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인천퀴어문화축제 공식 포스터 (제공=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다음달 인천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예정돼 있다. 

성 소수자들의 축제로 알려진 만큼 사전 집회신고까지 마쳤다고는 하지만 이번에는 보수단체와 종교단체의 방해는 물론 인천시 등의 행정적 방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 축제 주최 측에서는 긴장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10일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에 따르면 조직위는 오는 9월 9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시장 로터리에서 ‘제6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하고 사전 신고 등 제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퀴어문화축제의 주제는 ‘차별을 넘어 퀴어해(海) 무지개 인천’이라는 주제다. 행사 전날인 9월 8일에는 미추홀구 주안동에서 퀴어 인권 주제의 영화를 상영하는 사전 행사도 갖기로 하는 등 성 소수자가 고민하는 주제들을 공유하는 시간도 예정돼 있다.

조직위에 따르면 이번 축제는 4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부스와 무대 행사, 퍼레이드 등으로 꾸며질 예정인데 이번에도 조직위는 경찰 측 대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2018년 8월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 일대에서 첫 번째 퀴어문화축제가 열렸지만 당시 경찰은 600명이 넘는 ‘거대병력’을 투입했음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하는 둥 마는 둥’ 식의 대응자세로 일관했다.

결국 경찰의 제지를 받지 않은 종교단체와 보수단체들이 이들과 충돌하며 마찰을 일으키면서 사실상 무산됐는데 당시 이들 단체들은 축제 참가자들의 이동을 막고 화장실도 못 가게 만든 다음 폭력을 휘두르는 등의 자세를 보이며 적잖이 논란이 됐다.

이에 지역사회 전반에서는 “시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충돌을 보고만 있느냐”며 경찰에 대한 질타를 쏟아내기도 했었다.

지난해 인천 퀴어축제의 경우 남동구 구월동 중앙공원 월드컵프라자를 선정했으나 관리 주체인 인천대공원사업소가 장소 사용을 불허하는 등 차별행정으로 의심되는 행로를 보이며 논란이 됐다.

그러나 2018년 당시 지역사회로부터 “똑바로 안 하냐”는 등 ‘혼쭐’이 났던 경찰은 지난해 축제에서는 현장을 강력히 통제하는 등 이를 의식하는 모습을 다분히 보이기도 했다.

올해 역지 조직위는 지역 보수단체와 종교단체 등의 반발은 물론 인천시의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행정이 더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열렸던 제19회 여성영화제에서는 인천시 여성정책과장이 상영작 중 하나를 ‘성 소수자 영화’라며 이를 문제삼아 예산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등의 메시지를 영화제 측에 전달하며 차별행정 의혹을 낳은 바 있다.

여기에 이행숙 시 문화복지정무부시장은 중재를 하겠다며 “동성애 영화 한 편과 탈동성애 영화 한 편을 나란히 상영하면 어떠냐”는 언급을 해 더 논란을 낳았다. 

‘탈동성애’라는 단어 자체가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의 정서를 기반한다는 평가가 중론인 만큼 인천시 고위직 인사가 대놓고 ‘혐오적 표현’을 사용한 것이기 때문.

안그래도 민선8기 들어 이러한 차별행정 의혹이 곳곳에서 논란을 낳고 있는 사례가 발생하는 점을 들어 조직위는 이번에도 인천시의 행정적 방해 등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다.

조직위 측은 “인천시가 여성영화제의 성 소수자 주제의 영화를 사전 검열하는 등 공공행정에서도 성소수자 혐오가 만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부평구에는 이미 집회 신고를 마쳤다, 부평구가 부평구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축제 개최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성 소수자 축제에 반대하는 성향의 시민들은 ‘퀴어집회반대연합위원회’라는 조직을 결성하고 “성 소수자들이 동성애적 성적 취향을 강요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을 비롯한 종교단체와 보수단체 등은 “퀴어축제는 음란집회”라고 단정하고 “퀴어축제를 대규모 행사로 만들려는 의도를 중단해야 한다”며 인천시에 여러 방면으로 민원 및 압박 등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해 퀴어축제를 전후로 인천시의 ‘열린시장실’ 홈페이지에는 ‘퀴어축제 결사반대’, ‘동성애 집회 반대’ 등 제목의 글이 수백건씩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천에 거주한다는 청년 이모씨(28)는 “나는 성 소수자 성향은 아닌 일반인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에 표기된 표현의 자유가 있고 실제 논란이 돼서 퀴어축제를 지켜봤을 때 그들이 다른 시민들에게 강요를 한다거나 하는 행위들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자신의 성향과 다른 사람들의 모임, 축제들은 얼마든지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뿌리 뽑고 없애버리는 게 능사냐, 그것이야말로 ‘반민주적 매카시즘’에 해당되는 행위이자 헌법의 자유가 보장된 ‘자유민주국가’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퀴어문화축제는 성 소수자 인권과 성적 다양성을 알리는 행사로 알려져 있다. 2000년 서울에서 처음 열린 이후 전국 각지에서 매년 열리고 있으며 인천에서도 이제는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열린 퀴어축제의 경우 인천시 등의 행정적 방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마무리되며 이를 전후로 대외적인 주목을 받는 데에도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축제에는 주한 아일랜드 대사관이 후원주체로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키아라 레이시 주한 아일랜드 대사관 공관 차석은 “우리 대사관은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하며 누구도 성 정체성으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만큼 우리가 축제의 후원주체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