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대교 전경 (사진=신공항하이웨이)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영종 주민들을 중심으로 인천 육지를 오가는 다리(영종대교, 인천대교)에 대한 통행료 부담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인천시가 예산을 풀어 잠재우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주민단체들은 인천시가 ‘사실상의 미봉책’ 수준의 지원책을 들고 대규모 시민혈세를 풀어내는 자세는 부적절하다며 여전히 비판 여론을 잠재우지 않고 있다.

27일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및 영종국제도시 무료통행 시민추진단 등에 따르면, 인천시는 오는 10월부터 영종·용유지역과 북도면 거주민에 한해 영종대교 상부도로 통행료 일부를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이들 주민단체들은 시의 지원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보고 오는 3.1절에 예정된 차량집회 등을 예정대로 진행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해당지역 주민들은 기존 하부도로를 이용해 육지를 오가는 차량에 대해서만 통행료 지원을 받아왔으나 10월부터는 상부도로를 이용해 서울 등으로 오가는 차량에도 통행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통행료는 기존 6,600원 중 3,700원을 지원해 주민은 전국 유료도로 평균치로 알려진 2,900원만 지불하면 되고 향후 지원 대상에 한해 이용할 수 있는 전용 하이패스 시스템도 도입하겠다는 설명이다.

인천시는 영종대교 하부도로 및 인천대교를 이용하는 영종·용유지역과 옹진군 북도면 거주 주민들을 대상으로 2004년부터 통행료를 지원해 오고 있다.

지난해 시가 이 지원을 위해 투입한 예산은 약 177억 원이다. 시의 계획대로 상부도로 통행료를 지원하게 되면 연간 약 35억 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현재 추산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역주민들과의 약속을 조속히 이행할 수 있게 된 건 다행”이라며 “상부 통행료를 추가 지원하고 하이패스 시스템이 도입되면 주민 불편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영종주민들은 시의 이같은 지원책은 주민들로서 당연히 좋아할 일이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주민들이 비판 여론을 조성한 이유가 자신들만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통행료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해결이 필요한 일인데도 인천시 차원에서 먼저 해결할 경우 정부에서 지금처럼 계속 손을 놓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지자체의 재정 수준을 감안하면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영종총연 측은 “영종지구 주민들이 그간 상부도로 통행료 감면을 요구해온 것은 사실이고 시가 이번에 이를 받아들인 것인 만큼 환영해야 할 일이긴 하겠지만 모든 국민이 그 수준의 요금을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비판의 시선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주민들은 또 현재 시가 영종지구 일대에 구상하는 반도체 특화단지와 항공정비(MRO), 관광복합리조트 등 개발사업과 관련해 비싼 통행료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를 완전히 해소해야 구상하는 사업들이 차질을 빚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통행료 문제는 시가 ‘임시방편’의 차원으로 수백억 대의 예산을 계속 풀어 메우는 방법으로 해결할 게 아니라 국토부의 ‘정책적 결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입장이다.

시의 이 같은 제한적 통행료 지원은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번 통행료 지원은 지난해 9월 영종도에서 열린 ‘찾아가는 열린 시장실’을 통해 유정복 시장이 지역주민들과 약속했던 사항이기는 했다.

그러나 약속 여부를 떠나 시가 투입하는 재정은 100% ‘시민혈세’로 모아진 돈이다. 그렇다면 지원의 대상이 영종·용유·북도면에만 한정되는 것은 논리적으로 옳지 않다.

시의 계획대로라면 10월부터 해당 지역 주민은 상부도로 이용 시 시의 지원으로 2,900원만 내면 되지만 같은 세금을 낸 인천시민은 시의 지원도 못 받은 채 6,600원을 고스란히 다 내야 된다는 얘기가 된다. 형평성 논란이 나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 ‘정치적’으로는 이들 주민단체들이 3.1절에 대규모 차량시위를 대통령실까지 이어가는 집회계획을 발표하자 대통령의 ‘당적’과 같은 소속의 유 시장이 대통령 비호 등을 목적으로 지원 계획을 급히 발표해 여론을 진화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국토부는 현재 전국 유료도로의 평균 통행료 대비 1.8배에서 2배 이상까지 비싼 영종·인천대교에 대해 평균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약속을 했던 바가 있다.

이 약속은 2018년 발표됐으며 이행 시점은 2022년으로 지난해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토부는 이들 도로의 운영사들과 협의가 안 된다는 이유로 통행료 인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영종주민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 것은 당연했다.

결국 나라가 약속해준 최소 운영수입 보장(MRG) 및 최소 비용보장(MCC) 방식을 도입한 폐단이 고스란히 주민 부담으로 이어진 셈이어서, 그만큼 정부가 출구전략을 짜는 것도 어려워졌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현재 ‘민자고속도로 사업 재구조화 연구용역’을 통해 공공기관 선투자를 통한 손실보전 혹은 도로 운영 기간 연장 등을 연구 및 논의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이 내용 역시 ‘전제’를 하면 정부 예산투입이 천문학적으로 투입돼야 하는데다,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금리 인상 등 좋지 않은 경제 여건을 감안했을 때 국토부의 용역이 결실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 보인다는 게 ‘현재까지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