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민 내세워 ‘예술의 긍정기능’ 없애려는 인천시의 추잡함

기사등록 : 2023-10-30 16:13 뉴스통신TV 배영수 기자
배영수 편집장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인천아트플랫폼을 기반으로 지역 순수예술분야의 장려를 위해 지역 작가들를 체류시키며 교류하고 작품의 결과들을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레지던시기능의 폐지를 추진한다고 알려지자 지역사회 전반이 발칵 뒤집혔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비전을 가진 신진 작가들을 퇴출시키는 게 일반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추진하겠다는 명목인데 이 명목에 대한 세부계획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순수 예술가들의 퇴출시키는 댓가가 얼마나 터무니가 없었던지, 인천지역에서 오랜 기간 문화계를 취재해 왔던 기자 역시 적잖이 충격을 받은 건 물론이다. 

 

이러한 방향의 추진을 결정한 건 인천시 설명으로는 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주재로 가진 세 번의 회의가 전부였다고 한다. 자세한 회의 내용에 대해서는 시는 입을 닫고 있으나 기자의 추측에 따르면 순수예술공간에 해당되는 인천아트플랫폼이 겉으로 보기에 소위 모객이 잘 안 되는 것 같으니까 사람들이 오게 만들겠다는 명목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추측이다. 다만 이런 추측을 할 만한 배경은 그간 충분히 있긴 했었다2009년 조성된 인천아트플랫폼에 대해 겉으로 보기에 썰렁한 공간이라는 지적은 몇 번 있어왔다. 공무원의 의견도 있었고 SNS 상에서 예술가들의 지적도 있었다. 물론 ‘모객의 면에서 성과가 없었다고 주장하면 그 주장을 애써 부정할 생각은 없다


순수 예술분야에 많은 사람들이 몰릴 가능성이 애초부터 낮기도 했겠지만 결정적으로 이 분야를 모객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주 잘못된 생각이기 때문.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이면 굳이 긍정이나 부정을 할 가치조차 없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그런데 인천시가 정했다는 방향대로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추진한다고 해서 그곳에 사람이 바글바글할 지도 의문이다


일단 이를 주장하고 있는 인천시조차 밑그림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겠지만 설계를 했다 해도 문제다. ‘시민을 위한 공간이라는 명제를 문화분야에 적용시킨다면 아무래도 생활문화분야의 공간으로 한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그런데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은 물론 인천 관내 10개 군·구 지자체와 산하기관 등은 수 년 전부터 생활문화분야에 대한 지원과 프로그램들을 기하급수적으로 넓혀오고 있다


단적으로 인천시가 추진한 천 개의 문화 오아시스’, ‘천 개의 생활문화 동아리조성사업은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고 인천문화재단의 생활문화분야 활동지원사업이라던지 우주인 프로젝트’, ‘동네방네 아지트와 같은 계속지원사업들이 갈수록 확장되는 중이고 비슷한 성격의 사업이 부평구와 서구, 연수구 등 지자체들을 통해 해오고 있다시민문화활동은 물론 이를 위한 공간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음을 물론이다


순수예술분야에서 인천에서 유일하게 지속된레지던시 분야를, 지금도 열심히 확충되고 있는 분야를 위해 굳이 없앤다는 게 어불성설인 이유다게다가 인천시는 이렇게 논란이 될 만한 결론을 밀실에서 처리하고자 하는 자세다. 이미 시민들에게 순수예술분야의 문화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공간을 완전히 성격부터 변화시키려면 지역사회와 함께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당연했다


실례로 인천아트플랫폼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서울시 난지창작스튜디오역시 레지던시 폐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서울시는 현재 형식적인 공론화의 과정이나마 거치고 있으나 인천시는 이마저도 무시한 행정의 횡포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이 없으면 이상할 일인 만큼 인천시에서 이 논란을 예상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의 유정복 시정부가 아직까지는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어떤 숨은 목표 하나를 가지고 불도저처럼 밑어붙이고 있는 셈으로 “공론화 과정은 굳이 필요없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인천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 제도는 이 공간의 조성을 전후로 그러니까 설계 단계서부터 가장 먼저 구상됐고 진행돼 왔다


비록 사람들이 바글바글대는 분위기를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지역을 넘어 전국 예술계에서 호평을 받았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보다 예술 선진화가 이루어진 외국에서도 레지던시의 사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외국 예술계에서도 주목한 것이 바로 인천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 제도다그래서 십 수 년 지속됐던 이 제도를 통해 해외 작가들까지도 인천에 유입돼 지역에서 예술활동을 펼쳤고, 레지던시 지원을 종료한 뒤로도 자국에서 활동하면서 인천에서의 커리어에 대해 뿌듯해 한다고 한다.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열렸던 인천아트플랫폼의 ‘오픈스튜디오’ 현장 곳곳에는 예술가들이 인천시의 레지던시 제도 폐지에 반대하는 메시지들을 걸어놓았다. (사진=배영수 편집장)

 

실제로 현재 이 레지던시 활동을 하고 있는 호주 작가 수잔 콘테 씨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인들에겐 의외라고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호주 정부의 예술지원은 상당히 빈약하고 작가들과의 교류도 활발하지 못하다면서 이곳의 레지던시 제도가 이미 호주의 예술가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고 실제 많이 오고 싶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거대한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영미권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팝 뮤지션(AC/DC, 인엑세스, 카일리 미노그, 새비지 가든 등)들 상당수를 낳았던 국가가 이젠 상황이 바뀌어 한국의 예술분야 지원을 부러워하고 있고 그 부러움에는 이른바 로컬시장에 대한 지원도 포함돼 있음이 이 작가를 통해 고백이 된 셈이다그러다보니 이젠 지역 차원에서도 수많은 작가들이 자생해 활동하고 있어서 오히려 지금의 레지던시 등 공간이 모자랄 정도가 됐다


지금도 구글 등 포털사이트에서는 창작 레지던시 제도에 대해 최소 수십대 일정도의 치열한 경쟁이 작가들 사이에서 나타난다는 뉴스 보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작가들이 자생하면서 활동할 공간이 더 많이 요구되는 상황임은 충분히 인증되고 있는 셈. 더 확대해도 모자랄 판에 인천시는 오히려 싹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인천뿐만 아니라 난지창작스튜디오의 레지던시 제도를 없애려 해 논란을 키운 서울시도 사실상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굳이 레지던시 논란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실제 대한민국이 세계 예술시장에서 문화강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건 절대 왜곡이나 과장이 아니다. 실제 적잖이 문화계를 취재하고 한때는 종사도 한 경험이 있는 기자가 지금도 교류하고 있는 해외의 뮤지션들과 예술가들은 ‘K-Pop’BTS, 싸이 등으로 대표되는 대중음악분야 뿐만 아니라 영상과 미술,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대한민국은 우리가 잘 체감하지 못했던 사이 정부가 장려해 주는 문화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인정받고 있다고 전해왔다


현재 활동 중인 수잔 콘테씨도 호주 국민들은 한국이 예술분야에 대한 장려와 투자를 적극적으로 선도한 국가라고 인식한다고 전했다. 그 저변에는 소위 풀뿌리 문화예술등으로 표현하곤 했던 로컬 예술문화도 한 몫을 해 드디어 해외에서도 한국의 로컬 레지던시를 원하는 판이 된 마당이고, 인천도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공헌이 있어왔다.

 

이 부분은 국내의 작가들은 물론이요, 수잔 콘테 씨를 비롯해 아트플랫폼을 경험한 외국의 작가들까지도 모두 이 사실을 인정하고 지금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린다. 해외작가들조차 본인들이 경험한 예술인들은 숨어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데 인천에서의 활동을 통해 비로소 다른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지평을 넓혀올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일각의 그간 지적처럼 아트플랫폼이 비록 모객에는 모자랐을지 모르겠지만 아트플랫폼 주변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우후죽순 격으로 오픈하고 있는 여러 갤러리 등 사설 복합문화공간들은 이 공간에서 작가들이 교류하면서 나온 유산들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팩트이기도 하다


지난 27일 인천아트플랫폼에 레지던시 입주를 한 14기 입주작가들은 공동으로 성명을 냈다이 제도를 통해 작가들이 지금껏 시민들에게 양질의 문화예술을 선보이는 역할을 담당해 왔는데 이제 와서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은 궤변이라는 것이다. 레지던시 제도가 다양한 작가들을 지역으로 불러모아 예술계에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불러오고 결과적으로는 모든 시민들이 누리는 예술의 지평도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인데 단순히 작가들의 주장이 아니라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이미 증명된 내용이다


실제로 인천아트플랫폼과 그 주변은 다른 지자체의 문화부서 관계자들이 벤치마킹을 하고 있을 정도다기자는 아트플랫폼에 대한 유정복 시장의 속내를 제대로 알고 싶다. 아마 기자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가와 시민들이 알고 싶어할 것 같다. 기자가 만나본 인천지역의 작가들과 예술분야 종사자들에 따르면 유 시장이 지난 민선6기에도 아트플랫폼의 주요 기능을 없애고 무력화하고 싶어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소문은 당시 다른 언론사에 근무했던 기자의 귀에도 들어온 적이 몇 번 있었다. 다만 당시 기자는 이런 소문의 근원지가 어디였는지 확인할 수 없었고 사실 등에 대한 팩트도 확보하지 않은 관계로 기사로 풀어내지는 않았었다. 물론 이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 시장과 아트플랫폼과 연결된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안 좋은 이야기들이 이전부터도 계속 나왔고 지금 이 레지던시 폐지 논란으로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번 논란이 더욱 심각한 이유라면 순수예술인들을 밀어내는 명목으로 시민을 지목했다는 것이다.  시민과 순수예술가들을 패싸움이라도 시키려는 모양새다. 그런데 어쩌나, 시민들도 인천시의 이런 행정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부 시민들은 자신들이 예술인이 아님에도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는 피드백까지도 전해왔다


그러니 이쯤 되면 유 시장이 아트플랫폼에 대한 속내를 제대로 밝혀줄 때는 온 것 같다. 더 흉흉한 소문들이 퍼지기 전에 말이다. 그리고, 만약 아트플랫폼의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본인의 속내와 일치한다면 이제 지역 예술계와 개싸움을 할 각오도 하시길 바란다. 아마 그만큼 본인의 이미지도 꽤 추잡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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