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연수구가 최근 진행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의 공모과정에서 논란을 ‘자초’하는 모양새다.
공모 신청을 한 단체들을 전부 탈락시킨 데에 이어 관련 공고 및 결과 등 진행상황들을 현재 시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유하지 않고 있어 일각에서는 ‘밀실행정’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22일 연수구 내 마을활동가 및 주민들의 의견과 전언 등을 종합하면 연수구는 올해 초 공모를 발표한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의 결과를 최근 신청 주체들에 통보했다.
이 과정은 연수구 자치행정과 관계자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다. 결과에 따르면 해당 공모에는 연수구 관내에 근거지를 둔 총 30개 주체가 신청했는데 연수구는 이번 공모에서 단 한 주체도 선정하지 않고 모두를 탈락시켰다.
연수구가 이들 주체들에게 전달한 탈락 사유들은 대부분 유사중복 가능성이나 사업 취지에 어긋났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읽힌다. 구는 이들 모두에게 탈락에 대한 통보를 완료했고 22일 오전 현재까지는 재공모 여부 등의 계획은 확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해당 공모에 참가 신청을 했던 한 주체 관계자는 “통보는 유사중복 혹은 사업취지와 맞지 않게 될 가능성 등을 이유로 탈락했다는 내용이었는데 나중에 전부 탈락했다는 얘길 듣고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었다”고 전했다.
이 사업은 연수구가 “주민 스스로 마을 의제를 해결하고 공동체 문화를 형성한다”는 것이 주된 목표다. 현재 사업의 공고문 등이 구청 홈페이지에서 확인되고 있지 않은 관계로,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지난해 내용에 따르면 그렇게 적시돼 있다.
이 목표를 전제하면 공모사업의 제안 내용들은 지역 내 동아리 및 교양활동이나 마을활동가들이 주도하는 마을활동 등이 주를 이루게 됨은 당연한 수순이다.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모이거나 애향심 차원에서 교류하고자 하는 주민들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고 교류하며 활동하는 게 자연스럽게 ‘전제’가 되기 때문.
비록 ‘비전문 영역’에 해당되는 주민들의 활동이기는 하지만 애초에 이 사업은 전문성을 담보하는 내용도 아니다. 실제 30개 주체들 모두 이런 형태를 전제하고 취미활동, 동아리 및 마을활동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문 영역’이긴 해도 ‘공개경쟁’이 전제된 만큼 나름대로는 성실히 프로그램을 짜넣은 주체들도 상당수 확인이 됐고 조금은 부족하지만 활동 의욕을 보이는 등의 경우도 있었다. 어떤 시선으로 심사하든 이런 결과는 사실상 나오기 힘들었다고 볼 수 있는 부분.
따라서 30개 모두를 탈락시킨 구의 행정은 시선에 따라 문제라고 지적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전부가 탈락할 가능성이 없진 않겠으나 이런 사업들은 통상적으로 ‘전부 탈락’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기 때문.
일각에서는 지난해 ‘예산 부담’을 이유로 작은도서관 직영화를 강행한 데에 이어 이번 마을공동체 사업의 결과를 이같이 도출한 것을 묶어 연수구와 이재호 구청장이 마을공동체 성격의 사업을 모두 퇴색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나오고 있다.
실제 작은도서관 사업의 경우 전체 구예산의 0.02% 규모로 확인되면서 소액의 예산을 ‘부담된다’고 주장한 연수구의 태도가 납득이 힘들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해당 공모를 통해 나온 결과를 보면 ‘주민들의 마을활동’에 대한 지원을 연수구가 ‘사실상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공모에 신청의사를 냈던 30개 단체들 중에는 공식적인 정보공개청구 등을 요구하겠다는 주체들도 있는 상태다. 그만큼 심사과정이 투명하지 못했고 결과에 대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안내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한편 해당 사업의 공모를 알리는 공고문 및 결과에 대한 내용이 현재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일각에서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해당 공모가 진행됐으면 최초 공고문(혹은 수정했을 경우 수정공고문 등)이 시 홈페이지에서 확인되어야 하고 그 결과 역시 홈페이지 상에서 언제든 투명히 공개가 되는 것이 이러한 ‘대시민 공개공고’의 원칙이기 때문.
그러나 해당 공고문은 시 홈페이지에서 현재 사라져 있고 그 결과값은 홈페이지에 업로드되지도 않았다. 실제 기자가 이를 확인했을 때에도 지난해의 같은 사업에 대한 공고문만이 확인됐다.
연수구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담당자가 홈페이지에 공고문을 올릴 때 특정 날짜를 지정하지 않은 경우 향후로도 열람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는 담당자가 특정 날짜를 지정해서 해당 날짜 이후 자동으로 내려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결과 통보에 대해서는 “30개 주체들에게 개별적으로 공문 및 문자메시지 등으로 통보했는데 결과 및 심의총평 등 내용은 별도로 올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행보는 공개행정의 원칙 및 시민들의 알 권리 등 차원에서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실제 인천시 산하 공기관들의 경우 상당수의 대시민 공모사업을 진행할 때 최초 공고문은 물론 그 결과와 선정주체 등을 모두 시민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 게시를 하고 있다.
특히 이번 건과 비슷한 내용의 사업들을 많이 하고 있는 인천문화재단의 경우 상당수 공모사업에는 ‘심의총평’까지 전면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시민들의 알 권리 및 추후 신청코자 하는 주체들의 참고자료 등으로 활용될 것을 감안한 것이다.
연수구 관계자는 “공고문과 심사결과 등이 모두 확인되지 않는 관계로 일각에서는 밀실행정 의혹도 제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해당 주체들에게 통보한 만큼 문제가 된다거나 밀실행정 같은 태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같은 답변이 납득이 될 지는 미지수다.
해당 사업과 관련된 얘기를 들었다는 연수구민 윤모씨(34)는 “구가 가이드라인을 정확히 안내하고 그에 따른 심사를 했다고 인식이 되었어야 했는데 결과나 분위기를 놓고 보면 신청주체들의 문제보다 오히려 공모 과정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고 의견을 냈다.
같은 연수구민 오모씨(40)는 “공식적으로 결과문을 공지하지 않고 개개인에게 연락을 한 것도 문제고 심사과정 및 결과 등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못해 신청 주체들이 납득하지 못할 상황을 만든 것도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