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건축왕’ 남모씨(61) 일당이 벌인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추산액이 2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약 2,500세대 가량의 피해 세대 중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전체 중 3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심상정 의원(경기고양갑, 정)이 인천 미추홀구청으로부터 받은 전세가기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남씨가 벌인 것으로 파악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세대는 총 2,484세대다.
이들 세대의 전세보증금을 합친 금액은 추산치 약 2천억 원 정도로, 담보권 실행 경매(임의 경매)로 넘어간 세대는 이중 1,531세대로 전체의 61.6%로 나타났다.
현재 경매에서 92세대가 매각이 완료된 상태로 지난달 20일 대통령 지시 이후 경매 유예 조치가 시작됐지만 그 달에도 5세대가 경매 매각을 완료했다.
특히 미추홀구의 자체조사 결과로는 전체의 35.2%에만 해당되는 874세대만이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우선변제금은 세입자가 살던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갔을 때 은행 등 선순위 권리자보다 앞서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부동산업계에서는 ‘소액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보고 있다.
최우선 변제금이 피해자들에겐 사실상 ‘최소한의 안전보장’임을 감안하면 64.8%나 되는 1,610세대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좌절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2030세대 임차인들을 중심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를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추홀구는 해당 자료에 대해 “최우선변제 세대 수 조사는 최종 확정일자와 임차인이 세대주일 경우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해 계산한 결과”라고 설명하면서 “전입일자 변동 등 각자 상황에 따라 최우선 변제가 가능한 세대수는 이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우선변제 기준은 보증금 상한액으로 두는데 기준 액수는 2~3년 주기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계속 개정돼 왔고 향후에도 개정이 된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있는데 서울은 보증금 1억 6,500만 원 이하, 미추홀구 포함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및 세종, 용인, 화성, 김포는 1억 4,500만 원 이하가 대상이 되며 이렇게 되면 서울은 서울의 경우 5,500만 원, 미추홀구는 4,800만 원이 최우선변제금 규모가 된다.
그러나 미추홀구 전세사기 세대들 대부분이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 만큼 ‘적용 시점’을 담보권 실행일로 보기 때문에, 이에 해당되는 미추홀구 피해자들 상당수가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건축왕 남씨가 준공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아 새 건물을 짓는 방식으로 전세사기세대를 늘려갔기 때문에 이 경우의 주택들은 준공 시점부터 담보권이 실행된다.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선 구제 후 구상권’ 방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최우선변제금만이라도 회수할 수 있는 별도 대책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부가 미추홀구의 전세사기 전형과 다른 이유로 시세하락 등 사유로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진 다른 지역(동탄, 구리 등 지역이 해당되는 것으로 보임) 발생한 사건들까지 전세사기로 보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국회 국토위에서 여야 간 이견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국토교통위 국토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도 전세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을 논의했으나 오늘(3일)도 결론을 내지 못해 사실상 결론의 시점이 이번 주를 넘길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이렇게 결론이 늦어지면서 오는 고통은 사기 피해자들의 몫인 만큼 지역사회는 그 사이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들이 또 나타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한편 이날 인천지방법원(형사1단독 오기두 부장판사)은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한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도 피해자들은 남씨에 대해 “엄히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판부에 전달했다.
반면 남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사기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사기가 성립되지 않으면 공인중개사법 위반도 성립되지 않으며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만 인정된다”고 주장하며 피해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어 남씨 측 변호인은 재판부가 다음 공판기일을 17일로 제시하자 24일로 미루라고 제시하는 등 행보를 보여 피해자들로부터 “시간 끌지 말라”고 비아냥을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일부 수용한 듯 당초 제시한 공판기일보다 늦은 22일을 공판기일로 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