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빌라와 아파트 2,700채를 보유하고 126억의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는 ‘건축왕’ A씨(62)가 구속됐다.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일 사기 및 부동산실명제, 공인중개사법 등 위반 혐의로 A씨(62)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진원 인천지방법원 영장담당 판사는 17일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 우려가 있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인천지법이 A씨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점을 감안하면 법원이 그때와는 다른 판단이 나온 셈이다.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A씨를 비롯해 공범으로 40대 여성 B씨 등 5명은 지난해 인천 미추홀구 아파트와 빌라 등 163가구의 전세 보증금 126억원을 세입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를 제외한 다른 인원들의 구속영장도 신청했으나 법원은 피의자 가담 정도와 취득 이익에 대한 다툼의 여지 및 관련 혐의 인정 등 부분으로 B씨 등 다른 일당에 대한 영장은 일단 기각했다.
당시 A씨는 “재산을 처분해서라도 피해변제 보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A씨가 신축한 건물이 신탁회사에 넘어갔고 강원도에 소유 중인 부동산은 경매가 진행 중인 점을 들어 A씨가 피해변제 능력이 거의 없다고 봤다.
경찰 측 관계자는 “A씨의 은행 대출이자만 해도 매달 수억 원 규모에 국세와 지방세도 체납해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차 구속영장에서는 당초 327가구의 전세 보증금 266억원을 가로챘다고 적시했으나 2차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A씨 범행이 명확하다고 판단되는 대상으로 범행 대상 범위를 좁혔다는 설명이다.
경찰 측 관계자는 “이번 구속영장은 A씨 범행이 명확하다고 판단되는 것에 한정한 것인데 나머지 혐의 내용과 관련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범행이 확실히 밝혀지는대로 추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본인 및 임대 바지사장 등 명의로 인천시와 경기지역 일대에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등 2,700가구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은 그가 직접 신축한 것으로 1,139채의 빌라를 보유했다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숨진 ‘빌라왕’ 사기보다 2배 이상 많다.
경찰에 따르면 이중 700여 가구가 이미 경매에 넘어갔고 나머지 가구들 대부분도 경매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경찰은 자금 사정 악화로 아파트나 빌라가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음을 파악했음에도 A씨가 임대 바지사장 및 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조직적으로 전세 사기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전세사기 사건은 경매가 진행 중임에도 세입자들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 계약을 진행해 결국 세입자들에게 피해를 준 것”이라며 “함께 검거된 일당이 A씨가 주도했다는 것을 모두 인정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A씨는 “전체 부동산 자산은 7천억 원이며 금융권 대출금과 임차인 보증금 등 부채는 5,3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회사 자산은 물론 사재를 출연해 피해 변제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A씨 외에 공범들도 구속하라고 요구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로 구성된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0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전세사기 사건이 조직적 범죄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주범인 A씨는 구속됐지만 깡통전세라는 것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공모한 공범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건 안될 일”이라며 조직적 전세사기 사건에 대한 주범은 물론 공범 구속 및 엄중처벌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이번 사건을 “건축주(A씨)를 비롯해 임대인, 부동산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인, 건물관리업체까지 무려 50여 명이 개입한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전세사기”라며 “피해 연령도 다양해 많은 주민들이 경제적 도탄에 빠졌음에도 가해자들의 반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수사기관이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은닉 재산을 추적하고 몰수해달라”고 요구하고 “모든 일당을 구속 수사하고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