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전세사기 피해에 대해 정부가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조직 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고 나서는 분위기다.
이들의 엄벌 및 책임 등 요구는 업계 전반의 이미지 쇄신에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격기준 강화 요구 등은 다소 논란이나 반론의 지점도 없지 않다.
25일 인천지역 부동산업계 및 공인중개사 등의 전언을 종합해 보면 미추홀구 전세사기의 중심에 있던 ‘건축왕’ 남모씨(61) 일당은 이전부터도 다른 공인중개사들로부터 수상한 움직임으로 눈초리의 대상이었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들은 이들의 범행방식이 수요자 중 상당수가 신축건물을 선호한다는 것을 이용해 적잖은 규모의 은행대출을 끼고 있어 경매로 넘어갈 위험성이 있는 건물을 수요자에게 추천하는 방식이 대다수였을 거라고 설명했다.
수요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근저당권 등 내용에 대해서는 “대부분 이런다”는 말과 함께 사실상 효력도 없는 이행보증서 등으로 수요자를 안심시키는 등이 사기의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미추홀구에서 공인중개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모씨(나이 비공개 요구)는 “지금까지 밝혀진 사기 가담 공인중개사들의 활동 중에 지켜본 사례도 있었는데 대부분 그런 식이어서 내가 봤을 땐 위험해 보여서 그런 집들을 알아봤다는 수요자들에게 주의를 준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이번에 사기에 연루된 공인중개사들이 그전에 활동했던 걸 지켜봤을 때 뭔가가 수상하다 싶긴 했었는데 나름 방법들이 있겠거니 하고 관여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일이 터진 걸 보면서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들 공인중개사들의 코멘트를 보면 지역 부동산업계 일원들이 ‘남의 일’인 만큼 그냥 넘어가기는 했어도 전세사기로 논란이 될 위험 자체는 상당부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건축왕 남씨 일당에 가담,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공인중개사는 현재까지 6명이고 추가로 3명의 공인중개사가 공범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남씨는 자신의 소유 주택이 2,700여 세대까지 불어나는 동안 사기에 가담한 이들 공인중개사에게 200~500만 원의 성과급을 쥐어주면서 이들을 통해 피해자들을 끌어모아 왔다.
때문에 지역 부동산업계는 ‘향후 방법’은 추후 고민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공인중개사 자격기준 및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전세사기 사건이 목소리를 낸 동인이기는 하나 그전부터도 악성 중개인들이 활개를 치던 모습이 지탄의 대상이 됐던 만큼 이들을 걸러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등의 주장이다.
이런 주장들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 공인중개사단체들 사이에서도 주장이 되고 있다. 다만 이런 주장에는 “모순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이 자격을 취득하고 악성중개인이나 사기에 가담한 사례들은 모두 '지금 현재 활동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중 일부가 저지른 것인데 이들 범위는 그대로 놔두고 ‘앞으로 공인중개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겐 ‘장벽’을 치겠다는 논리로 해석돼 논란의 지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격기준 등을 강화하겠다면 현재 활동중인 공인중개사들도 그 기준 강화의 ‘대상’일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이런 의견에도 공인중개사들 및 관련단체들이 과연 동의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따를 수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인중개사는 “그런 목소리가 있다는 건 들었는데 그렇다면 이미 이 범위에 들어온 악성중개사들을 ‘어떻게 거를 거냐’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만약 필요하다면 우리 중개사들이 일종의 ‘재검증’을 받는 과정도 보일 필요가 있고 그런 정도의 실천까지 전제해야 해당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인천시는 향후 재판결과를 참고해 공인중개사법 위반에 의해 이들 9명의 공인중개사에 대한 법적 처벌이 확정되는 대로 이들에 대한 자격 취소를 검토하게 된다. 시 관계자는 “징역형 이상의 결과가 나오면 당연한 거고 그 이하에는 시 내부에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건축왕의 범행에 가담한 공인중개사 9명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6명은 이미 부동산을 모두 폐업한 상태로 확인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