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지구 일대를 ‘영어통용도시’로 지정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사업 자체가 ‘개념정리’조차 되지 않은 데다, 전 세대에 걸쳐 한글 오용 등 사례가 만만찮은 만큼 행정력과 예산을 들여 강행하는 게 타당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5일자로 영어통용도시 추진위원회 구성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15~20명 규모의 추진위원단 등을 구성하기로 했다.
송도지구의 영어통용도시 사업은 유정복 현 인천시장이 선거 당시 내세운 공약 가운데 하나였다. 이에 인천경제청은 지정을 추진하기 위한 조례안을 최근 마련해 시의회의 심사 등을 조만간 예고하고 있다.
따라서 추진위원단은 사실상 유 시장의 자문기관이 되는 셈이다. 추진단 및 조례 등을 통해 영어통용도시 지정과 시범운영 방안을 마련하고, 도시 내부의 영어 필수 사용 범위와 방식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인천경제청은 최근 내부조직에도 보고 문서의 제목 및 소제목과 일부 내용을 영문으로 표기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와 경제청은 향후 사업의 지역 정착을 위해 행정복지센터와 교육지원청 및 국제기구·글로벌캠퍼스·국제학교 등과 협조 체제도 구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만만찮은 부작용을 낳을 것이 뻔하다. 우선 영어통용도시의 개념조차 정리가 되지 않은 만큼 공적사업에 영어를 섞어 서류를 만드는 등의 행태가 적잖이 혼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다.
특히 경제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추진단은 도시 내 영어 사용 범위나 방식을 구체화하는 등 영어통용도시의 기본적인 개념을 정립하는 역할도 맡게 될 것”이라는데, 이는 사업의 개념 자체가 아직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모든 언어가 다 그렇겠지만, 영어 역시 표현이나 기호 등을 사용했을 때 전달 과정에서 한국인은 이해가 힘들 ‘정서상 근거’의 혼선이 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언어다.
실례로 19세기 영국과 러시아가 맞서 써웠던 발라클라바 전투 당시 ‘영국군의 흑역사’로 기억되는 ‘경기병 여단의 돌격’ 참사는, 윗선에서 내려온 지령을 기병대가 지령의 ‘to부정사’ 표현을 오독해 벌어진 것이었다.
익숙한 언어를 사용해도 오독의 가능성이 있는 ‘언어 고유의 특징’을 외면한 채, 익숙하지도 않은 언어를 ‘공적 행정’에 강제투입하게 될 경우 시민 혼란 및 불편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얘기다.
실제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는 부산시(‘영어하기 편한 도시’ 사업)의 경우에도 시민단체와 한글연구단체 등에서 강력한 반발이 나왔다. 부산시는 시민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론 전반은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과 경기도에서도 과거 비슷한 사업이 추진됐으나 모두 실패했고, 인천도 민선4기 시절인 지난 2007년 ‘영어가 자유로운 도시’라는 제목의 사업을 추진하다 무산된 사례가 있다.
인천경제청는 송도는 물론 청라·영종 전반을 일상생활에서 영어로 의사소통하도록 환경을 만들겠다는 입장이지만, 논란을 떠나 ‘가능성’에서부터 의문이 생긴다.
기성세대 전반에 새 언어를 다시 정립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고, 영유아 및 어린이 등 10대들의 경우 한글의 기본적인 이해 부족 및 오용사례가 너무 많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하는 마당에 특정지역에 국한해 영어부터 강제주입하는 것이 타당성과 가능성 면에서 옳겠느냐는 지적이다.
한글관련 시민단체인 ‘한글문화연대’는 “외국인을 상대로 소통의 여건을 개선하는 작업은 필요하겠지만, 내국인까지 강제로 영어 환경에 내몰리게 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굉장히 위험하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영어교육 당사자들에게도 비판의 의견이 짙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일하는 시민 김모씨(50)는 “같은 공적 문서를 두 개 이상의 언어로 만드는 걸 넘어, 영어만 사용하게 강제한다던가 하는 것은, ‘언어의 의미 전달에 대한 오류 가능성’의 개념을 전혀 모르는 행위로 보인다”고 일갈했다.
그는 “현재의 10대들도 학교 교육을 통해서의 영어는 ‘외국어 개념’으로 배우는 것이지, 생활언어로 배우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이미 초등학교 등에 영어몰입교육을 강제하는 행태 등에 대해서는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 및 논문 등으로 나와 있을 정도로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민선4기 당시 같은 내용으로 실패를 했던 사례를 다시 반복하려 하느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유 시장의 공약을 어떻게든 밀어 붙이려는 모습이다. 인천경제청은 영어통용도시 운영 방안을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목적으로 1억 3천만 원의 예산 투입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 시 용역심의위원회는 “외국인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해 인천시와 국제기구 간 협정에 따라 지원되는 금액이 상당하고, 영어통용도시라는 개념 정립도 모호한 데다 시민들에게는 관심 없는 용역이 될 가능성도 많다”며 통과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해당 소식을 전해들은 인천지역의 시민단체 및 한글연구 관련 단체들 역시, 입법예고 기간 중 반대 의견 표명을 하는 등 대응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연수구 주민 박모씨(35)는 “송도지구 중심으로 영어도시 등이 운운되는 건 사실 외국인들을 생각했다기보다, 그곳에서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들의 극성 심리가 더 반영됐을 것 같다”며 “‘지역 교육에 대한 형평성 차원의 문제 제기’까지 될 수 있을 정도의 ‘완벽히 부적절한 사업’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전했다.



배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