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 그 뒷이야기

[기고] 인천지역 청년활동가 윤샛별

기사등록 : 2023-03-30 20:01 뉴스통신TV
인천지역 청년활동가 윤샛별

 

7년 전 2015년 어느 날 뉴스에서는 서울대 학생이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해 9급 공무원이 된다는 글을 서울대학교 홈페이지에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사회는 주 5일제 근무가 대중화 되는 등 삶의 질을 높이고 싶은 사람들의 바람으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던 시기였기에, 해당 학생의 글은 많은 호응을 받았다. 

그리고 2023년 현재 공무원 시험 응시자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공무원 퇴직률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 현상만 보고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행동이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 응시를 포기하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혹은 공무원 퇴직률이 높은 것을 살펴보고 그들이 삶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결과를 두고 보면 공무원은 수준 높은 삶에 적합해 보이진 않는다.

당초 나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문구를 처음 접했을 때 생각보다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저녁이 있는 삶’, 그게 무엇이 길래 콕 짚어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책을 쓸 정도로 강조하고 유행하는 것일까? 참고로 나는 ‘80년대 끝자락’에 태어난 청년세대다. 

남들과 같은 주입식 창의력 교육을 받고 자랐으며 급변하는 시대 속 ‘젊은 꼰대’와 ‘어설픈 MZ’의 사이에서 살았다. 본의 아니게 이사도 많이 다녀 다양한 경험도 해봤는데 이런 내게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문구는 그저 평범한 일상에 특별한 이름을 붙여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살아내는’ 데에 자신의 시간을 들인다. 학생 때는 사회에 나아가는 준비 과정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틈틈이 ‘놀기’라는 일탈을 하면서 살아간다. 사회에 나와 대학을 졸업해도 이런 패턴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끊임없이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취업을 위해 준비를 하거나 다음 날 활동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쉬는 사람도 있다. 일했던 시간에 보상을 받기 위해 힐링을 하거나 노는 사람도 있다. 사람은 그냥 살아가고, 살아내고 있다.

나(정확히는 나의 취향)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자면 나는 ‘재즈’라는 음악 장르를 좋아한다. 평소 일을 할 때도 그에 걸 맞는 재즈를 틀어 놓곤 하는데 지난 달 어느 플랫폼에서 재즈 공연을 한다는 글을 발견했다. 

마침 공연 장소가 집 근처의 한 와인바라고 하기에 부담 없이 바로 예약했다. 재즈를 좋아하는 다른 친구에게도 이 소식을 전했다. 그 친구는 개인 일정이 많아 함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랜만에 연락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좋아하는 재즈곡의 링크를 주고받는 등 자신의 삶을 살면서도 ‘각자 혹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공연 전날이 됐다. 개인적인 건강과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오프라인 공연은 오랜만인 나는 설레는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마무리할 일이 있긴 했지만 다음 날의 공연을 생각하며 즐겁게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집안일을 했다. 물론 재즈 음원을 켜놓고서 말이다.

앞선 실제 경험을 통해 쓰이는 ‘저녁이 있는 삶’은 생각의 차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자신의 시간을 쓰고 활용하는 자유는 자신의 상황과 환경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데 굳이 이름까지 붙여가며 강조하고 반복하는 건 다른 시선으로 보면 일종의 ‘통제’를 받는 느낌이라고 할까?

조금 더 객관적으로 살펴보고자 주변 사람들에게 퇴근 후 혹은 학업을 마치고 나서 밤 시간대에는 어떤 활동을 하는지 물었다. 지인들을 모아 술을 마신다는 사람도 있었고 또 다른 사람은 회사에 치여서 집에 돌아오면 아무것도 안하고 스마트 폰만 본다고 한다. 

집 청소 후 콘텐츠를 보는 사람도 있고 쇼핑을 하거나 자기 개발 강의를 듣고 연습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에게 다시 물었다. ‘당신은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대부분의 대답은 ‘No’였다. 

시간에 상관없이 가만히 있는 것부터 시작해 자기개발을 하고 공연을 보거나 놀고 즐기는 이들도 저녁이 있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자신의 삶에 반영을 해보거나 깊게 생각하질 않았다는 것이다. 

즉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표제는 그냥 ‘이름’만 있었던 것이다.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2012년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그해 대선에 출마할 의지를 밝히며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책을 집필한 바가 있다. 

소개에는 진보적 자유주의가 지향하는 가치와 경제적 실천방안을 중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담았다고 한다. 아마 그 책에는 손 전 지사가 말하는 ‘저녁이 있는 삶’의 의미가 모두 적시됐을 테지만 나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메시지였을 것이다. 

나는 쉬든, 놀든, 일을 하든 뭘 하든,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즐겁고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 이번 주에 있을 재즈 공연을 기다리며 부업을 하며 밤 12시를 넘기고 있어도 나는 삶을 살고 있다. (인천지역 청년활동가 윤샛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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