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연장안을 두고 인천시와 김포시가 ‘평행선’과 같은 갈등을 보였던 5호선 연장의 가닥이 ‘인천시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로 기우는 모양새다.
다만 아직 국토교통부와 산하 대도시권교통광역위원회(대광위), 장관 내정자 등은 “연말까지는 최종안을 발표하는 것이 맞다”고 밝힌 만큼 아직까지는 ‘100% 예단’을 하기엔 섣부른 감도 없지않아 보인다.
20일 교통업계 및 지역 정가 등에 대한 취재내용과 전언 등을 종합해 보면 최근 대광위는 연장안에 대해 인천시와 김포시의 연장안 중 인천시의 안을 주로 반영하는 대신 기존 설계안이었던 서구 불로동의 1개 역을 김포 감정동으로 옮기는 중재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5호선 연장안을 놓고 인천시는 검단신도시 내 3개 정거장을 지나는 ‘대문자 U자형 노선’을 주장해온 반면 김포시는 검단지구에 1개 정거장만을 놓고 김포와 서울을 최대한 가까이 이으려고 시도해 왔다.
그런데 적자운영에 허덕이는 도시철도에서 그나마 적자폭을 줄이려면 신도시에 해당되는 검단지구의 유입인구를 5호선이 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인천시의 주장에 대광위가 상당부분 기울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진단이다.
물론 국토부 및 산하기관이 “아직까지는 연장안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힌 만큼 ‘공식 확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사업 관계기관들의 ‘비공식적 전언’들이 비슷한 내용(인천시안 주로 반영)을 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일단은 상당히 확정된 수준의 내용으로 점쳐진다.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직접 관계자가 아니기에 확정사항은 아니라는 점을 전제하고 말하자면 대광위가 인천시 안을 주로 반영하고 감정역 설치로 일부를 바꾼 중재안을 두고 최근 인천시와 김포시 측도 만나본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이 중재안에 대해 인천시는 전반적으로 반발 분위기가 많지 않았으나 김포시가 상당한 반발을 보여 대광위가 김포시 측과 접견한 뒤로 약간 고심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인천시와 김포시 측은 아직까지 이러한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기는 하다. 아무래도 ‘공식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는 상황’에서 일선 공무원들이 매체에 섣불리 내용을 전하기엔 무리가 있는 시점이기는 하다. 김포시의 반발은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기는 하다.
그간 김포골드라인으로 몸살을 앓던 김포시는 5호선 연장안을 두고 자신들의 뜻대로 하자는 대신 “필요하다면 ‘혐오시설’에 해당되는 방화동 건설폐기물 처리장까지 우리가 받겠다”는 등 인천시보다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던 게 사실이었다.
게다가 건폐장을 받겠다는 제안은 서울시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국토부 차원에서도 상당히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가 최근까지도 있어왔던 것도 대체로 부정할 수 없었던 바였다.
그런데 인천시에서 ‘경제성’을 논리로 검단지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변해갔다.
이른바 ‘출퇴근 대중교통의 대명사’로 불리는 전국의 도시철도들이 전부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계획인구 기준 18만 명에 달하는 검단지구 주민들을 5호선이 수용하게 되면 상당한 적자폭을 줄일 수 있다는 인천시의 주장이 솔깃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이에 대해 김포시는 안그래도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약 280%)가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 연장되는 5호선의 혼잡도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해 왔지만, 일각에서는 김포시의 주장을 놓고 “경제성 부분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실례로 김포시는 과거 민선4기부터 6기까지의 시절(김포시장 4기 강경구, 5~6기 유영록) 동안 자신들의 필요성을 중심으로 9호선 연장을 주장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김포시의 필요성만을 갖고 적자운영중인 노선들을 늘려줄 수는 없었던 정부의 입장이 나름 있었기 때문.
김포시는 만약 대광위의 최종안이 인천시안을 전반적으로 반영했다고 판단된다면 건폐장을 받을 수 없으며 인천시안 자체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9월 김병수 김포시장 역시 “인천시안을 전반적으로 반영한다면 건폐장 이전 합의사항도 파기할 것”이라며 “그것까지 받으면서 교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인데 그렇게 되지 안 되면 우리도 재협의를 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입장은 김포의 지역사회에도 상당히 스며든 것으로 보인다. 김포지역 주민들이 보내온 전언들에 따르면 김포지역의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인천시안을 대광위가 받아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일찍부터 소문으로 돌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포주민 중 한 명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포시안을 대광위가 제대로 받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주로 수용될 인천시안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고 5호선 연장사업 자체를 무산시키자’고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는데 정황 상 이런 주장들이 꽤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여론은 조만간 국토부장관직에서 물러날 원희룡 장관이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진행한 ‘인천국제공항 철도네트워크 확정방안 연구용역’의 중간보고서 내용(GTX-D Y자 노선의 B/C값은 1.18이나 5호선 연장안은 0.8로 기준치를 미달)을 언급하며 두 지자체에 일종의 ‘경고’를 날린 것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두 지자체가 자신들의 주장만 관철시키겠다면 GTX-D를 명목으로 구축계획보다 B/C값을 우선순위로 놓아 이를 무산시킬 수도 있다는 논리였다.
이를 감안하면 김포 주민들 사이에서는 “인천시안을 확정하겠다면 ‘B/C값 우선순위’의 논리로 반발하고 무산시키겠다”는 속된 표현으로 ‘다 엎어버리겠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김포지역의 주민단체들 일부가 김포시안을 반대해온 유정복 인천시장을 향해 “이러다 다 죽습니다”는 등의 메시지를 걸었던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김포시민들이 ‘다 죽는 결과’를 주장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될 수도 있는 셈이다.
한편 대광위 측은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대광위 측은 “지금으로서 확실한 사항이라면 아직 며칠 남지 않긴 했지만 올해 전에 5호선 연장 최종 중재안을 발표하겠다는 것이며 그 외엔 어떻게 할지를 최종 확정한 바가 없기 때문에 섣부른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인사청문회 일정을 소화한 박상우 국토부장관 후보자 역시 5호선 연장안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올해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은 맞는데 아직까지는 (관련 내용을) 보고받진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철도업계 및 교통업계에서 사전에 흘러나왔던 전언들 대부분이 결과까지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천시안을 전반적으로 수용하는 내용으로 상당부분 정리됐을 가능성이 일단은 높아 보인다.
또 올해가 며칠 남지도 않은 시점에서 두 지자체 중 어느 한 쪽이 반발한다고 잠정 확정했을 모든 사항을 바꾸기도 사실 어려운 만큼 분위기 자체는 인천시에 유리한 정국으로 흘러가는 형국으로 읽힌다.
한편 5호선 연장의 ‘이해당사주체’에 해당되는 인천 서구는 최근 강범석 구청장이 입장문을 내고 “김포지역 정치권에서 불로동 역사를 감정동으로 옮겨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아는데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라며 “오랜 기간 많은 전문가와 주민들이 고민해 도출한 불로역사 추진을 예정대로 진행하라”고 대광위에 촉구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