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5호선 열차 신형 (사진=서울교통공사)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국토교통부 산하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지자체 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5호선 연장안을 당초 크리스마스 이전 시점에 확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으나 결국 실천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정황 상 5호선 연장안은 국토부가 지난 9월 경 연말로 확정을 미룬 뒤 또 한 차례 확정 시기를 미룰 가능성이 커지면서 총선 전 시점에서 확정하기에는 공적기관 차원에서의 부담도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인천시와 김포시, 국토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5호선 연장안과 관련해 적어도 22일 안쪽으로는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인천시와 김포시의 대립 구도가 워낙 큰 점을 감안, 내부 논의 끝에 이를 잠시 미루기로 결정했다.

당초 대광위는 내부에서 나름의 중재안을 만들고 이를 통해 인천시와 김포시의 의견을 들은 뒤 중재의 내용을 담은 자체 확정안을 발표해 지방정부(인천시, 김포시)들이 따르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최종 결정을 앞두고는 다시금 고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광위의 고민은 지금 시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납득은 되는 모양새다. 총선이 이제 100일여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중재안이 어느 한 지자체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얻게 될 경우 수도권 서부의 선거전이 자칫 격랑 속에 빠져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에 충분한 시기이기는 하기 때문.

실제로 최근까지 철도업계 등을 중심으로는 대광위가 노선의 경제성 차원에서 인천시의 제안 노선을 기본으로 하며 김포시의 의견을 일부 반영하는 중재안을 깊이 검토한다는 이야기도 들려 왔었다.

공공교통수단에 해당되는 도시철도가 통상적으로 적자 운영에 허덕이는 부분을 감안하면 계획인구 18만의 검단을 5호선이 품었을 때 노선은 다소 우회되지만 경제성을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당연히 김포시 측으로도 흘러들어갔는데 이야기를 접한 김병수 김포시장은 즉시 “(5호선을 우리 뜻대로 관철하지 못한다면) 건폐장 및 차량기지에 대한 파기(재협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당초 5호선이 자신들의 의중대로 노선이 확정될 경우 건폐장과 차량 기지를 받겠다고 했던 김포시는 인천시의 요구를 조금이라도 받아들이게 될 경우 이들 시설들을 모두 배제하겠다는 얘기를 한 셈이다.

이와 관련 김병수 김포시장은 김포시의회에서 “5호선 연장을 자체적으로 추진할 의향이 있다, 사업비 확보 등 경제성 근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는데 사실상 최근의 김포시가 5호선 연장을 자신들의 뜻대로 관철하기 위해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포시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라면 이들 시설의 입지를 놓고 고민해왔던 서울시와의 이해관계가 맞았던 건폐장 등 시설을 빌미로 서울시가 자신들의 편에 확실히 서도록 하겠다는 계산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서울시는 5호선 연장안과 관련해 “우리 입장에서는 건폐장과 차량 기지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연장의 경제성 및 편의성 등 연장의 근거를 마련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김포시의 배수진에 어느 정도 맞장구를 쳐 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보다 많은 인구가 노선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일종의 ‘경제성 차원’에서의 필요성을 제기했던 인천시로서는 연장의 ‘키’를 가진 서울시의 입장을 감안했을 때 꽤 불리한 정황을 맞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광위가 이용인구에 따른 경제성 측면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면 인천시안을 중심으로 보게 되겠지만 서울시의 동의와 의견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면 김포시안을 중심으로 보게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만약 대광위가 당초 약속대로 “올해 안에 확정해 발표한다”는 방침을 지키게 된다면 올해는 오늘(27일)과 주말을 제외하면 이틀밖에 안 남게 됐는데 이렇게 되면 서울시의 태도를 보고 부랴부랴 김포시안에 손을 들어주는 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런데 국토부가 최근 사퇴한 원희룡 전 장관 시절까지만 해도 인천시나 김포시 등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급히 결정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재차 발표를 총선 뒤로 연기하거나 비용대비 편익비율(B/C) 값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아예 사업 자체를 전면 재검토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진행한 ‘인천국제공항 철도네트워크 확정방안 연구용역’의 중간보고서 내용에는 5호선 연장안의 B/C값이 0.8로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 B/C값은 인천시안과 김포시안 중 어떤 노선을 선택하더라도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돼 원 전 장관이 장관직을 역임하던 시절 “원만히 협의하지 못하면 사업이 진행되지 못할 수도 있다”며 두 지자체에 경고성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었다.

실제로 김포지역 주민 커뮤니티에서는 ‘인천시안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인다면 다 엎어버리자고 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사실상 김병수 김포시장의 의중과도 사실상 비슷한 주장이기도 하다.

다만 과거 김포지역에서 대광위가 확정안 발표를 연기하던 8~9월 경 유정복 인천시장을 향해 “시장님, 이러다 다 죽습니다” 등의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이 내걸렸던 점을 감안했을 때 김포시와 김포 지역사회가 지나친 지역 이기주의를 내세우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현 김포시와 김포 지역사회가 취하는 배수진의 태도를 보면 자신들이 표현했던 ‘다 죽는’ 길을 결국 김포시와 주민들이 스스로 택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게 되기 때문.

다만 일각에서는 인천시가 주장하는 ‘경제성’의 논리가 얼마나 반영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인천시안대로라면 5호선이 직결되는 지역은 원당·아라동이 중심인데 사실 이들 지역은 계양역까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만큼 버스 등으로 계양역까지 이동한 뒤 기존 공항철도 및 인천1호선 혹은 최근 인천시와 서울시 간 연결이 합의된 9호선 등으로 환승하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철도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5호선이 검단을 지나도록 하자는 인천시안은 많은 수요를 만들어서 경제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이겠으나 그 분석이 아직까지는 제대로 되지 않은 단계라는 것이 문제”라며 “최근 합의대로 향후 9호선까지 계양역으로 이어진다면 강남이나 여의도 등에 직장이 있는 주민들은 계양역으로 이동해서 9호선을 이용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전해오기도 했다.

만약 이 관계자의 전언대로 5호선에 대해 각 지자체가 주장하는 노선안에 대한 경제성 분석이 아직 완벽하지 못한 단계라면 대광위가 약속을 무리하게 지키기보다는 분석 작업을 더 해 보고 결말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다만 향후 대광위 차원에서 나올 중재안이 양측 제안노선의 ‘정확히 가운데’에 해당되는 중재지점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확정안이 나온 뒤로도 ‘이미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진’ 지역 간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을 피하기는 현재로선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