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창 철거 논란에 ‘귀 닫고 문 잠근’ 인천시]

‘대국민 공개’라던 시민참여위 예고 없이 ‘비공개’ 전환
비판 여론에 대한 ‘불편한 심기’냐, ‘국방부의 압박’이냐

기사등록 : 2023-03-08 16:18 뉴스통신TV 배영수 기자
부평구 캠프마켓 조병창 내 1780호 건물 전경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7일부터 본격적인 철거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부평 미군기지(캠프마켓) 내 조병창 병원 건물의 존치를 위해 시민단체들과 정당들이 연대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가 결국 불통행정으로 맞받아치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8일 인천시는 이날 오후 인천시청사 내 영상회의실에서 개최하는 인천시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를 시민사회 및 언론에 예고도 하지 않은 채 돌연 비공개로 바꿨다.

 

문제는 해당 시민참여위원회가 전면공개를 전제로 공문이 전달됐음에도 시가 이를 예고도 없이 바꿨다는 점이다. 당시 이 공문은 대국민 공개라는 사항을 적시해 나상길, 유경희, 이단비 등 부평지역 인천시의원들을 비롯한 인사들에게 전달됐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시민단체 일원 및 지역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이하 추진협)’가 같은날 인천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추진협은 이날 일제침략과 강제동원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건물을 인천시가 없애려고 한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조병창 병원은 일본군 무기 제조공장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이 치료받던 곳으로 일제강점기를 비롯한 근·현대사가 집약된 공간임에도 시가 법 해석을 왜곡해 철거를 급히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1월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내고 이를 전후로 국방부에 캠프마켓 내 조병창 병원 건물을 철거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했다. 이에 국방부는 건물 해체를 위한 허가 신청서를 관할 구청에 제출하고 7일 본격 작업에 착수했다.

 

김형회 추진협 공동대표는 “(철거를 하게 되면) 결국 보이지 않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후대에 전달하고 후대가 기억토록할 수 있겠느냐 우리는 철거 반대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철거작업이 본격 시작된 7일에는 정의당 인천시당(이하 시당)지금이라도 보전의 방향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하라며 이를 규탄하는 논평을 낸 바가 있다.

 

시당은 작금의 일본 조병창 병원건물 일방철거가 일제 강제징용 문제 보상 논란 시점에 벌어지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의 중앙정부는 물론 윤 대통령과 같은 당 소속의 유 시장의 인천시정부 모두 역사를 제대로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방부와 인천시가 조병창 건물을 철거하려는 표면적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이 건물 하부 토양에서 오염 우려 기준(500/)을 초과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농도가 측정됐다는 이유다.

 

이에 시는 국방부의 건물 철거에 협조하고 건축물의 흔적과 주요 부자재 보존, 정밀기록화 작업 등으로 역사가치를 남겨두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건축물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정화작업이 가능하다는 건축영역 전문가들의 의견이 공론화된 데에 이어 철거를 강력히 요구하는 인근 주민들의 배경에 부동산 시장이 있다는 의혹 등이 표면화되면서 논란은 더욱 심화됐다.

 

추진협이 주장해 왔던 조병창 건물의 역사적 가치는 어느정도는 증명이 돼 있기는 하다. 조병창 병원 건물은 일제 강점기인 1939년부터 1944년까지 전국에서 강제동원된 노동자이 치료받던 시설로 해방 후에는 미군 및 한국군의 군병원으로 활용된 역사가 인증돼 있다.

 

병원시설로 사용됐다면 일제가 조선인에 대해 취해 온 산업재해와 인권 유린 등의 역사를 그대로 인증할 대표적인 현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조사들이 지금까지 제대로 진행된 바가 없다보니 건물의 역사가치도 아직까진 일종의 '공증'을 받진 못했다.

 

7일 오전 국방부가 조병창 건물 철거를 위한 기반작업을 시작하던 당시 장면 (사진=독자 제공 영상 갈무리)

 

벽돌구조인 조병창 건물은 총 1,324규모로 건립됐지만 6·25전쟁 때 피폭돼 2층 건물 중 1층 건물만 남아 있던 것을 주한미군이 전쟁 직후 주둔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군이 증·개축해 클럽으로 사용했었다.

 

조병창 건물은 역사적 가치는 분명 갖고 있었으나 시민 개방이 되면서 활용방안을 두고 지역 간 갈등으로 번졌다. 시민단체 일부와 정의당 인천시당 등은 일제 강점기 역사에 대한 사과가 없는 일본에 대한 증거를 위해서 남겨두어야 한다는 지역사회 차원의 존치 의견을 강조해 왔다.

 

반면 인근 아파트 주민과 부동산업계 관계자, 국민의힘 소속 지역 정치인 등은 조병창 건물은 일제 잔재라고 주장하며 조병창 건물을 비롯한 모든 구축건물들을 없애야 한다며 맞불을 놓아왔다.

 

특히 이들은 시가 지난 1월 조병창 건물 철거를 결정한 이후 모든 건물의 완전철거 후 공원을 조성하라며 인천시와 부평구 등에 민원 및 청원 등을 넣는 등 집단적인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는 조병창 건물의 존치 여부를 놓고 총 4차례의 간담회를 열어 왔으나 이 간담회를 통해서는 철거로 가닥을 잡은 태도를 보였다가 이를 파악한 일부 시민 및 활동가, 정치인 등이 시의 자세에 대해 SNS 등으로 공개저격을 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시의 자세를 감안하면 시는 지난해 인천시·국방부·문화재청과 3자 논의를 통해, 건물을 보존하면서 법정 기간인 2023년에 맞춰 토양 정화를 끝낼 수 없겠다는 판단을 이미 내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진협 및 정의당, 건축전문가 등이 철거 없이 토양 오염을 정화하는 방법 및 정화 작업 기한을 유예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가 이런 결정을 외면한 채 이미 자체적으로 내린 잠정 결정을 그대로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철거를 요구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일산과 같은 호수공원, 대형복합쇼핑몰 유치등의 의견에 이어 지역 부동산업계에서도 철거 찬성의견들이 나오며 부동산업자와 여론을 조성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자, 이에 철거를 원하는 주민들이 우릴 업자로 몰지 말라고 반박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감정싸움들을 하기도 했다.

 

결국 정당의 비판 논평 및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 등 반대 여론에 대해 인천시가 불통으로 받아친 형국이 된 셈인 만큼 논란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시민참여위를 통해 철거계획 등을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방부가 사전 시점에 해당되는 7일부터 철거작업을 본격화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방부의 압박(비공개를 요구할 것) 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앞서 언급대로 시 내부에서 비판 여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느끼고 불통행정으로 일종의 감정싸움같은 것을 시작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추진협 측은 조병창 병원 건물 앞에서 철거에 항의하는 촛불시위 등 반대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조병창 병원 건물의 철거과정에 대한 백서 발간 등 작업도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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