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인천시의원들이 전세 사기 피해와 관련해 일종의 ‘대책반’ 성격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당 T/F에는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전원 불참하고 있어 인천시의회에서조차 전세 사기 피해 문제를 놓고 여야의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는 ‘정쟁화’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 우려된다.
30일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14명의 시의원(김대영·김명주·김종득·나상길·문세종·박종혁·석정규·유경희·이순학·이오상·임지훈·장성숙·정종혁·조성환)은 이달부터 열리고 있는 시의회 정례회(291회) 일정을 마친 뒤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 T/F’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14명은 민주당 소속 시의원 전원으로 현 국민의힘 과반의 인천시의회 40명의 시의원 중 35%의 비율이다. 인천시의회가 국힘·민주의 양당 소속으로만 구성된 만큼 나머지 국민의힘 소속 26명의 시의원들은 ‘전원 불참’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이 소식은 전세사기 피해자들 중 파해대책위원회에서 직접 활동하는 인원 및 피해자 일부에게도 전해졌는데 <뉴스통신>과 연락이 닿은 피해자들은 상당수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올해 시행된 현행 전세사기 특별법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사실상 이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원’이라고 국민의힘 소속이면 다를 게 있겠냐는 일종의 ‘회의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러한 회의감은 인천시 등이 자초한 면이 있다. 인천시는 전세사기 피해 지원액 63억 원을 마련해놓고도 이를 카테고리에 따라 나눠놓으면서 “사실상 피해지원을 못 받게끔 설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었고 실제 이 가운데서 1억 원 약간 넘는 돈만을 쓰고 나머지를 불용 처리했다.
그 뒤 내년도 예산안에 피해지원액은 11억 원만 반영했고 이에 피해자들의 성토가 이어졌지만 “예산을 반영했으니 삭감한 것이 아니다”라는 일종의 ‘말장난’과도 같은 변명을 이어가며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는 실정이다.
김대영 시의원 등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번 피해자 세대에 대한 단전·단수 등 조치가 강행됐을 때도 시의회 내부에서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시 집행부를 향해 “불용처리 대신 시급한 상황에 활용하라”는 질타가 이어졌지만 시 집행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현재 국민의힘 시의원들의 분위기만 놓고 보면 이 같은 예산의 불용 처리 등을 그대로 강행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데 이는 ‘인천 한정’으로 보면 사실상 유정복 인천시장과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노골적으로 외면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리는 없는 상황이다.
이들 피해자들은 현재 유 시장과의 면담 등을 촉구하며 최근 릴레이 시위에 돌입했으나 유 시장은 “일정이 바빠 지금은 힘들다, 다음달 정도에 만나자”는 입장만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12월에 면담을 하겠다고 날짜를 확정할 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그간 민주당 시의원들은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지속적으로 단체 및 개별 면담도 해오면서 대책 수립에 고심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피해자들과 만났다는 이야기들이 없는 상태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민의힘 중앙당 차원의 움직임과도 결이 사실상 같다고 할 수 있다. 4월 김기현 당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시 사망한 전세사기 피해자의 빈소를 조문하면서 피해자들과 ‘말싸움’에 가까운 마찰을 보이다 돌아간 것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전세사기 피해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
아무튼 이러한 T/F에는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만이 구성됐는데 일단 중심은 부의장직에도 올라 있는 박종혁 의원(부평6)이 맡을 예정이다.
또 김명주(서구6), 조성환(계양1), 김대영(비례) 등 그간 의회 안팎에서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던 의원들이 박 의원을 적극 도울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최근 시의회에서도 “시가 충분하게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실제 사용된 예산 내역을 감안하면 이는 집행부가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조성환 의원도 “전세사기 피해 지원 예산 98.4%를 쓰지 않고 없애는 것은 특별법이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걸 인증하는 것으로 피해자들이 필요한 지원을 해주지 못하는 지원 사업은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김대영 의원 역시 “피해지원 예산을 카테고리로 나눠놓고 사용을 한정해 버린 것은 집행부의 의도적인 불용처리를 의심하게 할 만한 부분”이라며 “‘피해지원’이라는 넓은 범위로 규정했으면 지난번 단전·단수 등 상황에서 유용하게 조치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T/F 활동을 통해 현행 특별법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보고 인천에 맞는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하겠다는 계획인데 이에 대해 국민의힘 시의원들의 비토 행위를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는 만큼 난항은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국힘 시의원들의 비토 행위가 명확히 현실화될 경우 결국 인천시의회에서도 전세 사기를 놓고 ‘정쟁’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인천시민들의 ‘지방의회에 대한 피로감’도 한층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한편 관련 통계에 따르면 인천에서는 미추홀구 등에서 총 2,969가구가 전세 사기 피해를 입었고 이중 60%가 약간 넘는 1,824가구가 특별법에 의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이 인정 피해자들 중 약 75%인 1,372가구는 아직 집을 떠나지 못하고 살고 있는 상태다.
이들 피해자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부분들은 크게 보면 피해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생긴 채권을 정부가 매입 후 집주인 등에게 회수하도록 하는 ‘선 구제 후 회수’와 경·공매 시 최우선 변제금도 받지 못한 가구의 주거비 지원, 그리고 피해자 대출조건 완화 등이다.
모두 현행 특별법에는 사실상 없는 내용들인데 이는 정부여당이 전세 사기를 아직도 ‘단순 민간영역의 사기’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