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인 콩돌해안에 마을 주민들이 행정당국의 허가도 없이 조성한 매점 건물 (사진=인천녹색연합)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백령도 콩돌해안에 무허가 건축물이 지어진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을 환경단체가 확인해 문제 제기에 나섰다. 

이 단체가 확인한 바로는 건축물을 지은 주체가 콘크리트 공사까지 하는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음에도 인천시와 옹진군 등 행정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냐며 그 배경에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8일 인천녹색연합은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 핵심지질 명소인 백령도 콩돌해안의 육지부 위쪽에 매점 영업을 위한 건물이 다시 들어섰고 콘크리트 바닥공사가 진행되는 등 훼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불법건축물에 의한 불법점유는 물론 불법 현상변경으로 추정되는 행위로 콩돌해안이 훼손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문화재청을 비롯해 인천시와 옹진군 등 행정기관이 즉각 현장을 확인하지도 못한 채 가건물의 철거 또는 위치조정과 콩돌해안 원상복구 등 적법한 조치에도 소홀하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옹진군 측에 확인한 결과 이 건물은 2015년 경 백령도 내 주민들로 구성된 한 마을조합이 매점 영업 등을 이유로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녹색연합이 확인한 바로는 2021년 추석 경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이후 계속 방치됐다가 최근 새로 건물을 짓고 콘크리트로 바닥공사까지 마친 상태이며 곧 영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콩돌해안은 파도를 따라 콩돌들이 유기적으로 이동하고 있는데 이런 인공적인 구조물은 경관을 훼손할 뿐 아니라 해안 지형의 변화까지 가져올 수 있다”며 “인공구조물의 설치는 정확한 조사연구를 바탕으로 매우 제한적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인천녹색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이 이 같은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콩돌해안이 1997년 12월 30일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된 바 있기 때문이다.

‘콩돌’이라 불리는 크고 작은 콩알 모양의 작은 돌멩이들이 길이 약800ｍ, 폭 약30ｍ의 해안을 덮고 있는데 평균 2.0~4.3㎝ 크기의 흰색·회색·갈색·적갈색·청회색 등 형형색색 콩돌이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콩돌은 백령도 지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규암으로 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인근 해안의 규암 절벽에서 파도의 침식과 마모 작용으로 닳기를 거듭해 콩과 같이 작게 만들어진 자갈들이기도 하다.

또 콩돌해안은 2019년 6월 28일 백령도의 두무진과 사곶해변, 대청도 옥죽동 해안사구, 소청도 분바위 등과 함께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의 지질명소로 인증받았다.

백령‧대청의 지질이 후기 시생대, 초기 원생대 환경을 연구할 수 있는 암석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분포해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질사연구에 국제적으로 높은 가치가 있다는 평가도 이미 나온 바가 있다.

또 2021년 5월에는 백령도 진촌마을과 하늬해변이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백령도의 생태자원과 경관자원의 보호와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더 많은 관광객들이 백령도를 찾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기 때문이다.

콩돌해안 인근 불법건축물 중 하나 역시 무허가 상태로 가건물 구축은 물론 콘크리트 작업까지 해 ‘경관을 훼손한 사례’라는 설명이다. (사진=인천녹색연합)

 

콩돌해안이 문화재구역인 만큼 만약 건축물을 지으려면 문화재청 현상변경 허가를 받고 지자체에 가설 건축물 설치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나 마을조합 측은 이런 절차를 밟지도 않고 매점 수익금 일부를 마을 기부금으로 적립하는 등 사실상 ‘불법 영업’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마을조합 측의 한 관계자는 “관광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보니 주민끼리 매점 영업을 시작하게 됐는데 허가를 받기가 사실 쉽지 않아서 무허가로 영업을 해온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관할인 옹진군의 대처는 비판의 지점이 명확하다. 마을 주민들이 의기투합을 한 것이 사실이라 해도 문화재구역을 허가도 없이 건드리는 것은 불법이지만 오히려 이를 양성화할 생각까지도 하고 있기 때문.

옹진군 측은 “군에 건축물 설치 신청 같은 내용은 들어온 게 없는 것은 맞고 문화재청 현상변경 허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관광지 활성화 측면에서 해당 건축물을 양성화하는 방향도 검토는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으로 구축해 콘크리트까지 붓는 등 불법으로 점철된 건축물을, 옹진군의 재량으로 합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여서 환경단체들은 물론 시민사회로부터의 반발도 예상되는 바다.

인천녹색연합 측은 “우수한 자연생태자원과 지질경관자원을 보호하면서 생태관광 등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만큼 지금의 매점 등 편의시설의 위치나 이용방식은 숙고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지질학적 가치를 규명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를 준비해야 하는 곳임에도 문화재청과 인천시와 옹진군이 적법한 조치가 안 보이는 만큼 이를 바로잡고 자연생태자원과 지질경관자원의 보전,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활용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