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청 앞 애뜰광장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으로 판결받은 ‘인천애(愛)뜰(시청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의 개정에 착수했다. (관련기사들 하단 링크 참조) 

다만 헌재의 위헌판결이 지난해 9월 이미 내려진 만큼 해당 조례가 효력이 없어진 상황에서 1년여를 미적거리다 지금에서야 개정작업에 나서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인천시는 13일 ‘인천애(愛)뜰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을 헌재가 위헌 판결한 제7조(사용허가 또는 제한) 내용을 없애면서 기존의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꾸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인천애뜰의 잔디마당과 그 경계 내 부지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항 중 ‘금지 항목’에서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한 내용을 사실상 제한했던 것을 바꾸는 내용이다.

인천애뜰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꿔 제6조(사용허가 신청)를 ‘사용신고’로, 제7조(사용허가 또는 제한)를 ‘사용신고 수리’로, 제8조(사용허가 통지)를 ‘사용수리 통지’로, 제9조(사용허가 변경 및 취소 등)를 ‘사용수리 변경 및 취소 등’으로 각각 변경하는 등의 내용도 핵심이다.

또 제14조(위원회의 설치 및 기능)는 ‘위원회를 둔다’에서 ‘둘 수 있다’로 수정하면서 인천애뜰 운영심의위원회를 ‘비상설 구조’로 바꾸는 내용도 적시돼 있다.

인천애뜰은 민선7기 시정부 당시였던 2019년 11월 시청 정문 담장을 허물고 시민들에 개방하고자 하는 의미로 조성됐다. 그러나 관련 조례에는 잔디마당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 금지조항이 있어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당시 인천시는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운영 상 이유로 존재하는 조례라고 해명했지만 시민사회진영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봤다.

이에 시민단체 20여 곳이 동년 12월 헌법소원을 청구하면서 인천애뜰 사용에 대한 제한 여부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고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조례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인용 결정했다.

당시 헌재는 이 조례가 위헌이라는 것에 ‘전원일치’로 결정했는데 사실상 헌재가 시민사회진영과 같은 판단을 한 것이어서 결국 인천시로서는 ‘시민사회진영과 대립했다가 상당히 체면을 구긴 사례’로 남았다.

‘신고제’와 ‘허가제’는 엄연히 다르다. 허가제는 관계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이용이 가능하지만 ‘신고제’는 관계기관에 공문 등을 전달하면 그 즉시 사용 절차가 완료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옥외집회 및 시위의 금지 장소) 역시 국회의사당, 각급 법원, 헌법재판소, 대통령 관저 등과 그로부터 100m 이내’에서 해당 기관의 활동 방해와 확산 등 특별한 우려가 있을 경우에만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다.

법치국가의 기본인 헌법조차 무시한 조례가 이미 지난해 9월 위헌 결정이 난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시로서는 그 즉시 개정작업에 착수하는 것이 상식적이었겠지만 1년여를 뭉그적대다 이제야 입법예고 절차를 밟는 인천시의 자세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의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인천시는 당시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잔디마당과 동·서편광장 등이 공공부지 청사에 해당되는 만큼 시의 사용허가는 필요하다”며 위법인 허가제에 대한 ‘욕망’을 좀처럼 고집을 꺾지 않았던 바 있었는데 이 역시 <뉴스통신>의 과거 취재를 통해 나타났던 바다.

시 공직자들이 사실상 자신들이 관리하기 편한 ‘허가제’에서 관리가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는 ‘신고제’로 바꾸는 것을 상당히 하기 싫어했음을 감안하면 이 역시 ‘하기 싫어서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조례 개정안에 의견이 있는 기관 및 단체, 개인은 오는 10월 4일까지 시 총무과(032-440-2509)로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