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통공사 청사 전경 (사진=인천교통공사)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교통공사가 일선 기관사에게 휴대전화 공개를 강요하는 등 갑질을 했던 간부직원 등에 대해 자체징계를 내렸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공사 사장마저 “명백한 잘못”이라 언급하며 나름 징계를 한 것이지만 이것이 시민 눈높이에 부합할 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3일 인천시와 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일선 기관사 직원들을 상대로 휴대전화 공개를 강요한 소속 간부직원 A씨에게 전보 및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리고 직원 부모를 만나는 등 부적절한 행보를 보인 것으로 알려진 팀장급 직원 B씨에게는 견책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지난해 서울지하철 7호선에 투입된 공사 소속의 40여명의 기관사 중 여러 명에게 휴대전화를 보여달라고 강요했다는 사실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며 큰 논란을 자초했다.

공사는 지난해 조직 개편을 전후했던 시기인 지난 6월 경 승객 안전 등을 이유로 기관사들이 열차를 운행하는 동안에는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바꾸고 사용을 금지토록 하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김성완 공사 사장은 이 지침이 다른 교통공사 일선 기관사들에게도 모두 적용돼 있는 만큼 지침 자체는 문제삼을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과정에서 ‘간부 직원’에 해당되는 승무사업소장 A씨가 일종의 ‘무리수’를 뒀다는 설명이다.

공사는 조직개편을 통해 7호선의 인천방면 구간(석남~상동)의 역무·승무·기술분야를 운영하고 있는 상태로 이 방면의 기관사들에게 지침을 적용하고 있었는데 이런 지침에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보이는 기관사가 모 커뮤니티의 익명 게시판에 불만의 글을 썼던 것이 발단이 됐다.

김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A씨는 열차 운행 중 휴대전화 사용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명목으로 기관사들에게 개인 휴대전화를 일방적으로 공개하라고 강요하면서 특정 기관사들에게 익명의 글을 쓴 직원을 색출하려는 의도로 휴대전화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강요를 견디다 못한 몇몇 직원은 실제 A씨에게 휴대전화를 보여주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휴직을 하는 등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피해를 받은 한 기관사가 인천시 등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하자 팀장급 직원인 B씨가 이 기관사의 부모까지 찾아가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져 당시 인천시의회가 공사를 상대로 진행한 행정사무감사에서도 큰 질타가 이어졌다.

이용창 시의원 등에 따르면 당시 이 사안은 A씨와 B씨의 행위를 보다못한 직원들이 시의원들에게도 제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행감에서 이 의원은 “초등학교 아이 때문에 부모님 면담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가정을 꾸린 가장을 상대로 부모님까지 만난다는 게 요즘 시대에서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느냐”며 “이런 일이 생기기 전에 사장이 먼저 직접 사과를 하는 등 조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B씨에게 공사가 견책 처분을 내렸는데 사실상 ‘경징계’에 해당되는 수준의 처분을 시민 눈높이에서 타당하게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또 3개월 감봉 처분으로 마무리가 되는 듯한 A씨의 처분 역시 지역 여론이 A씨가 전근대적인 수준의 갑질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 이 역시 마땅한 처분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올 수는 있어 보인다.

앞서 김 사장이 언급한 대로 공사는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강제로 보는 등 행위를 실제로 일어나게 만든 것은 명백한 잘못으로 반론의 여지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열차 운행 중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쓰지 못하도록 한 지침은 정부의 방침대로 따른 것인 데다, 이미 다른 시·도의 교통공사에 이미 정착돼 있기 때문에 바꿀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A씨의 행위는 반론할 수 없는 수준의 잘못이 맞고, 다만 B씨는 피해 직원과 연락이 닿지 않아 오해를 풀기 위해 만나러 갔다가 부모를 만나게 된 것으로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점은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선 기관사들은 A씨 등의 행위를 여전히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A씨가 “고소할 것을 감수하더라도 (기관사들의 휴대전화를) 다 까보겠다”는 발언까지 확인된 만큼 절대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관사는 “개인의 휴대전화 열람을 요구하는 건 수사기관도 절차를 거쳐 어렵게 하는 것인데 일종의 ‘위력’으로 억지 강제행위를 한 것인데 사실상 약한 수준의 징계를 했다고 판단하며 사실상 (처분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성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