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찬식 기자
인권 활동가를 만나다 행사 미이지
(뉴스통신=문찬식 기자)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온 수원시가 그들의 아픈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토대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뉴스통신>은 그들이 남긴 발자취를 짚어본다.
▲평화의 나비가 된 고(故) 안점순 할머니
수원시민이었던 안점순 할머니는 나비 같은 삶을 살았다. 끔찍한 만행으로 소녀 시절을 짓밟힌 뒤 오랫동안 움츠려 지냈으나 말년에는 고통스러운 피해를 드러내며 역사를 증언하는 날갯짓을 했다.
열네 살이던 어느 날 “방앗간 앞으로 모이라”는 방송을 듣고 쌀가마에 올라간 소녀는 그대로 트럭에 실려졌다. 울며 매달리던 어머니를 뒤로하고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끌려가 일본 군인들로부터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지냈다. 지옥 같은 시간을 3년이나 살았다.
이후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순이는 전쟁이 끝나고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왔다. 피해자의 삶은 이후에도 순탄치 않았다. 남자가 싫어 결혼은 하지 않았고 한국전쟁이 발발, 피난 생활을 하면서 생계를 위해 빨래와 식당일 등을 전전하며 전국 각지를 옮겨 다녔다.
피해자 인권 캠프에서 피해자들과 아픔을 나눈 그는 수요집회 등에 참석하며 다시는 같은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일본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국제기구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국제심포지엄에서 증언도 하며 활발한 인권활동가로 활동했다.
수원문화제 행사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원평화나비 기억하는 역사·문화 체험 공간
안점순 할머니가 영면한 뒤에도 수원평화나비는 활발한 활동을 통해 그를 기억하는 일을 쉬지 않고 있다. 지자체 단위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수원시 수요문화제와 평화 인권교육이 그 핵심이다.
수원 수요문화제는 수원평화나비 활동의 중심이자 살아있는 역사다. 수요문화제는 2017년 5월 시작한 이래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매월 첫 번째 수요일 정오에 열렸다. 지역 단위 수요집회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수원이 유일하다. 마지막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았다.
수원평화나비는 수원시민들에게 ‘위안부’ 역사의 아픔을 알리는 평화 인권교육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인권 강사 양성 과정 프로젝트를 시작, ‘위안부’ 피해자 인권에 특화된 강사들을 양성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내용은 여성과 전쟁, 평화 등이다.
평화의 소녀상에 담긴 상징과 의미부터 피해자들의 이야기 등을 깊이 있게 접할 수 있는 인권교육은 연간 50회 이상 진행, 시민들에게 기억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또 청소년 평화 나비 활동을 지원하고 안점순 할머니와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수원시민이 기억합니다 행사 이미지
▲수원이 기록한 역사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
수원시는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위안부’ 피해자의 이름을 딴 추모 공간을 조성, 운영 중이다. 그의 삶을 통해 후손들이 되새겨야 할 인권은 물론 평화의 가치를 오래도록 전수하기 위해서다.
기억의 방은 수원시민 사회장으로 치러진 안 할머니의 장례식 이후 3년 만인 2021년 8월 문을 열었다. 수원시가족여성회관 문화관 1층 미술실로 활용하던 48㎡ 남짓 공간에 안점순 할머니의 발자취가 담겼다. 평화를 부르짖은 평화운동가 안점순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기억의 방 입구에는 안점순 할머니의 흉상(기림비)이 관람객을 맞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작은 소녀상이 눈에 띈다. 수원지역 한 공동주택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기증한 것이다. 안 할머니의 초상화와 생전에 사용하던 지팡이와 옷가지, 마작 등의 물건도 전시돼 있다.
내부는 보랏빛으로 가득하다. 안 할머니의 삶을 상징하는 꽃 ‘용담’의 색이다. 용담의 꽃말은 ‘정의, 추억, 당신이 힘들 때 나는 사랑한다’로 알려져 있는데 아픈 삶을 정의로 승화한 그의 상징물로 삼고 있다. 사진과 증언을 통해 생애 기록이 짧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