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 배영수 기자)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대면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인천퀴어문화축제의 진행에 다시금 ‘행정상 제동’이 걸리고 있는 분위기다.
성 소수자를 혐오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시민으로서 보장된 표현의 자유로 볼 것인지를 두고 종교단체와 행정기관 및 시민사회단체 간 갈등은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를 비롯해 관내 여성·장애인·시민사회·정당 계열 등 인천지역 25개 단체는 6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 및 시위의 자유 보장을 위해 평화로운 인천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시민사회단체들이 연합한 조직위는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인천 퀴어문화축제를 이달 15일로 잡고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소재 중앙공원 월드컵프라자를 장소로 결정해 최근 경찰에 집회신고를 마쳤다.
이번 퀴어축제는 인권영화 상영회를 시작으로 3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부스행사와 다양한 계층들의 발언과 공연으로 이루어진 무대행사, 그리고 가두 행진 등으로 구성했다는 것이 조직위 측 설명이다.
중앙공원 월드컵프라자의 관리 주체는 인천시 산하 인천대공원사업소(이하 사업소)다. 따라서 조직위는 사업소 측에도 사용허가를 공식 요청했지만, 사업소는 이를 허가해 주지 않았다.
사업소 측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 3항’에 따라 도시공원이나 녹지에서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사업소 관계자는 “만약 이곳에서 퀴어축제를 강행한다면 사업소 측에서 물리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고, 축제 이후 법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직위 측은 사업소 측의 이 결정이 사실상 시의 결정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 판단이 위법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해당 행사의 내용과 진행 등 모든 사항이 이미 경찰에 집회신고가 완료된 만큼 사용 불허의 이유가 없는 합법적 조건의 축제라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소 측이 설명한 근거는 뒤집어질 수 있는 논리가 생긴다. 경찰에 신고까지 마친 정당한 행사를 불허한다면, 선출직이 수장으로 있는 시정부가 ‘집회·결사에 대한 자유’를 검열하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논리라면, 오히려 사업소의 결정이 ‘헌법 위에 군림한다’는 비판도 가능해진다.
조직위는 “인천시의 조치는 현재 인천 관내 도시공원 곳곳에서 각종 페스티벌, 지역 축제 등이 아무런 문제없이 개최되고 있는 상황에서 퀴어축제만 소음이 문제된다며 사용을 불허하는 것은 형평성을 상실한 차별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조직위가 시에 요구하는 부분은 ▲차별행정 중단 ▲공원사용 불허결정 철회 ▲차별 및 혐오행정에 대한 시의 공식적 사과 ▲행정상 차별과 혐오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이다.
퀴어문화축제는 성 소수자를 설명하는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을 말함)의 인권과 성적 다양성 등에 대한 표현이 목적인 행사다. 특별히 인천에서만 열리는 게 아니고, 전국 10여개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1969년 스톤월 항쟁을 시작으로 현재는 전 세계 도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열리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2000년 서울 개최가 최초였으며, 이후 전국 각 지역에서 해마다 열리고 있다.
인천에서는 2018년 처음으로 퀴어문화축제가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기획돼 준비됐지만, 민선7기 당시의 동구청이 이 장소의 사용허가를 불허했고 여기에 동조한 종교단체 일원들이 방해에 폭력행위까지 동반하며 축제를 사실상 무산시켰다.
이후 KBS 등 공중파뉴스의 보도에서 이들이 성 소수자들에 대해 “부모가 널 낳은 걸 후회한다”는 식으로 가족까지 들먹이는 등의 모욕적인 멘트와 “이성애자로 만들어주겠다”며 성추행 등을 했음이 드러나기도 했고, 당시의 폭력행위에는 용역깡패까지 동원됐던 정황이 일부에서 확인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불똥은 당시 구청장이었던 허인환 전 동구청장에게로도 튀어, 한동안 ‘정치인이 종교극단주의 세력과 결탁한 게 아니냐’는 등의 의혹과 논란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4년여가 지난 지금도 상황은 전혀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이들에 대해 애초부터 탐탁찮은 자세를 보였던 종교단체들은 최근 밝힌 입장에서 “우리들이 신념으로 가진 성 도덕 수호를 위해 단호히 싸우겠다”고 밝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 소수자의 길을 선택 혹은 이들의 입장에 대한 지지 여부는 각 개인의 자유권한이고, 성 소수자의 존재에 대한 맞불 형식의 반대 집회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는 만큼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 해당 영역에 직접 폭력과 협박을 행사하는 것은 완벽한 위법행위(폭력법 위반 등)에 해당된다. 이미 인천시민들 사이에서도 성 소수자 축제에 대한 폭력행위는 ‘도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많은 것으로 읽히는 분위기다.
2018년 당시의 퀴어축제 현장을 목격했었다는 한 시민은 “사실 그런 걸 한다는 걸 모르고 있던 상태에서 그곳을 지나가다 그 현장을 보게 됐던 것”이라며 “나같은 중립적인 시민들에겐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일원들이 보여준 폭력행위가 ‘일방적’이었다는 게 중론이었고, 그 직후 실제 온라인 상에서도 그렇게 결론이 지어지더라”며 자중을 바라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