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극장 돌체 측이 다음달부터 무대에 올린다는 감성낭독극 [I'm Possible 꿈은 여기에 있어]의 공식 포스터.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미추홀구가 올해부터 ‘행정상 폐쇄 상태’로 만든 문학동 ‘작은극장 돌체’의 기존 운영주체가 새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이전부터 기존 운영주체 측에 “가능한 모든 행정조치를 투입하겠다”고 경고해온 미추홀구의 후속조치 여부에도 지역 문화계가 주목하고 있다.

26일 작은극장 돌체의 기존 운영주체인 ‘극단마임(편의상 이하 ‘극단’으로 표기)’에 따르면, 극단은 다음달 7일부터 감성낭독극 [I'm Possible 꿈은 여기에 있어]를 무대에 올리고 현재 예매를 진행하고 있다.

극단의 대표자인 박상숙 작가 원작으로 연출과 출연까지 하는 모노형식의 극으로 알려져 있는데, 다음달 7일부터 28일까지 주말 제외한 평일 오후 3시와 7시 하루 두 번 무대가 열린다.

해당 작품은 아직 무대에 오르기 전이지만, 극단의 작품소개와 공연안내 문자메시지 등을 감안하면 지난해 극장폐쇄 명령을 내리고 대치 중인 미추홀구에 대한 비판의 내용이 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작품소개 글 중엔 “빵을 훔친 사람은 그에 대한 댓가를 치러야 한다. 호랑이나 사자들은 그렇지 않다. 생쥐들에게만 법을 만들어 통제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 죽을 수 있다나요, 생쥐 때문에 호랑이 사자가 죽는다니... 말이 되나요?” 등의 문장이 기재돼 있다.

극장에 대한 강제 폐쇄 명령을 내린 미추홀구가 극단 측에 ‘폐쇄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여러 부작용이나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들을 전했을 가능성, 그리고 그런 부분에 대한 비판의 시선 등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극단은 공연안내 문자메시지에서도 “‘감성낭독공연’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저항이라는 단어는 버리기로 했다”며 “편견없이 상식이 살아있는 세상을 갈망하며 시작한다”는 말을 전했다. 강하게 대응하지는 않되, 비판의 시선은 갖고 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지난해 연말 폐쇄상태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극단은 “작은극장돌체는 300만 인천시민과 함께한 공간이고, 앞으로도 함께 갈 것”, “새해가 되면 무단점거라는 오명으로 어려움에 직면할 것” 등의 메시지를 전한 바가 있었다.

미추홀구가 극단 측에 지난해 12월 31일까지 극장의 원상복구 및 반환 통보를 했던 것을 감안해 보면, 사실상 행정결정에 상관없이 버티기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극단과 미추홀구 양 측은 모두 변호사를 선임해 2010년 한 번 법정 다툼을 한지 12여년 만에 다시금 법정 다툼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다.

극단 측이 미추홀구에 ‘행정명령에 대한 가처분 신청’ 절차에 돌입했고, 미추홀구 역시 명도소송 등으로 맞불을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 측이 법정싸움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으로 이영훈 미추홀구청장과도 직접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접견에서도 사실상 답이 나오지 않으면서 결국 법적싸움으로까지 확대된 셈이다.

미추홀구는 민간위탁기관 심사에서 극단의 운영 등에 대한 평점이 낮게 나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극단 측이 “심사위원들 평점을 확인해 봤는데. 어떻게 모든 항목에서 50점 아래라고 매겨질 수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지역 문화계도 이 반박에 술렁이는 분위기다. 극단의 운영에 미비함이란게 있을 수 있겠지만, 막장 운영을 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점수를 매겼길래 바깥에서 보면 ‘횡포’로 보일 수도 있는 식으로 점수가 나왔느냐는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극단이 다음달부터 무대를 다시 가동키로 예정하고 예매도 받음에 따라, 미추홀구가 어떤 식으로 행정조치(단순 통보서부터 강제폐쇄 등 물리적 방법까지 있음)를 단행할 것인지를 지역 문화계도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한창 무대를 가동하고 있는 상황과 시기에 ‘행정상 무단점유’를 이유로 강제폐쇄 등 강력한 강도로 행정조치를 단행했을 경우 자칫 ‘지역 문화계 탄압’이라는 시선으로 강한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극단 측도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향후 법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행정 상’으로 보면 극단의 버티기는 냉정히 말해 ‘무단점거’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예술만큼 행정도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시선이 있다면, 극단에 대한 비판의 여지도 당연히 있다.

지역 주민들의 시선도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가 나온다. 지역에서 극단과 돌체극장의 존재 의의를 인정하고 있는 시민들은 미추홀구가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의 비주류 영역에서 오랜기간 고군분투한 행보는 어떻게든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결과가 어떻든 ‘공기관의 심사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견과, ‘지역 민간의 영역인 극단과 돌체극장에 대한 의미가 공적 영역에서도 배려를 받아야 할 대상이 되느냐’에 대한 논란도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