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19일 유정복 인천시장이 언론브리핑을 통해 ‘대규모 시비 지원’의 내용이 담긴 전세사기 피해 추가지원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그간 여러 지역사회에서 그들을 지원하거나 “보듬을 목소리라도 내라”는 요구에 “정치인 및 공직자로서 (전세사기 사건을) 활용하고 싶지 않다”던 그가 피해를 비관한 사망자들이 속출하자 그제서야 ‘시 곳간을 털겠다’고 밝힌 셈이어서 상당한 지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 시장이 언론브리핑을 한 주요 내용을 언급하면 피해확인서를 발부받은 피해자 중 연소득 7천만 원 이하는 전세 보증금 대출이자를 2년간 전액 지원하고 피해자 중 만 18~39세 이하의 청년 세대가 월세를 원할 경우 1년 동안 월 40만 원씩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이어 긴급주거지원을 신청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는 피해 세대에는 가구당 150만 원의 이사비를 지원하고 피해자 중 인천에 사업장을 둔 소상공인에게는 업체당 3천만 원 이내에서 5년 기한 융자(3년간 연 1.5%의 이자 차액을 보전)를 지원하는 등 시비를 투입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유 시장이 이번에 발표한 추가지원책을 간단히 정리하면 사실상 ‘시비를 대규모로 풀어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전세 사기가 부각되기 시작한 지난해나 올해나 시 재정상태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음을 감안하면 유 시장이 ‘피해지원의 골든타임’을 사실상 놓쳐 실질적인 해결책과 정서적 위로 모두 놓쳤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지역사회 전반에서는 유 시장이 그간 전세사기 문제와 관련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가 무려 3명이나 사망자가 나오자 뒤늦게 움직였다는 것을 거론하며 ‘지역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의견이 중론으로 자리하는 분위기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와 정부에 합동으로 지원대책을 촉구하며 집회 및 기자회견, 1인 시위 등을 전개해 왔지만 그간의 유 시장은 좀처럼 이들과 대면하는 것을 꺼리는 듯한 자세를 취해 왔었다.
이에 인천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김대영 시의원이 “인천시장으로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에 소홀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유 시장이 SNS를 통해 정치적인 목소리도 활발하게 하는 만큼 대외적으로도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달라는 것이 김 의원의 요구였다.
그러나 유 시장은 “나는 정치와 공직 생활 등을 하면서 이 부분(전세사기)을 활용하고 싶지 않다”는 식으로 '이상하거나 혹은 정치적이거나' 한 태도의 답변으로 오히려 논란을 자초했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기자수첩' 참조).
결국 정부와 인천시가 ‘합동으로 의지박약’한 자세를 보이면서 이를 비관한 청년세대 피해자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유 시장은 그제서야 “시비를 풀겠다”는 내용의 언론브리핑을 하는 행태로 결국 피해자들의 마음을 더더욱 상하게 한 셈이 됐다.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측은 “지난해부터 인천시와 미추홀구 등에 도와달라고 애원했지만 (유 시장 및 이영훈 미추홀구청장 등은) 만나주지도 않았다가 세 명이나 목숨을 끊으니 그제서야 브리핑을 하겠다며 움직이는 저 모습에 고인 및 유가족들이 화를 참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지난달 시정질문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던 김대영 의원은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유 시장의 언론브리핑 내용은 사실 그 자체로는 부정적으로 볼 게 없겠으나 ‘왜 이제야...’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유 시장의 태도에 아쉬움을 보였다.
그는 “지난달 내가 시정질의 할 때 유 시장은 정부의 조치권한이라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 이번 추가지원책을 보면 시비를 투입하는 내용 많은데 그렇다면 그 전부터 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라며 유 시장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김 의원은 이어 “내가 시정질의를 할 때도 그렇지만 그간 피해자들이 유 시장에게 호소를 할 때도 시간 없다는 등의 이유로 만나주지도 않고 심지어 오늘 언론브리핑도 내가 시정질의한 이후 거의 한 달여만에 하겠다고 한 것으로 바로 한 것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솔직한 심정은 중앙정부는 물론 유 시장의 시정부에도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유 시장은 사람이 셋이나 죽어야 움직이는 인물이라는 얘기가 된 셈”이라며 유 시장을 직접 성토하기도 했다.
지역사회 전반 및 일반 인천시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전세사기 대책과 관련해 유 시장이 보인 태도에는 대부분 실망했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인천시장’이라는 인사가 시민들의 입장조차 대변해주지 않는 모습에 상당수의 시민들이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 김모씨(38)도 “비록 내가 이번 전세사기 피해자는 아니지만 그간 쳐다보지도 않는 듯한 자세를 취하다가 피해자들 중 청년세대 사망자들이 계속 발생하고서야 ‘시 곳간을 풀겠다’는 유 시장의 저 행태를 보니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인천시장을 잘못 뽑았다는 느낌에 부아가 치민다”며 화를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 시장이 보인 ‘늑장대응’은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다. 미추홀구에서만 3명의 사망자가 나오자 그제서야 움직이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은 여야를 가리지 않아, 인천시민으로서는 ‘눈살을 찌푸릴 만한 요소’로 자리하는 분위기다.
3명이 사망하기 전까지 인천지역에서 전세사기에 대해 논평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한 정당은 정의당 시당이 유일했고 그전까지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거대 양당 시당은 공식적인 목소리조차 없었다.
국민의힘은 전세사기 대응을 위해 즉시 당내 TF를 꾸리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은 피해자들을 위한 ‘선 구제, 후 구상권 청구’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모두 3명이나 사망한 뒤에야 나온 ‘소 잃고 외양간 고치겠다’는 내용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