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국토부가 영종·용유·북도면 주민들에 대해 10월부터 인천공항고속도로(영종대교) 통행료를 왕복 1회씩 무료화하기로 하고 일반 국민들에게도 통행료를 전국 유료도로 평균치와 근접하게 내리기로 했다.
국토부와 인천시, 인천 중구 등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및 ‘영종·용유지역 및 옹진군 북도면 거주 주민 통행료 무료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가 발표한 방안을 간략히 정리하면 영종대교 통행료는 오는 10월부터 일반 승용차 기준 현행 6,600원에서 3,200원(전 구간 이용 기준)으로 절반 가량 내린다. 인천대교는 2025년 말부터 같은 기준 현행 5,500원에서 2,000원으로 인하한다.
영종·용유·북도면 주민의 경우 가구 기준으로 영종·인천대교 모두 1가구 1차량에 한해 ‘일 1회 왕복’에 대해서는 무료통행을 할 수 있다. 그 이상 이용횟수가 늘어나는 경우는 일반 국민과 같이 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
영종·인천대교의 현행 통행료는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유료 고속도로 보다 2배 이상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통 당시 정부가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을 통해 운영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적용을 받게 해주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 몫으로 남아야 했다.
세부 사항을 보면 영종대교는 민자사업비가 1조 4,602억 원과 비교해 MRG를 적용한 1조 4,800억원(2000~2020년)이 지급됐고 인천대교는 민자사업비 7,866억 원 대비 MRG 적용 1조8,089억원(2009~2020년)을 지급했다.
사실상 정부가 건설·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비싸 ‘바가지 통행료’라는 여론이 짙었고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 여론조차도 “두 운영사가 국민 혈세에 소위 ‘빨대’를 꽂아 빨아먹고 있다”며 “국토부는 왜 이를 묵인하느냐”는 식의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의 공적예산 투입 내용만 보더라도 사실상 두 운영사가 이제는 투입한 사업비 보다 높게 이익을 가져가고 있는 만큼 인하 혹은 무료화의 여론이 높아진 것은 당연했다.
고속도로 및 일반도로 일부가 이처럼 MRG 및 최소 비용보장(MCC) 방식으로 유료화된 것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못함을 감지한 정부는 2018년 ‘민자고속도로 사업 재구조화 연구용역’을 통해 2022년까지 이행하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용역이 국토부와 영종·인천대교 운영사가 함께 공동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느냐”는 식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여러 차례 제기돼 오기도 했고 이에 진즉에 끝났어야 했을 연구용역은 지금까지도 완료가 되지 않았다.
해당 용역이 미완료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일각에서는 ‘요금인하’의 정책에 두 운영사의 반대가 있었을 가능성을 추정할 만한 여지는 분명 있었다. 해당 용역이 통행료 인하를 결정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었기 때문.
결국 영종지역 주민들은 ‘영종국제도시 무료통행 시민추진단(이하 추진단)’을 구성하고 3월 1일 차량 1,000대를 동원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까지 차량 시위를 예고했었다.
실제 2003년에도 이들 영종주민들이 차량 시위를 하면서 전액을 동전으로 현금바구니에 쏟아붓거나 현금 대신 기르던 닭을 지불수단으로 내는 등의 웃지못할 퍼포먼스를 벌여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토부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은 뒤 국가가 약속한 내용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 및 한국도로공사와 운영사 등이 해결 접점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한국도로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동으로 두 민자 고속도로의 손실분을 먼저 보존하고 향후 도로를 운영하면서 투자금액을 회수하는 ‘공공기관 선투자’ 방식으로 통행료를 결국 인하하기로 했다.
국토부의 발표에 영종지역 시민단체들은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이어 통행료 인하 기간 및 횟수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만이 있는 것으로 읽힌다. 실제 이들은 시와 향후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측은 “2003년부터 통행료 인하 운동을 시작한 지 20년이 지나서야 결과를 얻어 그간 고통을 감내해야 했지만 지역 숙원사업이 해결된 만큼 일단 환영하며 인하 적용횟수 등에 대해서는 차후 시와 추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추진단 측 역시 “20년만에 비로소 통행료 인하 운동에 종지부가 찍힌 것”이라며 “주민들이 이제는 비싸게 통행료를 지불하지 않게 된 것은 다행으로 이 부분은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3월 1일 예정돼 있던 차량 시위는 전면 취소하고 대신 같은 날 오후 2시 영종하늘도시에서 성과보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이것이 ‘인천 지역사회 전반’의 차원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인지는 의문이 따를 수 있다. 국민의 교통권 및 이동권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보장할 내용이지만 영종·용유·북도면 주민들에 대한 시의 지원 부담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후로도 ‘시민혈세의 지원’이 여전한 것이다.
이날 인천시가 국토부 브리핑 후 배포한 정책자료에 따르면 영종대교 전 구간에 대한 ‘왕복 1회 무료’는 국토부 지원이 아니다. 전액 인천시다. 또 영종~북인천 구간에 대해 지금도 적용중인 주민 무료 내용은 지금도 인천시가 3,200원 지원에 10월부터 1,900원 지원이다.
인천대교의 경우 민간사업자에게 보전해야 할 금액이 크다는 이유로 통행료 인하 적용이 2025년으로 많이 늦어진 관계로 10월부터 주민 무료 적용은 5,500원이 전액 시비다. 이후 인하되고 난 후의 2,000원 역시 시 지원이다.
영종지역이 국가적 개발사업으로 조성된 도시이며 국민의 이동권은 ‘제약을 두지 않아야 함이 원칙’이라는 대전제, 그리고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여건이 좋은 수준이 못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지원 역시 재정여건이 어려운 인천시보다는 ‘국토부의 대승적 차원’에서 이뤄졌어야 했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인천시와 국토부 간 소통 부재 가능성도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초 인천시는 영종 주민들이 차량시위 등 대규모 움직임을 예고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인 24일 ‘올 10월부터 영종대교 상부도로도 통행료 지원’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그러나 국토부의 브리핑 내용을 감안하면 28일의 이 같은 발표는 각 기관 간 협의를 훨씬 이전부터 해와야 가능한 부분이다. 주민들부터 20년 가까이 싸워온 문제며 정부 차원에서도 사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지금까지 해결을 하지 못했었다.
즉 국토부가 오래 전부터 이 문제를 내부에서 고민하고 유관 기관단체 등과도 수 차례 협의해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를 감안하면 인천시의 24일 발표는 국토부의 이러한 고민과 협의과정에서 아무런 소통과 역할을 못 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소통을 해왔다면 시가 먼저 나서서 ‘수십 역 예산을 투입해 지원한다’는 보도자료는 굳이 낼 필요가 없었기 때문.
만약 알았다고 해도 문제다.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분위기에 대해 국토부와의 소통 과정을 감춰 오면서,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성급히 무마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이른바 ‘정치적 의도’의 의혹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혹과 관련해 <뉴스통신>은 인천시 담당부서(도로과 도로운영팀)에 전화 문의를 시도했으나 해당 담당 직원들이 모두 국토부의 브리핑에 참가하고 있는 관계로 자리를 모두 비워 답변을 듣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