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청사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4년 연속 예비비 편성 과정에서 현행법을 위반해 초과 편성한 것은 물론 집행 실적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다. 

시가 예비비라는 본연의 목적을 거스르고 여유 자금을 비축하는 데에 행정을 ‘사실상 낭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비판의 시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용혜인 의원(비례, 기본소득당)은 인천시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18일 인천시로부터 받은 예산자료를 검토한 결과 “2020년부터 올해까지 4년 간 지방재정법상 예비비 편성 비율을 위반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용 의원 측 분석에 따르면 인천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특별회계 최종 예산 대비 예비비 편성액 비율을 각각 8.1%, 6.7%, 5.5%로 모두 1% 이내 규정을 크게 벗어났다는 것이다.

또 올해 역시 당초 예산 대비 1.8%의 특별회계 예비비를 편성하는 등 규정위반이 확인됨에 따라 국감에서도 이 예비비와 관련된 논란이 집중 추궁될 가능성이 일단 커졌다.

국감에서 예비비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것은 예비비의 경우 집행 잔액이 최종적으로 지자체 여유자금에 속하는 순세계잉여금으로 적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편성을 하고 쓰지 않으면 지자체가 비축자금으로 쟁여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회계 예비비 편성 비율은 2020년을 제외하고 이후 2회 연속 추경 편성 시 크게 늘어났다. 당초 예산의 편성 비율은 각각 2.9%, 1.0%였으나 최종 추경 편성에서는 6.7%, 5.5%로 2~5배 규모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결산을 통한 집행 실적은 미미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집행률은 각각 6.5%, 2.4%, 14.8%에 불과했다.

인천시의 경우를 예로 들면 그간 특별회계 예비비는 초과 편성해 오면서도 그동안 목적 예비비의 일종인 재난예비비는 그동안 한 푼도 편성하지 않다가 올해 처음 100억 원을 특별회계로 편성해 문제가 됐다.

재난예비비는 일반회계에 편성해 재해로 인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직접 지원하는 용도로 쓰일 수 있음에도 굳이 특별회계에 편성했다면 시가 미리 미집행 예산으로 계산했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릴 수 있기 때문.

또 용 의원에 따르면 인천시는 5월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한 전세자금 저리대출 이자 지원 38억 5천만 원과 월세 한시지원 및 긴급지원주택 입주자 이사비 지원 24억 5천만 원 등 63억 원을 편성 6월부터 집행했지만 이 예산 집행률은 0.8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63억 원 중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실질적으로 지원된 예산은 대출이자 293만 원, 월세 40만 원, 이사비 5,223만 원 등 5,556만 원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는 충분히 문제로 지적될 만한 사항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예산 집행률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전세자금 대출은 소득 기준(부부합산 7천만 원)이 높고 월세지원 및 이사비는 경·공매 및 우선 매수권 활용 등으로 신청하는 피해세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용 의원은 인천시의 해명에 대해 “터무니없이 집행률이 낮은 제일 큰 원인은 실질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을 하려는 인천시의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라며 시의 자세 전향을 요구했다.

대출이자 지원의 경우 시 금고은행과 협약하는 방법으로 소득기준을 얼마든 자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었음에도 시는 정부 지원기준을 고수했고 관리비 지원과 같은 필요한 지원 발굴엔 사실상 손을 놨다는 것이 용 의원 측 설명이다.

용 의원은 “지자체 피해지원은 중앙정부와 별개로 설정할 수 있으며 이는 위법사항도 아니다”라며 “중앙정부 기준에 맞춰 지원 요건을 좁히고 지원 범위도 제한적으로 둔 것은 지원의지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용 의원의 설명이 설득력을 더 얻는 사항이라면 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전세사기 지원예산을 두고 인천시가 ‘구두쇠’와 같은 자세를 보였던지 아니면 다른 목적을 위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뒷전에 뒀다는 논리가 가능해지기 때문.

시가 ‘전국적으로 이슈가 된 사안’에 대해 막상 내부 계산을 해봤더니 정부 기준에 따라 적은 돈을 지원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비축자금을 위해 겉으로는 지원을 명목으로 예산을 편성한 다음 목적과 다르게 쟁여둘 것을 감안했을 가능성 등을 절대 간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