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공적 인사이동 전반에서 문제를 드러내는 분위기다.
최근 투자유치산업본부장의 인사이동과 관련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안팎에서 말들이 나오는 등 여러 논란이 있었는데 이런 문제를 확장해 보니 인천시 전역에서도 유정복 시장 측근들에 대한 인사가 문제시될 만한 수준으로 확인되고 있다.
22일 <뉴스통신>의 취재 및 지역사회 시민활동가 등의 비판 의견들을 종합해 보면 인천시는 공무원 인사와 관련 4급(서기관)이 1년도 채 안돼 2급(이사관)으로 승격하거나 역시 짧은 시기에 5급(사무관)에서 3급(부이사관)의 승진인사가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위 ‘고무줄 인사’라는 용어로 표현되는 이 같은 부적절한 그림의 인사 이동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게끔 하겠지만 여러 논란이 뒤따라오는 것까지는 피할 수 없기에 가급적 피해야 할 행정인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난 16일자로 박병일 인천시장 비서실장(46)이 2급 정책수석으로 임명되면서 시 안팎으로 인사이동에 대한 여러 설왕설래가 오가는 그림이다.
박 정책수석은 지난해 6.1 지방선거 당시 유정복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지난해 7월 유 시장이 취임한 직후 4급 비서실장으로 임명됐었다.
박 정책수석이 4급 비서실장을 하고 며칠 전 2급 정책수석의 자리에 올랐다면 이는 9개월 만에 급수를 두 계단이나 올린 인사다. 특히 ‘2급’은 일반 공무원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위직이기도 하다.
때문에 일반 공직자들은 상상조차도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인사 이동이라는 평가가 시 안팎에서 나오고 있지만 시는 애써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를 외면하려는 분위기다.
인천시 박 정책수석의 인사 이동과 관련해서는 “유 시장의 공약사항과 대규모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적격자라는 판단이 내부에서 있었고 그런 판단으로 초대 정책수색자리를 신설해 임명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시의 설명대로라면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유 시장이 본인 측근을 위해 ‘가장 높은 직급의 없는 자리’를 마련해 자리에 앉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같은 날 시는 고주룡 전 홍보기획담당관(4급)을 대변인(3급)으로 승진시켰다. 고 대변인 역시 유 시장 취임 직후 4급으로 임명된 인사로 불과 1년도 안 돼 승진한 것인 만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유 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던 인물들의 인사 이동도 조만간 단행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 같은 비판은 더욱 설득력이 있다.
실례로 선거 캠프에서 함께 하던 변호사 A씨는 4급의 시 정무특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출신의 B씨 역시 4급의 시 투자유치과장(4급) 임명이 예정돼 있다. 또 지난해 12월 인천경제청 대외첨단산업 특보로 임명된 C씨는 고 대변인이 승진 전까지 맡았던 4급의 홍보기획담당관 임명이 예정돼 있다.
개방형 직위들이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의 경쟁을 통해 적임자를 뽑는 제도로 민간영역에서 충원될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최종 인사권자인 시장이 자신들의 측근들을 ‘보은인사’와 같은 자리보전 혹은 등용문 따위로 활용되고 있다.
시장 교체 시마다 선거 등 활동 때 도와준 인사들을 자리에 앉히는 등으로 논란은 항상 따라다니는데 특히 ‘인사문제’에 대한 논란과 잡음은 바로 이 개방형 직위 임명 부분에서 가장 크게 도드라지는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논란은 시 내부뿐만 아니라 인천 공기관 전반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시 산하 인천경제청에도 유 시장 및 그 주변의 측근인사 혹은 학교 동문 등으로 엮인 인물들이 ‘고무줄 인사’와 비슷한 형식으로 자리를 꿰차는 등 ‘낙하산 인사’ 논란이 여전한 형국이다.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의 경우 지난 12월 경제청 투자유치특보(5급)로 임명됐던 D씨를 투자유치사업본부장(3급)으로 임명한 바 있었다. 특히 D씨의 승진은 3개월 만에 두 단계가 올라간 것으로 경제청 조직 내부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들이 흘러나오는 분위기였다.
과거 인천경제청에서 서비스산업유치 과장(4급)직으로 일하던 D씨는 당시인 2019년 ‘패션그룹 형지’의 유치 과정 현행법에서 위반되는 내용의 판매허가를 계약서에 명시하는 중대한 행정 실수를 범해 ‘2개월 정직’의 중징계 처분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또 인천경제청은 지역 원로로 평가받는 E씨를 국제협력특보(5급)로 조만간 임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 역시 지역사회에서는 유 시장 및 김 청장 측근으로 구분되는 케이스로 알려져 있다.
공직사회에서 비판의 분위기가 있는 건 당연하다. 만약 9급으로 입사한 공무원이 있다고 치면 그가 5급까지 승진하려면 적어도 15년 내지 20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리는 것이 통상적인 속도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직자는 “최근의 시와 경제청의 굵직한 인사이동 소식을 들으면 ‘저게 맞는건가’ 싶은 생각이 계속 드는 건 사실”이라고 운을 뗀 뒤 “같은 공직자들과 식사자리를 하거나 하면 같은 내용으로 불만의 목소리들이 많은 것을, 현 분위기에서 애써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