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정부가 이른바 ‘직구(해외상품을 개인고객이 직접 주문하는 것)’플랫폼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해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등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여론은 이미 미국이 틱톡 등 중국 업체들을 직접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 같은 실태조사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해 이목이 집중될 가능성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직속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위원회)’는 해외직구 플랫폼으로 국내 시장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 테무 등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는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정보주체의 권리 침해에 대한 조사를 사무 영역으로 두고 있고 현행법은 해외 기업 역시 한국 내 정보 주체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시정명령과 과징금 등의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적시된 만큼 조사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이 같은 사실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 개인정보 전문가 협회(IAPP) 2024 글로벌 프라이버시 서밋에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고학수 위원장이 미국 현지시간 기준으로 지난 3일 현지 간담회에서 밝히면서 알려졌다.
당시 고 위원장은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의 이용자에 대한 데이터가 수집되고 이용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밝혔었다.
이 같은 조사의 배경은 중국 당국이 개인정보보호법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규정하고 있으며 개인정보 보호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한 불안요소가 있음을 확인하면서 착수했다는 후문이다.
위원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일단 중국 당국의 법률 및 기업별 약관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개인정보 처리 방침을 살펴보고 해당 업체들이 이용 고객들로부터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대해 동의를 받는 과정에 이어 해당 정보가 중국 당국에서 관리되는지, 아니면 제3국으로 제공되는지 등에 대한 조사 등이 주요 내용이다.
위원회는 일단 중국 기업 측에 질문지를 보내고 답을 받는 식으로 조사를 시작한 뒤 후속조사를 본격적으로 진행해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위반사항이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사실 위반사항이 발견된다 해도 그 자체로는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 등을 하고 시정명령을 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는 타격이 큰 정도의 징벌적 행정을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정보 관련해 민사 차원의 소송이 발생하게 된다면 상당한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한편 알리와 테무의 최근 한국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빠르게 증가되는 추세다.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가격 및 배송비 부문에서 소비자들에게 월등히 유리한 요소를 제공하면서 일부 품목은 국내 온라인 플랫폼의 1/10 가격 이상의 ‘후려치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한국의 인기배우 마동석(국적은 미국)을 전속모델로 내세우면서 최근 론칭행사 등을 서울 한복판에서 성황리에 진행시키는가 하면, 테무는 ‘알리보다 싼 가격’이라는 타이틀까지 내세우면서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알리·테무를 모두 이용하고 있다는 한 인천시민은 “배송만 좀 늦을 뿐 나머지가 모두 유리하다 보니 몇달 전서부터는 아예 국내 쇼핑몰 앱을 쓰지 않는다”며 “심지어 양말 10켤레를 ‘2천 원에 무료배송’으로 구입한 적도 있었는데 제품 질도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중국이 ‘수출규모 1위 국가’에 걸맞은 제조업 인프라를 가진 만큼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기도 한데 가격적인 측면에서 워낙 시장 전체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보니 고객 이동도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상황.
최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지난달 국내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별 월간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수에서 알리가 888만 명, 테무는 830만 명을 각각 기록했는데 이는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쿠팡(3,087만 명)에 이어 2위와 3위다.
사실상 쿠팡을 제외한 모든 플랫폼이 중국 플랫폼에 뒤져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는데 내용을 좀 더 파보면 알리와 테무의 애플리케이션 신규 설치 건수를 살펴보니 테무가 쿠팡의 5.6배, 알 리가 2.2배로 상당히 위협적인 수준을 보였다.
다만 쿠팡의 경우 월간 활성화 이용자(MAU)와 사용시간, 서비스 유지 기간 등의 지표에서 중국 업체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기는 했다.
이러한 중국 플랫폼의 한국 시장 점유를 의식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국내 진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팀까지 구성했다. 나름대로는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인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행보가 미국의 영향 아래 보이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미중간 전략적 갈등이 심화되는 형국에서 미국은 수 년 전부터 화웨이 등 중국 디지털제품에 대해 규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대한 규제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웨이 제품 일부(스마트폰 등)의 이른바 ‘백도어’ 논란서부터 틱톡 등 중국 플랫폼을 이용하는 미국 국민의 개인정보가 중국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면 추후 국가 안보에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등이 미국이 내세우는 이유다.
다만 국내의 상당수 여론은 보다 결정적인 배경을 2018년부터 발발한 소위 ‘미중 무역전쟁’ 때문으로 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중국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의 개인정보 관리 실태조사를 하는 것도 미국의 영향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국내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주로 이용하는 대중의 여론도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중국 기업의 개인정보보호가 신뢰할 수 없어 이들 업체 플랫폼의 이용을 꺼린다는 의견과, 국내 기업의 개인정보보호 수준은 과연 믿을 수 있는 수준이냐는 의심의 의견들이 공존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