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천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질의답변중인 이용창 시의원(사진 왼쪽)과 유정복 인천시장. (사진=인천시, 인천시의회)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민선 6기와 8기를 통해 수도권매립지 문제를 지역사회의 여러 지적에도 불구하고 ‘4자 협의체’를 고수하던 유정복 인천시장이 결국 같은 당 시의원에게 ‘제대로 한 방’을 먹은 분위기다. 

이에 지역사회 전반에서는 유 시장이 신년기자회에서 밝혔던 “매립지 종료 시점을 연도를 정해서 말하지 않았다”며 서구 주민들의 염원과는 다소 동떨어진 멘트를 했던 것을 들어 유 시장이 결국 ‘아군’에게도 공격받는 결과를 사실상 ‘자초’했다는 평가다.

23일 ‘제285회 임시회’ 2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이용창 의원(서구2, 국)은 “인천시민의 최대 숙원사업인 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가 사실상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 불가에 대해 “유정복 인천시장이 2015년 6월 작성한 수도권매립지 4자 협의체 최종합의서에 들어있는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으면 3-1공구 사용 연장을 허락한다’는 조항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이야기한 ‘수도권매립지의 2025년 종료 약속’은 민선7기 당시 박남춘 전 시장이 매립지 사용 종료기한을 2025년으로 정하고 그 이후로는 어떤 방법으로든 서울과 경기의 쓰레기들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당시 박 전 시장은 인천시의 쓰레기만을 처리하는 자체 매립지 ‘에코랜드’를 영흥면에 조성하고 2025년 이후 서울 및 경기도에서 발생된 쓰레기들은 “각자의 지자체들이 알아서 하라”며 강경한 자세를 취해 왔었다.

반면 서울과 경기도는 이에 완강한 반대 입장을 보였는데 특히 서울시의 경우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나서 “매립가능량이 남아있는 만큼 계속 쓰겠다”고 밝혔고 최근의 입장도 변한 것이 없는 상태다.

유 시장이 고집하는 ‘4자협의체’가 사실상 인천시의 방향대로 협의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점을 오 시장을 통해서도 이미 인증이 되고 있는 셈이다.

민선6기 당시의 4자협의체 이행사항을 보면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에는 수도권매립지 3-2공구 잔여부지의 최대 15%(106만㎡) 범위 내에서 추가 사용한다고 적시돼 있는 반면 매립 사용 종료에 대한 뚜렷한 시기가 없다.

특히 시기를 명확하게 정해놓지 않은 부분은 4자협의체 협의내용 일부가 지역사회에 알려진 직후 상당한 논란이 되면서 비슷한 시기에 터진 검단-두바이 투자 무산 건과 함께 서구지역 주민들의 유 시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일로를 걷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도 유 시장은 시 홈페이지에 최근 발표했던 ‘민선8기 인천시장 공약실천계획’ 중 ‘수도권매립지 종료 및 대체매립지 조성’에 대해 사업 시기를 임기후로 발표해 논란이 된 바도 있었다.

당시 이를 확인한 인천지역 여러 시민단체들은 “유 시장이 사실상 공약 파기를 한 것”이라며 “현재 사용중인 3-1매립 이상으로 사용이 연장된다면 시민들을 기만한 책임을 물어 주민소환제를 추진하겠다”고 비판했다.

이용창 의원이 이날 시의회 ‘시정질문’의 절차를 통해 공식적으로는 유 시장에게 ‘질의’를 한 것이지만 내용 상으로는 사실상 유 시장에게 ‘날선 비판’으로 맞선 것에 가까웠다는 것이 본회의를 방청(인터넷 방송)한 시민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 의원은 “(각자의) 대체매립지는 서울시와 경기도가 (각자) 유치하는 게 당연한 이치”라고 전제하며 “결국 유 시장이 덫을 놓은 4자합의 독소조항으로 인해 최소 20년은 서울시와 경기도의 쓰레기를 인천시민이 떠 안고 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 성과도 없는) 4자합의는 파기가 마땅하다”며 “대체매립지 확보는 빨라야 4~5년이 걸리기 때문에 올해 연말까지 대체부지를 확보하고 향후 3년동안 매립 종료 로드맵을 명확하게 실행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반면 유 시장은“(이 의원의 의견은) 존중은 하나 이는 정부와 서울시, 경기도 간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는 사항”이라며 “4자협의체는 종료를 위한 포석인데 파기하는 게 말이 되느냐, 서울시의원이나 경기도의원하고 얘기하는 것 같다”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나는 4자협의체가 파기되는 경우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내 전임 및 후임 시장들은 진일보한 모습도 없었다, (내가 부임한 후로) 4자협의체를 최근 재가동하기로 한 만큼, 이를 통해 진지하게 논의히면서 해결하겠다”면서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유 시장은 올해 신년기자회 등을 통해서도 같은 입장을 보여 왔는데, 특히 “자신이 연도를 정해서 종료시점을 얘기한 적이 없다”며 2025년으로 기간을 지정한 민선7기 박 전 시장에게 다시금 책임을 떠넘기려는 식의 태도를 일관해 논란이 됐었다.

당시 그는 “(박 전 시장의) 민선 7기는 2025년 종료를 이야기했으나 나는 연도를 정해서 매립지 종료를 얘기한 적이 없다”며 “매립지 종료는 대체매립지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조성 기간이 확정돼야 종료 시기도 나올 수 있다”이라고 설명한 바가 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에도 유 시장은 지역사회로부터 사실상 성과가 없다는 비판여론에 부딪혔던 4자협의체를 고집하면서 “박 시장이 내가 체결한 4자협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잃어버린 4년에 사과하라”는 식의 멘트를 던지기도 했다.

당시에도 이 발언들에 대해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뻔뻔하다”는 식의 논란에 부딪혔는데 결국 올해 봄 들어 같은 당 소속의 ‘동료이자 아군’에 해당되는 시의원에게 공식석상에서 제대로 ‘펀치’를 맞은 셈이다.

시민들은 대체로 이 의원의 날선 발언이 통쾌하다는 반응이다. 서구 주민 김모씨(48)는 “4자협의체가 생긴 게 벌써 2015년인데 중간에 공백이 있었다곤 하지만 사실상 성과가 없지 않았느냐”며 “그 시의원(이용창 의원)이 제대로 뼈를 때린 느낌”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수구 주민은 “매립지 문제는 비단 서구 주민이 아니라도 다 아는 문제”라며 “이미 부정적인 평가가 넘쳐나는 4자협의체를 ‘자기가 주도했다’는 이유로 고집하고 불통하게 되면 그렇게 같은 당 시의원에게까지 비판받는 건 당연하다”며 역시 이 의원에게 손을 들어주는 의견을 냈다.

한편 수도권매립지 반입 현황(2022년)을 보면 서울시(31%), 인천시(19%), 경기도(50%) 등에서 생활폐기물과 공사장생활잔재폐기물이 매립되고 있다. 규모는 물론 비율로 따져도 서울과 경기도의 쓰레기가 월등히 많고 그걸 인천이 다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