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중인 교권회복 문제 인천서도 강하게 부각]

정부 여당, 교총 등 “학생인권조례로 교권 추락” 주장
야당, 전교조 등 “조례여부 상관없다” 통계로 입증 반박

기사등록 : 2023-07-31 16:36 뉴스통신TV 배영수 기자
2015년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대법원 판례 당시 교육부장관(황우여)이 전북도의회를 상대로 제기했던 학생인권조례안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교육부장관)의 패소 판결 내용이 담긴 판결문 중 일부다.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 관련 정부와 여당이 진보교육감들의 ‘학교구성원 인권증진조례(학생인권조례)’를 문제삼는 그림이 연출돼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인천 역시 진보교육감이 교육행정의 수장인 만큼 대통령실까지 나서 “인천의 교육 현장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정작 관련 통계는 이를 뒷받침하지 않아 정부 여당이 ‘다른 의도’로 교권회복 문제를 정쟁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인천서도 교권회복 방안 및 학생인권조례 등에 대한 ‘피상적’인 내용들이 지역사회에서 이슈가 되며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찬반 여론이 갈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발단은 24일부터 대통령실 및 교육당국, 여당 측 관계자들이 기자들 앞에서 직접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언급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면서부터다.

 

당시 대통령실 측은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던 지역과 교육당국에서 문제가 있으니 손을 봐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이 조례가 교육현장을 왜곡하고 교사의 수업권과 생활지도권에 문제를 가져오는 건 사실이라고 추론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6일 초등학교 교사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학생 인권은 존중돼야 하지만 학생의 책임소재가 빠져 있는 등 한쪽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학교 현장에서 교권 침해의 큰 원인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같은날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7개 시·도(인천까지 포함한 것으로 추정됨)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를 정비하지 않고는 교권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주장하며 “학생인권 중심의 기울어진 교육 환경을 바로잡아야 교권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로 정부와 교육당국, 여당은 진보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걸고 넘어지는 분위기다.

 

그러자 인천에서도 28일 ‘인천교육정상화연합’이라는 단체가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인권조례가 우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다”며 “당장 해당 조례를 폐지하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 여론을 일단 지켜봤던 전교조 등 다른 편의 교육현장 관계자들은 이러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며 교육현장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가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관계자는 “학교 구성원의 인권과 교권은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며 현재 학부모들이 교사를 고발하는 근거는 ‘아동학대처벌법’인데 학부모들이 정당한 교육과정을 고발하지 못하도록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이오상 시의원(남동3, 민) 역시 “교권 강화가 목적이라면 이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닌 학교 구성원들의 인권을 축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은 자명해진다”며 “교권 강화와 학교 구성원들의 인권은 병행해 챙겨야 하는 것이 옳다”고 의견을 냈다.

 

인천시교육청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시교육청 측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과 교사 모두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만큼 폐지는 답이 아니다”라며 “교사들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와 여당 등이 문제삼고 있는 학생인권조례가 실제로 교육현장에서 문제가 되는 빈도가 조례가 없는 다른 지자체와 비교해 어떤 현황인지를 살펴보면 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학생인권조례의 경우 인천시교육청은 다른 6개 시·도와는 다른 것으로 2021년 9월부터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를 아우르는 내용으로 조례가 운용되고 있다.

 

여당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인천을 제외하고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강원·세종·대전·충북·전남·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의 10개 시·도에선 교권 침해 행위가 다른 6개 시·도보다는 적어야 한다는 통계가 나와야 하지만 현실은 다른 상황이다.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2017~2021년까지 시·도별 교육활동 침해 현황을 분석자료에 따르면 오히려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곳이 있는 곳보다 교육활동 침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발표한 2017~2021년 시·도별 교육활동 침해현황자료 및 교원 100명 당 교육활동 침해 현황자료

 

정의당에 따르면 이 기간 조례가 있는 곳에선 5,349건(48.0%), 없는 곳에서 5,799건(52.0%)의 교육활동 침해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의당 측은 각 광역단체마다 조례시행 시기에 차이가 있는 만큼 2017~2019년은 조례가 시행 중이었던 서울·광주, 경기·전북 4곳, 2020년은 충남, 2021년에는 제주를 추가해 집계했다고 밝히고 있다.

 

정의당은 이 통계가 교원 수에 따른 영향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교원 100명 당 교육활동 침해 현황을 따로 집계했는데 이 통계에도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5년간 조례가 있는 곳이 평균 0.50건, 조례가 없는 곳이 0.54건으로 조례가 없는 곳에서 침해 빈도가 소폭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정의당 정책위는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은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침해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100명 당 교육활동 침해 건수를 조사한 바 최소 2017~2021년 5년 동안은 조례가 있다고 상대적으로 교육활동 침해가 늘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교육현장에서는 조사주체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국민들 전반적으로 보수 성향으로 지목되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조사자료(교권침해인식 및 대책마련 긴급설문조사, 25~26일 전국 유·초·중·고 교원 3만 2,951명이 대상이었다고 함)에 따르면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대해 응답 교원의 83.1%가 동의했으며 ‘매우 동의’도 55.9%를 보였다는 것이다.

 

교총 측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며 다수의 교원들은 아동학대 면책 입법, 중대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학생인권조례 재정비를 절박하게 요구하는 만큼 이를 정부와 국회가 즉각 반영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설문조사(22~24일 전국 유·초·중등 교사 1만 4,450명이 대상이었다고 함)에 따르면 교육활동의 어려움으로 부적응 학생 생활 지도(95.3%), 업무과중(87.1%), 학교 공동체의 지지 및 보호체계 부재(84.1%), 학부모의 과도 민원(81.6%) 등(비율은 전체가 아닌 각 설문에 대한 분포도임)이 꼽혔다.

 

전교조는 설문에 답한 교사들이 법 개정을 통한 정당한 교육활동의 아동학대 처벌 방지(89.2%), 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 및 교육부 고시에 교사의 생활지도권 구체적 명시(66.2%), 교육활동 침해학생 지도시스템 및 지원인력 배치(43.4%)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를 통해 보면 교총은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을 반비례 대치형태로 두고 있고 전교조는 상호보완의 관계로 보고 있다는 관점을 읽을 수 있다. 또한 교총이나 전교조 모두 단순 설문조사인 만큼, ‘더 정확한 팩트’는 오히려 정의당의 통계라고 할 수 있다.

 

정의당 정책위는 “교원과 교육계는 악성민원, 수업방해, 제도 미비 등을 언급하고 있는데 대통령과 장관 등은 다른 곳을 바라보는 아주 부적절한 처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전국초등교사노조나 좋은교사운동 등 교권단체들 다수는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교사들이 궁지에 몰린 것이 아니라며 이를 정쟁화시키는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에 오히려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일선 교사들이 요구하는 것은 학생 인권을 제한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교권을 보호해 달라는 것으로, 학생인권과 교권을 대립 개념으로 보고 학생인권조례 폐지 등을 강행한다는 것은 지역 교육행정에 갈등만 될 뿐이라는 것이다.

 

인천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같은 교사들도 학생과 교사 간 정당성(어느 쪽이든 문제를 먼저 일으킨 쪽이 불이익을 받는)은 호소가 되지만 그렇다고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 학생들의 권리를 밟거나 하는 결과로까지 이어지는 건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조례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소위 ‘막 나가는 학생’들은 예전에도 지금도 있다”며 “그들로 인해 교권침해의 행위가 발생하게 될 경우 관리자(교장, 교감)의 매뉴얼을 공식화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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