해 피해자 가구에 대해 일정 기간 단전·단수 조치를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인천시 입장에서 보면 몇 개월 동안은 조치를 유예한 것은 맞겠지만, 전세사기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못해 피해 세대가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시의 조치가 지나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시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 명목의 예산 63억 원을 잡아놨지만 실 집행액은 현재까지 1%대인 7천만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인천시의회에 보고된 예산안 내역을 보면 남은 예산 중 ‘거의 대부분’에 해당되는 61억 원은 최종 불용처리하고 내년도 전세사기 피해 지원 예산은 11억 원으로 잡은 부분이 확인되고 있다.

 

이 61억 원은 당장의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긴 하지만 전세사기와 관련해 단전이나 단수가 돼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 경우 요긴하게 쓰기에는 충분한 규모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인천시는 다른 사업 등을 위해 61억 원이나 되는 돈을 최종 불용처리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외면한 셈으로 해석할 수 있어 논란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1일 열린 인천시의회 본회의에서는 김대영 시의원(비례, 민)이 “요즘 뉴스에 뜸하다고 해서 전세사기 문제가 끝난 게 아니다”라며 “정파와 이념에 의한 문제가 아닌 이웃의 삶이 걸린 문제를 인천시가 적시하라”고 일갈했는데 김 의원도 이런 문제들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63억 원에 대해 인천시가 예산항목을 카테고리 별로 나눠 왔길래 ‘항목을 다 나눠놨다가 카테고리에 걸려 사용을 못하면 어쩌려고 하느냐, 기타 등 명목의 항목을 책정하든 아니면 ’피해지원‘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쓰라고 수 차례 얘기했지만 인천시는 결국 듣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당시 이 예산을 세우며 시는 버팀목대출 이자지원, 긴급주거 세대의 이사비 지원, 법률 및 심리상담 등의 내역으로 카테고리를 나눠 놨는데 이렇게 비상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항목은 아예 없었다.

 

단수 등 생존에 긴급한 문제까지 발생되는 경우 항목을 최소화하거나 기타 항목 등의 예산을 잡아놓거나 했으면 지방재정법 등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음에도, 인천시는 이러한 지적을 외면해 버린 것이다.

 

그런 가운데 실제 단전·단수 문제가 가시화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시는 61억의 예산을 불용처리하고 내년도 예산은 11억 원을 별도로 잡는 계획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결국 시민 생존의 문제까지 인천시가 외면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한 상태다.

 

김 의원은 “시 예산부서는 다분히 의도적인 면이 있었으며 집행부서는 무능한 결과였다고 본다”며 “경기도의 경우 시급한 상황에서 활용할 목적으로 긴급생계지원이 이루어졌는데 인천지역 피해자들이 박탈감에 빠져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나도 그랬고 대책위에서도 유 시장에게 피해지원 등과 관련해 면담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유 시장 측에서는 일정이 안 되니 12월에 보자는 등의 답으로 계속 피하고 있다”며 “사실 이전부터도 단전·단수 혹은 주거수리 등 문제가 예상돼서 나 역시 그간 여러 차례 시에 조치를 요구했지만, 시는 ‘개인 간 문제’라며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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