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민선8기 들어 ‘유정복 인천시장 공약’의 명목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추진하고 있는 영어통용도시 사업이 지역사회 전반의 공감대를 전혀 형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역사회 일각에서 이미 ‘무리한 행정’이라고 지적당하며 백지화 요구까지 나오고 있지만 인천경제청은 자체 추진을 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업을 재검토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인천시의회에 따르면 17일 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제285회 임시회 상임위원회 회의를 통해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어통용도시 추진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부결 처리했다.
해당 조례안은 유 시장의 공약사항 중 하나로 송도지구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영어통용도시로 조성하겠다는 명목으로 영어학습 및 사용환경 조성을 위한 투자유치, 외국인 정주 여건 개선과 관련한 추진단(혹은 추진위원회) 구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올해 초 인천경제청이 내부조직에도 보고 문서의 제목 및 소제목과 일부 내용을 “영문으로 표기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지역사회 전반은 물론 인천경제청 조직에서조차 영어통용도시의 개념조차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로 드러난 데다 공적사업에 영어를 섞어 서류를 만드는 등의 행태가 적잖이 혼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등의 지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익숙한 언어를 사용해도 나타날 수 있는 오독의 가능성 등이 행정상으로도 현실화될 경우 시민 혼란 및 불편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천경제청이 유 시장 공약을 명목으로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경제청은 추진단 구성에 대해 밝힌 바로는 “도시 내 영어 사용 범위나 방식을 구체화하는 등 영어통용도시의 기본적인 개념을 정립하는 역할도 맡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사업의 개념 자체를 확정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시의회 산경위 측도 인천경제청이 조성을 위한 개념정리나 기반계획 등도 제대로 제시를 못한 데다 영어통용도시에 대한 시민 공감대도 터무니 없이 부족한 상태를 감안하면 사업 당위성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려 이를 부결 처리했다.
특히 이순학 의원(서구5, 민)의 경우 “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 계속 추진했다는데 그간의 추진과정이나 기본계획 등은 시의원들도 모르는 상태”라며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실현 가능성도 없고, 추진단을 구성하겠다는데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부결 이유를 밝혔다.
산경위 내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도 조례 제정을 위한 자료나 계획 등 준비가 미흡하다는 등의 의견을 밝혀 부결처리에 힘을 보탰다. 정해권 산경위원장(연수1, 국)은 “내용을 보니 기본적인 추진 방침도 없이 먼저 추진단 등을 구성하겠다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들어 산경위는 부결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어통용도시 사업은 지난해부터 인천경제청이 추진 의사 등을 밝힐 때마다 부정적인 여론이 중론이었다. 실제 지난해 10월 인천경제청이 영어통용도시 운영 방안 등을 명목으로 1억 원이 넘는 연구용역을 추진하려 했지만 인천시의 내부 심의에서 제동이 걸렸었다.
당시 시 용역심의위원회는 서울시 및 경기도 등이 유사 사업을 추진하다가 실패했고 인천시 역시 같은 사업을 하다 주저앉았던 과거 등을 예로 들면서 영어통용도시라는 개념 정립이 어렵고 시민들의 무관심 등을 이유로 이를 막았었다.
실제 인천시는 지난 민선4기(당시 안상수 시장) 시절인 2007년 ‘영어가 자유로운 도시’라는 제목의 사업을 추진하다 결국 무산된 사례가 있다.
지방의 경우 부산시가 ‘영어하기 편한 도시’라는 이름의 사업을 추진중에 있으나 부산지역의 시민 여론 전반 역시 긍정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계속 읽히고 있다.
그럼에도 인천경제청이 이 고집을 꺾지 않는 이유라면 대략 두 가지 정도로 추정된다. 하나는 ‘유 시장의 공약’이라는 명목, 다른 하나라면 공약발표 이후 해당 지역의 ‘극성 학부모’들에 의한 압력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실제 국내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영어교육을 갓난아기 시절부터 강제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나타났던 부작용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천 역시 다를 리는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10대들도 학교 교육을 통해서의 영어가 ‘외국어 개념’으로 배우는 것으로 생활언어로 배우는 것이 결코 아닌 만큼 정치권 혹은 지자체가 됐든 학부모가 됐든 영어사용을 강제하는 분위기를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인천지역의 한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근무하는 시민 김모씨(50)는 “이미 초등학교 등에 영어몰입교육을 강제하는 행태 등에 대해 전문가들이 의견 및 논문 등으로 문제를 의견을 밝힌 바가 있다는 걸 지역사회가 파악하고 있고 이 때문에 반대 여론이 많은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영어교육’이 생업인 경우의 시민들에게도 이 같이 ‘언어를 강제하는 행정’은 그 태도서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얘기다. ‘한글문화연대’ 등 한글관련 시민단체들도 반대하는 건 물론이다.
이 단체들은 “외국인을 상대로 소통의 여건을 개선한다는 목적을 넘어 내국인까지 강제로 영어 환경에 내몰리게 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굉장히 위험하다”며 공개적으로 비판의 뜻을 밝혀왔었다.
사업 내용 자체가 시민 공감대를 전혀 얻지 못함은 물론 백지화 요구까지 나오고 있지만 인천경제청은 아직 사업 의지를 꺾을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인천경제청은 조례안 부결에 따라 주민 의견수렴 등 절차를 거쳐 자체적으로 사업 추진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천경제청 측은 “추후 내부 논의를 통해 세부 사업 내용을 결론짓겠다”며 “올해는 시민 공감대 형성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비친 것으로, 이 같은 행정태도에 따른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배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