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민선 7기에 조성된 인천시청 앞 잔디광장(인천애(愛)뜰)에서의 집회를 금지토록 하는 내용이 담긴 인천시 조례에 대해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일제히 환영의 분위기인 가운데 일부 시민단체는 이를 환영하는 공식 성명이 나오기도 했다.
헌재에 따르면 헌재는 26일 인천시 조례인 ‘인천애(愛)뜰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7조 제1항 제5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리고 인천시에도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해당 조례는 시청 앞 인천애뜰 내 잔디마당에서 원칙적으로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2019년 민선 7기 당시 시청 주차장 및 담장 등 시설을 철거하면서 열린 느낌의 잔디광장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했으나 그 이후 해당 조례가 적용됨에 따라 논란이 있었다. 시민들에게 ‘열린 광장’의 이미지를 주자는 광장이 정작 내용상으론 닫힌 셈이었기 때문.
게다가 해당 조례는 당시 인천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데다 조례를 제정한 당시 시의회(8대의회)도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90%에 육박했던 만큼 민주당까지 집회의 자유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줄을 이었었다.
당시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인천차제연) 준비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인천애뜰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사용 신청서를 내기도 했지만 인천시는 이 조례를 근거로 시민단체 등의 집회를 최근까지 불허해 왔다.
그러자 인천 관내의 기초지자체들도 이와 비슷한 형태의 조례를 제정하면서 헌법에서 보장하고 시민에게 당연히 있어야 하는 집회의 자유를 정치 혹은 행정편의 등을 위해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실례로 2019년 말에는 이 논란 때문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인천지부(인천민변)’ 등 단체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상황을 파악한 9명의 헌재 재판관은 ‘전원일치’로 이 조례는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며 이 같은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헌재는 “잔디마당의 장소적 특성을 고려하면 집회 장소로 이곳을 선택할 자유는 원칙적으로 보장돼야 하며 공유 재산의 관리나 공공시설의 설치·관리 등의 명목으로 광장 사용을 일방적으로 제한해서는 안 되는 만큼 해당 조항은 과잉 금지 원칙을 위배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어 “집회·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해야 하는 만큼 조례를 위헌으로 봐도 시청사의 안전 및 시민의 자유로운 이용 목적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는 일제히 환영의 분위기다. 인천차제연과 민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9개 지역단체와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개인(심판청구인 일동) 등은 27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번 헌재 결정을 환영하며 다시 한 번 잔디마당에서 집회를 예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해당 조례가 시민에게 보장된 집회를 금지하고 사용 허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등 위헌적인 내용으로 점철돼 있다”며 인천시에 항의해 왔다.
공동성명을 낸 단체 및 개인들은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집회 장소를 항의의 대상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원칙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그간 시민단체들이 조례 제정 전 단계부터 인천시에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소송에서도 시는 조례가 위헌이 아니라고 주장해온 만큼 집회의 자유를 장기간 침해하고 권리를 유보한 인천시는 규탄의 대상이 마땅하다는 논리다.
인천차제연 측에 따르면 그간 이들은 잔디광장 사용을 위해 인천시와 인천경찰청에 집회신고를 하고 잔디광장에서 집회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인천시는 이를 이유로 경찰 고발까지 했던 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차제연 관계자는 당시를 떠올리며 “물론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였던 만큼 최종적으로는 무혐의 처리가 되긴 했었지만 시의 행정처리는 어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천시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고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자 하는 시도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하며 나아가 전국 지방자체단체가 공공청사 부지와 광장 등 시민들에게 열려 있어야 할 공간에서의 집회·시위를 통제하는 조례들을 전부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