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단마임’ 측이 일부 시민들에게 “작은극장돌체를 지켜주세요”라는 주제로 보내온 메시지 중 일부.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미추홀구 소규모 문화시설 ‘작은극장 돌체’의 운영 중단에 적잖은 수의 지역 예술가들 및 예술산업군 관계자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연극과 마임 등 비주류 예술계열의 무대를 만들어왔던 소극장이 ‘지자체 소유’라는 이유로 사라지게 될 운명에, 정작 해당 지자체는 운영계획도 잡아놓지 못하고 있어 “이럴거면 왜이리 급히 내보내냐”는 반발도 있기 때문이다.

22일 인천 미추홀구 및 극단마임(작은극장돌체의 기존 운영주체)에 따르면 미추홀구가 지난달 진행한 민간위탁심의위원회(이하 민심위)를 통해 작은극장돌체의 성과평과를 및 위탁 지속여부에 ‘부결’ 결정을 내렸다.

구에 따르면 심의위 기준점인 70점을 통과하지 못해 위탁주체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성과평가는 지난 8월 말에 열렸고, 11월에 민심위를 개최해 이같이 결정됐고, 운영주체가 이에 이의신청을 했지만 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구가 해당 사안과 관련해 밝힌바에 따르면, 극장은 좌석 점유율이 절반 이하에 머무르는 등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극단마임이 2010년에도 민심위에서 불합격 결과가 있었으나 법원의 화해권고로 공개모집을 다시 해서 들어왔던 과거가 있었다며, 이번역시 법적 등 하자 없이 절차에 의해 운영종료를 통보했다는 것.

구 관계자는 “극단마임의 극장운영은 올해까지만 운영하는 것으로 확정돼 이미 돌이킬 수 없다”며 “민간위탁공모를 다시 하거나 직영 등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며, 돌체의 이름이 특정극단(운영주체)의 브랜드화가 되어있는 만큼 극장명 변경 등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심위의 평가 기준은 시선에 따라 논란이 될 만한 부분도 있다. 운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근거로 좌석 점유율 등을 언급했는데, 극단마임 측이 계속 무대를 올렸던 장르(연극, 마임)은 모두 ‘순수예술’ 분야다.

연극분야는 이미 서울에서도 유명배우가 출연하지 않는 한 성공이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일 정도로 인프라가 열악하고, 마임은 현재 전국적으로도 무대 자체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따라서 민심위의 결정에 좌석 점유율 등의 통계가 영향이 있었다면, 시선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느냐”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또 운영주체인 극단마임은 인천에서만 43년째 해당 장르를 개척해왔고, 90년대부터는 ‘클라운마임(마임에 마술이나 해학, 풍자 등을 곁들이는 방식)’이라는 장르를 장기간 선보인 것으로도 평가받으며 나름대로 지역 차원에서는 일종의 ‘검증’이 돼 있는 단체다.

따라서 작은극장돌체의 공간을 잘 알고 있거나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는 예술가 및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구의 결정이 ‘비교적 부적절하다’는 데에 입을 모으는 분위기다.

돌체 무대에 몇 번 오른적이 있었다는 한 음악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순수하게 예술 하나만 보고 운영됐던 곳이라, 환경이나 페이 등이 열악해도 기꺼이 함께 하곤 했었다”며 “특히 연극을 하고 있는 지역 예술가들에겐 크게 상심이 될 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화평론가는 “인천을 보면 부평구나 서구 등은 어쨌든 문화재단 등을 이끌고 있는데에 비해, 미추홀구는 그런 조직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걸로 보인다”며 “그런 공간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운영돼야 할 텐데, 과연 미추홀구 공무원들 머리에서 그런 역량이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2007년부터 이 장소에서 극장을 운영해온 극단마임 측은 “구의 이런 결정과 통보 우리는 당장 내년부터 오갈 데가 없는 상황이 됐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오랜기간 순수예술을 위해 예술인들과 함께 힘써온 결과가 이런 거라면, 과연 인천에서 누가 예술을 하겠냐는 것이다.

최근 극단마임 측은 일부 시민들에게 배포한 메시지를 통해 “폐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받게 된 이유가 석연찮다”며 “작은극장돌체는 오랜 기간 만들고 지켜온 브랜드 자산”이라고 밝혔다. 이어 “권리를 되찾겠다”며, 구의 결정과 통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메시지들을 받았다는 일부 시민의 전화기를 통해 확인된 메시지들엔 “새해가 되면 극장 무단점거라는 오명 아래 온갖 어려움이 보인다”, “극장을 지킬 수 있도록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린다”는 등의 내용 또한 확인되고 있다.

전후사정을 다 알고 있는 시민들은 “운영주체 측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런 사정들을 모르는 시민들에게는 ‘불법으로 무단점거를 한다’로만 인식될 위험도 있기는 하다.

김모씨(49) 등 미추홀구 주민들은 “구 관할지역 내에서 그런대로 문화예술 활동이 장려됐던 장소라면 사실 학산소극장이나 돌체 같은 장소 정도에 불과했는데, 구가 이런 식으로 종료를 시키고 논란을 만드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그러념서 “얼마나 절박하면 무단점거 얘기까지 나오겠나, 해당 문제에 대해 민·관이 제대로 공론화를 해 해결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등의 메시지를 기자에게 전해오기도 했다.

구는 작은극장돌체의 운영과 관련해서는 일단 문을 닫았다가 내년 3월 경 공간운영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2~3달여가 남은 12월 말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