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관계자들과 김정헌 인천중구청장(사진 가운데)이 지난 31일 만나 영종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현안을 놓고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하는 모습.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영종지구 주민단체가 영종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편의상 ‘등재’로 표기)’를 위해 관할 구청장과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것이 ‘영종지역 전반의 동의’의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신할 수는 없는 단계다. 

2일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이하 영종총연)에 따르면 이 단체는 1월31일 중구청 제2청사에서 김정헌 중구청장과 간담회를 갖고 영종갯벌 등재에 뜻을 모았다고 밝혀왔다.

영종총연은 해당 간담회가 중구청장과 만나 공식적으로 진행된 첫 간담회라고 밝히고 있다. 

이 단체 차원에서 영종갯벌 등재의 필요성이 주장되기 시작한 시점이 대략 지난해 11월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간담회 시기와 그 간격이 그렇게 넓지는 않다.

인천지역 갯벌의 등재는 그전에는 주로 인천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지역 환경단체에서 주로 ‘환경 차원’에서 주장이 돼 왔었다. 

영종지구도 그렇지만 주민들 사이에서의 공감대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는 인천 전반으로도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간담회 이전인 지난해 11월 22일에는 해양수산부(인천해수청)과 문화재청 주관으로 영종갯벌의 등재와 관련한 주민 대상의 경청회가 열렸는데 당시에도 영종총연 의견에 동의하는 주민들은 등재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의견을 주로 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인 사례에서는 이러한 자연유산을 세계유산으로까지 등재하는 일은 주민들 입장에서 달갑게 다가가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이러한 행정이 추진됐을 때 개발이 제한되거나 하는 경우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고 만약 제한사항이 없더라도 인공건축물 등의 건축 여부를 놓고 지역사회 차원에서 논란이 되는 경우도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종총연을 비롯한 일부 영종지구 주민이 영종갯벌의 등재를 공감하고 환영하고 나서는 이유로는 대략 서너 가지 정도가 꼽힌다.

우선 첫 번째로는 영종갯벌이 등재된다고 해도 국제규약에 의한 어업행위 제한이나 재산권, 소유권 등에 대한 제한이 없고 국내법 기준으로도 어업행위 및 재산권 자체에 대한 제한은 없다.

두 번째로는 이를 토대로 ‘국가단위 사업의 국비 지원’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등재를 통해 환경보호 및 개선사업에서 유리한 명목을 점하게 되면 폐어구 수거를 비롯한 환경개선사업 및 어촌뉴딜사업 등도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지역 현안인 폐어구 수거와 관련해서는 관할인 중구청과 인천해수청 등이 예산 등을 이유로 사업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모습도 수 차례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류의 환경개선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2017년 인천녹색연합 소속 시민활동가들이 영종갯벌에 버려진 불법 폐어구를 중구청 앞 광장에 버리는 퍼포먼스를 펼치던 모습. 중구청은 이에 ‘과태료 부과’로 응수하려 했으나, 지역사회의 비난 여론에 직면하자 결국 부과 계획을 철회했다. ⓒ배영수 기자

 

특히 폐어구 문제는 수거사업에 소극적인 중구청과 인천해수청에 대한 반발의 의미로 2017년과 2020년 지역 환경단체인 인천녹색연합이 폐어구와 바다쓰레기 등을 직접 수거해 중구청(2017년)과 인천해수청(2020년) 앞에 갖다 버리는 퍼포먼스를 열기도 했다. 

이에 중구청은 해를 넘겨 2018년 이 단체에 “구청 앞에 쓰레기를 버렸다”는 명목으로 인천녹색연합에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속 좁은 응수’을 하면서 지역사회 전반의 빈축을 샀다가 비난여론이 심해지자 이를 철회하는 등의 해프닝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또 문화예술과 관련해서는 문화재청 등이 지역주민 프로그램을 운영 혹은 운영토록 돕거나 세계유산축제 및 예술사업 등 지역단위 사업에 대한 지원도 있을 수 있다.

영종총연은 영종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 및 갯벌보전 방안으로 영종갯벌 습지보호지역 지정 중구청 추진, 영종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 시 기대효과 연구, 갯벌관광 및 갯벌생태교육예산 배정, 영종 갯벌 칠면초 군락 보전을 통한 관광자원화 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런 의견에 대해 김 구청장은 갯벌의 가치와 보전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밝히며 어민과 지역주민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중구청 단위에서 해당 간담회와 관련된 공식입장은 아직 발표된 것이 없다. 등재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 및 규모 역시 만만찮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다분히 이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11월 경청회에서도 “갯벌의 순수성과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에 이의가 있을 수는 없으나 주민 입장에서는 지역개발에 대한 영향이나 조업이 제한될 가능성 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찬성은 하지 못하겠다”는 등의 의견들도 있었다.

아무런 의견 없이 찬반 의견을 아직까지는 듣고 있다는 영종지구 주민 장모씨(45)는 “등재를 찬성하는 쪽이 주민단체 단위로 여러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쪽이 더 부각되는 측면은 있는데 막상 지역 안으로 들어오면 반대 여론이 만만찮음을 체감하게 된다”며 “당분간은 어느 쪽 편에 서기보다 찬반 의견들을 더 들어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등재를 찬성하는 영종총연에서도 반대여론에 대한 어느정도의 의식은 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이들은 최근 발표한 입장문에서 “등재에는 의견을 모으지만 기존 계획된 개발사업의 차질없는 추진, 어민들의 어업권과 지역주민 재산권 피해 등은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영종지구뿐만 아니라 옹진이나 강화 등 갯벌을 머금고 있는 지역에서도 영종주민들과 마찬가지로 갯벌의 유산등재 등 제반작업과 관련해서는 찬반 여론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지역의 기초단체들도 어민들의 생업 문제를 이유로 갯벌 등재 등 작업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송도갯벌을 품고 있는 연수구의 경우에도 신도시 개발사업 등을 이유로 등재 작업에 대한 참여는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위의 사례를 감안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영종갯벌’의 단위가 아닌 ‘인천갯벌’의 등재로 감안해야 하는 만큼 해당 문제는 중구청 단위의 공론화가 아닌 인천시 단위의 공론화 작업도 필요할 수 있다.

인천시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11월 경청회 전후 시점 즈음 “(등재 작업에 대해) 주민 수용성이 확보된다면 반대나 거부 중인 기초단체들의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낸 적이 있었다. 어느정도는 등재 필요성 입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