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미국인임에도 한국에 입도해 덕적도에서 장기간 의료봉사 활동을 해오며 ‘서해의 슈바이처’라고 불렸던 고(故) 최분도 신부(미국명 Benedict A. Zweber, 1932~2001)에 대한 기념공간이 ‘천주교 역사 기념관’이라는 이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6일 인천시 옹진군에 따르면 천주교 인천교구와 덕적도의 옛 복자 유베드로 병원 건물에 천주교 역사 기념관을 건립하는 내용의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협약은 현재 병원 건물 소유주인 천주교 인천교구가 옹진군에 건물을 기부채납하고 이를 받은 옹진군이 리모델링 혹은 증축 등의 작업을 거쳐 전시관을 조성하면 인천교구가 전시품 마련 및 운영 등 제반 작업에 착수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병원 건물은 최 신부가 생전 덕적도 본당 부임 시기였던 1966년 경에 의료 봉사 및 섬 지역 생활 기반 조성 등을 위해 세운 건물이었다.
최 신부의 주도 하에 의료 혜택을 받지 못했던 섬 주민들에 대한 의료 활동은 물론 섬 주민들을 위해 자가 발전기 및 상수도 등을 가동한 것은 이 건물에서의 활동을 기반으로 최 신부가 해온 업적이었다.
최 신부는 그 외에 기존 미군 함정을 병원선으로 고쳐 덕적도 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의료 혜택이 미치지 못했던 인근 섬을 순회하며 의료 봉사를 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최 신부의 헌신을 높게 평가해 그에게 1971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는데 최 신부가 1976년 인천 송림본당에 부임한 이후로는 이 건물이 ‘사실상 방치’됐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
그러나 최 신부는 송림본당 이후로는 유신 헌법에 반대하는 학생들과 지식인을 받쳐주는 활동을 해왔고 동일방직(현 DI동일)이 1978년 벌였던 여성 노동자 탄압 사건(일명 동일방직 똥물 사건) 때 여성 노동자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해주는 등의 활동으로 인천의 민주화 운동에도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 받아 왔다.
1990년 미국으로 돌아간 최 신부는 이후 러시아 등지에서도 선교 활동을 하며 국제사회의 귀감이 됐지만 90년대 후반 병(척수골수암)을 얻어 투병하던 중 2001년 미국 뉴욕에서 선종했다.
한편 해당 건물은 ‘천주교 역사 기념관’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하지만 사실상 최 신부의 업적을 기리는 공간으로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
문경복 옹진군수는 “인천교구는 천주교 성지 사업과 순례 여정에 대한 지원을 하고 옹진군은 그들을 위한 섬 관광 인프라 구축 등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당시 낙후된 섬에서 의료 활동 및 기반 시설 확충에 역할을 했던 최 신부를 기리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천주교 인천교구는 이 병원을 전국 143번째 천주교 성지로 조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