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특혜 논란’이 불거진 끝에 최근 공모로 돌리겠다고 발표한 ‘송도 K-Pop시티 조성 사업’이 공모 전환 이후로도 논란의 소용돌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결국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12일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지만 이조차 ‘뒷북’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다 일각에서는 경제청이 이미 ‘답정너’ 상황을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타당성 명목을 위해 억지로 자리를 만드는 게 아니냐는 등의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경제청은 12일 오후 송도 G타워에서 8공구 R2·B1·B2블록(약 21만㎡)의 개발을 포함하는 ‘송도 K-Pop시티 조성사업’의 제안공모 추진과 관련한 주민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예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25일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K팝 엔터테인먼트사를 유치하고 K팝 전용 아레나 등을 건립하겠다는 내용으로 K-Pop시티 조성사업을 발표하고 난 뒤 후속조치이기도 하다.
당시 김 청장의 이 같은 발표는 지역사회 및 인근 거주민들로부터 인천경제청이 최근 수의계약을 추진하려 했던 특정 사업자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한다는 의혹 등이 수 차례 나오자 이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었다.
당시엔 개발의 테마와 방식 등 개요내용만 공개했던 차였고 경제청의 의도(?)대로 기자회견 직후로는 의혹이 어느정도 해소되는 그림이 그려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PFV(프로젝트 금융투자사) 형태를 갖춘 업체 A사가 약 7조 규모의 사업비(추산치) 내용이 담긴 사업제안서를 인천경제청 측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업체는 해당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려 했다가 논란을 산 인천경제청의 ‘수의계약 논란’에 대한 ‘당사자’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경제청이 R2블록(약 15만 8천㎡) 토지 소유주인 인천도시공사(iH)에 수의계약을 통한 매각이 가능하냐는 공문을 보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특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통상적으로 인천경제청이 송도에서 추진한 다른 개발사업들은 전문기관 연구용역을 통해 사업 타당성이나 부지에 맞는 개발방향 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의견수렴 과정을 밟는 등의 절차가 뒤따르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이상한 행보이기도 하다.
이런 의견수렴 절차를 밟는 시점이 특혜논란이 확산된 후 추진 과정 일부를 공개하면서 공모전환 의사를 밝히고 나서 진행된 것은 행정이 거꾸로 됐다는 지적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주민들의 반대 여론도 일단은 상당히 강한 분위기다. R2블록은 현재 상업용도로 최근 몇 년 사이 아파트 및 주상복합, 오피스텔 등이 밀집하기 시작한 8공구에 ‘사실상 오피스텔 사업’으로 포장된 K-Pop 시티 사업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 주민들은 아레나 등 K-Pop 시설과 대규모 오피스텔이 들어올 경우 지금도 겪고 있는 교통난이 가중될 거라는 우려도 함께 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이들 여론에 반기를 들면서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는데 이들의 경우 쇼핑 및 복합시설 등이 들어오면 교통난은 불가피하게 동반될 수밖에 없고 냉정히 생각해보면 그 부지가 우리 주민만을 위한 땅은 아니지 않느냐며 어느 정도는 경제청의 방향을 용인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논란의 중심인 R2부지를 비롯해 B1·B2부지까지 포함한 이들 부지에는 모두 합해 최대 1만 5천실(정확한 수는 아니고 현재의 추정치)에 달하는 오피스텔이 들어올 수 있는 상태다.
그러나 수 조 이상의 천문학적 사업비가 드는 사업을 ‘공모’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인천경제청의 25일 기자회견 직후 불과 ‘다음날’인 26일 수의계약 논란의 당사자인 A사가 곧바로 사업제안서를 낸 것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이냐”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수 조원이 드는 천문학적 재원의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해 인천경제청이 공모시점을 9월 내지 10월 정도로 잡은 것도 ‘매우 촉박’하게 잡았다는 것이 엔터업계 등의 평가인데, 이를 감안하면 바로 다음 날 제안서가 경제청으로 들어가는 것이 상식적이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
이미 지난달 25일의 기자회견에서도 “공모에 참여할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사실상 인천경제청과 어떻게든 사전 접촉이 있던 특정업체만을 위한 공모절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당시 경제청은 이를 부인했으나 현재는 이 지적이 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심지어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이 올해 1월 미국 출장 시 A사 측 관계자와 접촉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더욱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이렇게 송도 K-Pop시티 조성사업과 관련해 장기간 인천경제청과 ‘물밑’에서 이야기를 해온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상 공모가 제대로 공정하게 진행되지 못할 거란 지역사회의 지적도 상당한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지금까지 들인 노력이 아깝긴 하겠지만 사업 내용을 모두 백지화한 후 다시 진행하는 것이 공정성 및 비위 등 의혹에서 모두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른 주민들의 경우 인천경제청이 이미 내부에서 결론을 내리고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했다는 식의 명목을 만들기 위해 자리를 만드는 일종의 ‘요식행위’로 판단하는 분위기도 함께 읽힌다. 어쨌든 반대 여론이 상당한 셈이다.
반면 지난 25일 기자회견 및 유튜브 채널을 통한 설명 등 김 청장의 행로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일부 주민들은 “주민 우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소통하려는 자세는 좋아보인다”며 “일단 믿어 보겠다”는 뜻도 전달하고 있는 상태다.
경제청이 상위기관인 인천시의 경우 R2 개발에 대한 특혜논란이 추후 있을 국정감사와 내년 총선의 주요 쟁점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내부에 있는 분위기다.
엔터 업계에서도 송도 K-Pop시티 조성사업의 성공 여부는 전반적으로 회의적인 의견이 많아 보인다. 대형 아레나시설이 수도권 도처에서 조성됐거나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사업까지 동반해 이익을 보려는 계획이 전제된 이 사업이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엔터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공연장인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운영하는 MSG그룹이, 이미 경기도 하남시에 ‘MSG 스피어’라는 곳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이미 하남시청 측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하남에 세우겠다는 MGS 스피어는 내가 알기로 주택개발 하나 없이 3조원을 ‘직접투자’ 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주택 팔아서 기부채납하겠다는 송도의 계획보다는 훨씬 알맹이가 있는 문화사업이 될 것”이라며 “인천경제청이 차라리 주택 사업이라고 대놓고 인정하던지 아니면 그냥 다른 걸 하라고 해라”라며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