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비롯한 폭우 수해 및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 관련한 현안 질의가 예정됐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16일 여당의 불참 속에 파행됐다.
잼버리 파행 책임에 대한 여야 공방을 두고 여당이 야당인사이자 대회 집행위원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를 출석시키라는 요구를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자 여당 전체가 사실상 불참해 민주당 등 야당만 참석한 채 26분 만에 끝났다.
이날 행안위는 잼버리 문제뿐만 아니라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책임 추궁 차원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및 김영환 충북도지사 등을 부를 예정이었으나 국민의힘 측 국회의원들의 전원 불참 속에 이들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회의장에는 국민의힘 간사인 이만희 의원만이 참석했는데 그 역시 의사진행발언 후에는 야당 간사의 발언까지만 들은 뒤 곧바로 자리를 떴다.
이만희 의원은 “국민의힘은 수해와 묻지마 범죄, 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관계 부처 장관과 충북지사 출석에 동의했음에도 전북지사의 출석이 안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열악한 기반 시설 조성과 운영의 책임자는 대회 집행위원장이고 주관기관장인 전북도지사”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간사인 강병원 의원은 “당초 7월에 하려 했던 현안질의를 국민의힘이 억지를 쓰며 충북지사 출석은 안 된다고 해서 오늘로 미뤄진 것”이라며 “여당이 갑자기 전북도지사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잼버리 사태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강 의원은 “이상민 장관의 회의 참석 거부는 헌법과 국회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의회주의에 대한 폭거로 국회가 응당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 의원의 발언 직후 자리를 뜨는 이만희 의원을 향해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은 “무엇이 두려워 도망가냐, 국민들께서 보고 계시다, 여당은 잼버리 사태를 정쟁으로 만들고 본질을 흐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회의가 파행된 후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회의는 김관영 지사의 출석을 끝끝내 거부한 민주당의 몽니로 무산된 것”이라며 “민주당은 김 지사 구하기를 그만두고 우리는 ‘잼버리 게이트’를 밝혀내겠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행안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여당이 원하는 날짜로 별도 일정을 잡아 전북지사를 출석시키자고 한 것인데 여당은 상임위를 파행시켰다”며 “정부·여당은 책임 전가와 물타기에 혈안이 돼 국회 책무를 파기하는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이렇게 행안위 전체회의가 임시회 첫날부터 파행하면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 등 주요 법안들이 상정되지 못한 것은 물론 17일과 18일로 예정된 법안소위도 현재로서는 파행할 분위기다.
문제는 1차적으로 정부·여당에 있는 분위기다. 현 정부가 집권한지 1년 3개월여가 지난 시점에서 잼버리의 문제에 자신들의 책임이 없다는 주장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설득력을 가질 수 없는데다 불참으로 파행을 초래한 것은 이미 여야가 합의한 의사일정을 모두 뒤엎은 것이기 때문.
특히 오송 참사에 대한 부분은 김영환 충북도지사나 이상민 행안부장관에게 분명 추궁할 만한 내용인데 모양새만 봐서는 여당이 이를 막은 것이라 더더욱 모양이 좋지 못하다.
게다가 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김 지사를 불러 책임을 추궁하는 것을 민주당도 반대한 바는 아니었기 때문에 책임론은 정부·여당에 있다는 논리가 더 힘이 실린다.
특히 잼버리 파행에 대해서는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안부는 물론 총리실까지 연관돼 있는 만큼 유치 과정, 부지 선정, 기반 시설 공사, 운영 등의 문제 전반을 분석하는 일정은 별도로 가질 필요가 있다. 이 같은 행사에 대한 책임을 전북도만 지라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만 이날 이상민 장관이 출석했다면 민주당 의원들이 이 장관에게 잼버리 파행에 대해 추궁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김관영 전북지사도 부르지 못할 건 없다는 논리 역시 성립되는 만큼 민주당도 적잖이 부담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