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미추홀구 등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유정복 인천시장에 직접 면담을 요청하며 ‘릴레이’ 형식의 시위에 돌입했다.
인천시가 올해 전세사기 피해지원 명목으로 세운 예산(63억 원)을 1~2%밖에 쓰지 않은 채 나머지를 전부 불용처리에 다른 곳에 쓰고 내년도 예산을 단 11억 원만 세운 만큼 사실상 전세사기 피해를 외면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는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 피해자들이 지난 4월 면담 이후 유 시장에게 추가로 면담을 요구했지만 바쁘다며 기피하고 있다”며 “이날부터 대책위의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릴레이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세사기 피해자들 입장에서 가장 ‘열’이 받을 일이라면 최근 인천시의 내년도 관련 예산 계획이 사실상 이들 피해자들을 외면한 결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23일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대영 시의원(비례, 민)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천시가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해 1차 추경 때 반영한 63억 중 61억을 최종 불용 처리키로 하고 내년도 관련 본예산으로 11억 원을 반영해 의회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책위 측은 미추홀구가 인천은 물론 전국으로 따져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가장 많고 피해 상황도 심각한 곳이지만 시의 예산계획을 1~2%밖에 진행하지 못해 결국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도움받는 지원책이 아니었다는 게 현실로 드러났다는 입장이다.
인천시는 당시 63억 규모의 예산을 세우며 시는 버팀목대출 이자지원, 긴급주거 세대의 이사비 지원, 법률 및 심리상담 등의 내역으로 카테고리를 나눠 놨지만, 비상시 활용할 수 있게 하거나 ‘기타’ 등으로 둔 항목은 아예 없었다.
이렇게 되면 미리 항목을 다 나눠놨다가 카테고리에 걸려 사용을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불용’으로 처리된 예산은 내년도에 다른 예산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논란이 있는 상태다.
인천시가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명목상’으로만 세워두고 실질적으로는 ‘다른 목적’을 위해 카테고리에 의도적으로 걸리게끔 하면서 사실상 거의 모든 예산을 ‘불용’으로 처리하고 이를 내년에 다른 데에 사용하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
당시 시의회에서도 “기타 등 명목의 항목을 책정하든 아니면 ’피해지원‘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쓰라”는 요구가 수 차례 있었지만 인천시는 결국 이를 듣지 않았고 결국 거의 모든 예산을 불용으로 처리하게 된 셈이 됐다.
결국 피해자들이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겪으면서 이 과정에서 아파트 관리업체와의 갈등이 생겨 이로인한 단전 및 단수로까지 이어졌고 관리업체는 엘리베이터 및 주차타워 등을 정상적으로 관리하지 않은 만큼 피해 아파트들의 관리에 인천시가 개입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대책위 측 주장이다.
올해 63억 원에서 1억 원 내외의 돈만 쓰고 나머지를 불용 처리한 채 내년 예산을 11억 원만 세웠으면 ‘사실상의 삭감’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인천시는 “예산을 반영했으니 삭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사실상 ‘말장난’과도 같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가중되는 상태다.
이에 대해 김대영 의원은 “시 예산부서는 다분히 의도적인 면이 있었으며 집행부서는 무능한 결과였다고 본다”고 밝히고 “경기도의 경우 시급한 상황에서 활용할 목적으로 긴급생계지원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인천지역 피해자들은 더한 박탈감에 빠져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인천시 관계자는 “유 시장이 다음 달 경 면담일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역시 확정된 바는 아니어서 피해자들의 심적 고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