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존] 정치인의 품격과 정치인의 막말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기사등록 : 2024-03-26 07:23 뉴스통신TV
양영유 단국대 교수

 

고구려와 당나라는 안시성에서 두 달 동안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당 태종은 고구려의 여러 성(城)을 함락했지만 안시성은 넘지 못했다. 양만춘 장군이 이끈 고구려 군은 대승을 거뒀고 당 태종은 눈에 화살을 맞았다는 이야기가 고려 후기 문헌에 나와 있다. 

영화‘안시성’에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정치인들은 안시성의 정사(正史)보다 야사(野史)를 더 가슴에 새겨야 할 듯하다. 바로 당 태종이 신하들과 정치 문답을 주고받은 내용을 담은 책 ‘정관정요(貞觀政要)’의 한 구절이다. 

“모든 화근은 사람의 혀끝에 있다. 입에서 한 번 나온 말은 다시 입안에 돌려 넣지 못한다.” 신하와 이런 문답을 주고받았다는 당 태종이 고구려를 침범한 것은 객기였는지도 모른다. 고구려를 굴복시키겠다고 허언을 뱉어 놓고선 입안에 돌려 넣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패배는 자업자득이다. 
 
▲한번 뱉은 말 돌려 넣지 못해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정책 대결과 민생보다는 상대방을 헐뜯는 거친 말이 난무하는 건 우리 정치가 여전히 ‘3류’라는 것을 반증한다. 여야 모두 ‘ 시스템 공천’을 내세우더니 ‘시스템 실종’으로 유권자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구 중-남에 출마했던 도태우 후보의 공천을, 더불어민주당은 서울 강북을 정봉주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도태우 후보는 예전에 5·18민주화운동 때 북한군 개입 가능성을 거론해 민주화 정신을 폄훼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한 이상한 말을 했던 사실까지 드러나 공천이 취소됐다. 

그러자 무소속으로 출마한단다. 정봉주 후보는 유튜브에서 “지뢰를 밟으면 목발을 경품으로 주자”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국민의 분노를 샀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발목과 다리를 잃은 육군 부사관 두 명에게 거짓 사과한 사실이 들통나 하차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처음엔 얼버무리려 했다. 그러나 여론의 역풍에는 견디지 못했다.    

▲막말 정치인 민심 역풍 맞아  
정치인의 ‘입’은 정치의 품격이다. 과거에 한 말이든 현재 한 말이든 자신의 내뱉은 말은 책임져야 하는 게 순리다. 그런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금배지를 따서 여의도에 가고 싶어 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SNS 등에 올랐던 과거 발언을 찾아낼 수 있는데 어떻게 검증했는지 의아할 뿐이다. 결국 유권자가 냉혹하게 심판해 막말 정치인을 추방하는 수밖에 없다. 부산 수영구 공천이 취소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20대에 한 말이 부메랑이 됐다. 

본인은 사과 했지만 여론은 냉정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한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를 계속 비호한다. 양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 ‘매국노’ 등의 표현을 하며 비난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행태는 정치권에 미움의 정치, 혐오의 정치가 꽈리를 틀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기 진영 입맛에 맞는 말만 내뱉으며 상대방을 후벼 파는 이분법적 발설이 일상화하고 있다. 당파 싸움이 극심했던 조선시대의 노론과 소론, 남인과 북인도 이 정도로 품격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비정상적인 행태가 마치 정상인 것처럼 보이는 게 작금의 정치권이다.

▲실수 아닌 의도적 막말 비정상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말을 실수해 순식간에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곧바로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도리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대부분 뭉개려 한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거다. 특정 발언이 과연 단순한 설화(舌禍)였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예를 들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살 만하다, 견딜 만하다 싶으면 열심히 2번을 찍든지, 아니면 집에서 쉬세요”라고 발언한 것이 그렇다. 실수가 아닌 의도되고 사전에 계획한 정치적 발언이라고 보이는 게 일반 상식 아닌가. 지도자의 말은 곧 국격(國格)이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국민에게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김봉중 전남대 교수는 ‘이런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라는 책에서 존경받는 미국 대통령 11명의 품격을 ‘자부심, 되새김, 관용과 포용, 미래 설계’ 네 가지로 분석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세계 최초로 대통령제를 도입한 자부심, 28대 우드로 윌슨은 중립주의를 보편적 원칙으로 재탄생시킨 되새김의 상징으로 꼽았다. 남북전쟁 후 통합을 이끈 16대 에이브러햄 링컨은 관용과 포용, 서부시대 개척의 초석을 마련한 3대 토머스 제퍼슨은 미래 설계자라고 분석했다.

▲국민이 자부심 가질 정치인 절실 
우리도 자부심, 되새김, 관용과 포용, 미래 설계의 비전을 갖춘 지도자가 절실하다. 아쉽게도 지도자를 꿈꾸는 정치인들은 여전히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기본은 예(禮)다. 신진 정치인이든 기성 정치인이든 시민 민주정치 사회에서 예는 중요한 덕목이다. 

시빌리티(civility)는 ‘시민성’ 혹은 ‘문명성’으로 번역되는 데 사전적 의미는 ‘예’이다. 영어 단어 ‘언시빌’(uncivil)과 ‘인시빌’(incivil)의 뜻이 ‘무례한’으로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지역 주민의 대표를 뽑는 4·10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지역구와 아무 연고도 없는 인물을 여기저기 낙하산으로 공천하는 것은 우리 정치의 또 다른 병폐다. 지역 주민에 대한 ‘무례’이기도 하다. 이제부터라도 유권자들은 정치인의 말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허언(虛言)이나 공약(空約)을 일삼는 후보자를 여의도로 보내서는 안 된다. 

지역 발전을 위해 성심성의를 다하는 사람, 공약(公約)한 내용을 지키려고 열정을 쏟는 사람, 지역 발전의 비전을 제공하는 사람, 관용과 포용의 마음가짐이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지역의 일꾼은 곧 지역 주민의 자부심이 되어야 한다. 우리 강화 군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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