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K-Pop시티 조성사업이 진행되는 6·8공구 R2블록 위치도 (사진=인천경제자유구역청)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외연은 ‘문화사업’으로 포장됐으나 실상은 아파트 수익 사업이라며 비난 여론이 컸던 송도 6·8공구 R2블록 K-Pop시티 조성 사업에 대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공모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이러한 배경에는 유정복 인천시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이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결단에 괜한 시간을 끈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진용 청장은 25일 인천경제청 사인 G타워 중회의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R2 부지 개발 사업에 대해 공개 제안 공모 절차 등을 거쳐 투명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수의 계약이냐, 공모냐”를 두고 끊이지 않았던 의혹을 일단 ‘공모’로 정리한 것인데 이날 김 청장의 발언에 따르면 공모는 올해 9월 혹은 10월 중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송도 K-Pop시티 조성 사업은 송도 R2 블록 내 인천도시공사(iH)가 소유한 6·8공구 내 말굽 모양의 부지로 총 15만 8,906㎡ 규모의 특별 계획 구역에 K-Pop 콘텐츠 시티 조성 사업을 추진해 왔다.

민선 7기 당시 시작됐던 이 사업은 2021년 10월 K-Pop 콘텐츠 유치와 관련해 인천경제청과 iH, 부동산디벨로퍼 A사 등이 ‘상호 협력 양해각서’를 추진했지만 사업 내용이 주민들에게 공개되면서 즉각 논란이 됐다.

A사가 세운 사업 계획을 주민들이 확인해 보니 전체 부지 면적 중 약 85% 가량을 아파트 및 오피스텔로 지어 수익을 내는 데에 치중해 있고 나머지 15%의 ‘사실상 자투리 부지’에 공연장과 입시 학원, 학교 등을 건립하겠다는 내용이 밝혀지며 주민들과 지역 정치권이 들고 일어났던 것.

이 과정에서 해당 부지를 공개 입찰 방식이 아닌 특정 업체와의 수의 계약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특혜 의혹’도 나왔다.

A사가 R2블록을 현 소유주인 iH로부터 수의 계약을 통해 사들이기 위해 외국인 투자 법인을 설립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면서 명목상으로 외국인 투자 법인 형식을 만드는 등의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들이 연거푸 나왔던 것.

이런 의혹들에 대해 인천경제청은 “사업자 제안이 iH에 공문으로 간 적은 있지만 그런 공문은 의미가 없고 현재까지 정책적인 결정이 난 사항이 아니다”라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이날 김 청장은 “최고가 경쟁 입찰 방식 등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사업자가 수익성 만을 집중해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극대화해 조성할 우려가 있는 만큼 공개 제안 공모로 진행하는 것으로 최근 정책 방향을 잡았음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업은 글로벌 K-Pop 엔터테인먼트사 유치를 비롯해 전용 아레나 건립 및 제작 스튜디오 및 아카데미 조성 등을 목표로 해당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경쟁력 있는 사업자 선정을 위해 공정한 평가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무늬만 문화 사업’이라는 오명을 썼던 송도 K-Pop시티 조성 사업은 취지에 맞는 정상화 과정을 일단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단 이후 과정이 아직 진행되지 않은 만큼 주민들 및 시민단체 등 외부의 감시는 아직 필요한 상황이다.

김 청장의 이러한 공모 전환 발표는 그 배경에 유정복 인천시장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제청과 인천시 등에 근무하는 공직자들의 ‘비공식적 전언’에 따르면 이달 중순 경 유 시장이 김 청장에게 지금까지의 조성 사업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공모 사업으로 전환해 정상적으로 진행하라는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다만 김 청장도 해당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진즉에 인식하고 있던 상태였던 만큼 결단은 김 청장이 먼저 할 수도 있었음에도 ‘시장 지시’를 눈치 보며 기다리느라 일찍 진화 될 수 있었던 논란을 그간 방관하고 있던 게 아니냐는 일각의 의문도 있기는 하다.

어쨌든 해당 사업은 정리가 되는 분위기지만, 이렇게 되면 문제는 그간 사업을 진행해 왔던 기존 사업자와 법적 소송전 가능성의 여부다. 일단 인천시나 인천경제청 등은 확신할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법적인 다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경제청 측은 “A사에서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것은 맞지만 정책적으로 결정이 났다거나 한 사항이 아니어서 법적 싸움 가능성은 없을 걸로 보인다”며 “공모로 전환하는 만큼 일단은 공모 지침서 작성 및 공개 등에 대한 내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