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활성화를 명목으로 인천아트플랫폼의 개편을 강행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이를 다루는 토론회의 발제 자료에서도 ‘명분부족’을 사실상 시인하는 이른바 ‘코미디’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인천시가 자체적으로 설문조사 결과가 사실상 ‘주먹구구’로 진행됐음이 드러났고 그렇게 졸속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비율이 긍정적인 역할이 있다고 나타난 만큼 사실상 ‘불통’의 자세로 아트플랫폼을 손대려 함을 드러낸 것이다.
28일 인천문화재단은 인천시와 예술계, 중구지역 주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천아트플랫폼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해 인천시가 아트플랫폼의 레지던시 제도 폐지 등 개편안을 일방적으로 밝혀오고 이 과정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점을 입점시키려 하는 등 여러 논란을 낳았던 때문인지 이날 토론회는 재단 측이 준비한 모든 참가좌석(최소 100석 이상)이 들어차는 등 관심이 인증됐다.
특히 인천시의 개편안 강행에 불만이 많은 예술계 일원들이 토론회 시작 전부터 작정한 듯 이에 대한 불만을 폭포수같이 쏟아내는 등 이날 토론회는 일부 긴장의 분위기가 읽혔다.
인천시는 이미 개편의 의지를 강하게 밝히는 상황이라 이미 토론회는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마침 토론회의 시작인 주제발표를 인천시 공직자가 맡았기 때문인지 참여한 예술가들 역시 토론회 자료들을 면밀히 분석하려는 분위기도 강하게 나타났다.
주제발표는 박정남 인천시 문화정책과장이 맡아 토론회 대주제와 동일한 활성화 방안에 대해 계획을 열거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는데 그의 주제발표 자료에 포함된 설문조사부터 ‘얼토당토없다’는 식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해당 설문조사 개요에 적시된 ‘응답자 특성’에는 성별과 연령별 응답자 분포도가 나와 있었는데 50대 20.2%, 60대 이상 29.2%로 사실상 절반 수준이었다.
활발하게 문화 활동을 하고 새로운 예술세계를 가장 빠르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세대가 주로 10대 내지는 ‘2030’에 해당되는 세대일 텐데 그럼에도 설문에 답한 10~20대 분포는 15.6%, 30대도 16.0%로 빈도가 상당히 부족했다.
아트플랫폼이 새로 등장하거나 다양성을 전제로 하는 예술세계의 산실임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이 공간을 자주 활용하고 드나들 세대보다 그렇지 않을 세대들을 중심으로 아무 생각 없이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부분.
더 가관인 건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한 설문조사마저도 아트플랫폼이 지역에서 긍정적인 공간이라고 인식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설문에서는 기존 아트플랫폼에 대한 전반평가 부문에서 긍정적 평가가 44.8%로 과반은 아니었지만 부정적 평가 24.8%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30.4%는 모르겠다고 응답했는데 이들이 아트플랫폼을 더 파악한 뒤 답했다면 과반 수치도 충분히 나올 수 있었던 셈이다.
사실상 인천시의 개편 작업이 시민 의견을 전혀 기반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현 유정복 인천시장이 아트플랫폼을 “자기 입맛대로 어떻게든 ‘손질’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게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한 상황.
개편 작업이 ‘시민 말을 듣고 하는 것’이었다면 긍정의 평가가 더 많은 아트플랫폼을 굳이 ‘개편’, ‘활성화’라는 말을 쓰면서까지 손을 댈 이유가 없기 때문. 박 과장이 이날 발제를 통해 밝힌 활성화 방안 역시 여러 가지에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다.
그가 밝힌 주요 방안은 여러 가지 큰 주제들이 있었으나 가장 중심으로 다뤘으며 내용도 가장 많았던 분야는 ‘시민 문화체험 공간 조성’과 ‘화제성 중심의 공연 및 전시’, ‘야관경관 조성’ 등 주로 ‘일방적인 향유’와 ‘시설 설치’ 중심의 내용이 전면을 차지했다.
‘방문 혹은 유동인구가 비교적 적다’는 것을 이유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예술성보다 대중적 화제성 등을 우선순위로 잡아 ‘사실상의 상업성 혹은 관광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인천시의 시선을 명확하게 읽을 수 있는 부분.
특히 시민문화예술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예술공간 조성을 ‘시민 중심’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은 조성 전부터 전문적인 예술창작공간(Studio)으로 방향타를 잡아온 아트플랫폼의 정체성 자체를 흔들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논란이 당연했다.
게다가 인천시는 민선7기 당시 ‘천 개의 문화 오아시스’라는 대주제의 사업을 통해 시민들이 ‘직접적 주체’로 활동할 수 있는 상당수의 문화공간을 민간 영역에서 확보해 왔다.
여기에 인천문화재단 역시 공간대관 지출이 가능한 동아리 활동지원사업과 공간에 대한 직접지원사업인 ‘동네방네 아지트’ 등을 매년 펼쳐오고 있어 시와 재단이 언제든 해당 공간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민 주체의 문화활동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는 상태다.
반면 전문예술인들의 창작활동 기반 공간은 아트플랫폼 혹은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공연예술연습공간 같은 두어 곳을 제외하면 딱히 없는 상황인데 굳이 ‘시민’을 개입시켜 창작활동 기반 공간을 고사시키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정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박 과장은 ‘천 개의 문화 오아시스’ 등 과거의 관련 시 사업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 인천시가 지난 시정부 당시 활성화됐다는 이유로 이 사업을 사실상 ‘없는 셈’ 치려 하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도 가능하다.
이날 현장서 만난 한 시민은 “아트플랫폼이 2009년에 조성되기는 했지만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구상은 훨씬 전 인천문화재단이 설립되는 즈음이었던 2000년대 초중반부터 있어왔던 걸로 안다”며 “유 시장의 민선8기 행정은 그런 구상과 목표를 내다버리고 시장 권력을 내세워 자기 입맛에 맞게 흔들겠다는 전근대적 발상”이라는 날선 비판의 의견을 전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이었던 박신의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고황명예교수 역시 “인천시가 문화예술사업들을 (사람 불러오기가 우선순위인) 관광사업 정도로 인식한다면 망할 게 뻔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