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이어지자 지역 시민단체들이 전국적으로 연대하는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
오는 주말에는 서울 도심서 이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도 예정돼 있으며 다음 주 주말엔 전국 청소년들의 시국선언까지 예정된 것으로 알려져 화난 민심이 전국단위로 조성될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인천평화복지연대와 대구참여연대, 광주 참여자치21 등 전국 19개 단체들은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를 구성하고 4일 ‘이태원 참사는 전적으로 국가 책임, 원인 규명하고 책임 물어야’라는 주제의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156명의 피해가 국가,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누구라도 제 역할을 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으나 국가와 부재로 막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애도기간을 정한 정부가 정작 밀실에선 책임을 회피하고 희생양을 만드는데에 골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단체들은 “국가 책임이 명백한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것을 촉구하며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책임을 방기한 이상민 행안부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참사의 책임자들을 파면하는 등 응당한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이태원 참사가 주최자가 없는 모임이기에 책임이 없다는 식의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헌법 제34조는 ‘국가가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및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까지 갈 것도 사실 없다. 당시 위험하다는 신고가 당일 오후 6시경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일찍부터 구조요청 등 조치를 했음에도 제대로 응답하지 않은 경찰과 정부의 책임이 명백해졌다.
또 정부의 변명대로 주최자도 없으면 정부와 경찰, 지자체에 안전 관리의 책임이 전가됨은 당연한 논리다. 결국 이런 정황을 보면 시선에 따라서는 윤석열 대통령 등 정부 관계자들이 ‘국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다고 볼 수도 있게 된다.
실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안부장관 등 정부의 책임회피성 발언과 경찰 조치 태만 등 정황이 나타나며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20%대(한국갤럽 조사)로 내려가 있는 상태다. 참사의 책임론에 대한 여론조사(미디어토마토 조사) 역시 응답자의 73%가 정부 책임이라고 나타났다.
참사에 대한 최종 책임자가 윤 대통령임을 국민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들 단체들은 “대통령과 정부가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고 직접 사과는 물론 정부와 경찰, 지자체 책임자들이 나서서 사과해야 하며, 핵심 책임자인 이상민 행안부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부터 파면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이들은 “참사의 직접 책임이 있는 경찰이 501명을 투입하여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하고 경찰과 지자체, 정부를 제대로 수사하겠다고 나섰다는데 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리라 믿기 어렵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수사를 경찰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와 조사의 독립성과 객관성 확보를 위해 수사와 진상규명의 과정 전반에 피해자와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시키라는 입장이다.
진상규명과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사가 발생하게 된 구조적인 문제는 물론 작동하지 않은 안전관리 시스템,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 경찰 대응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요구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정부가 선포한 국민애도기간 등안 경찰청 정보국은 ‘정책참고자료’라는 이름의 대외비 문건을 생산해 대통령실에 보고했다는 소식도 들려와 논란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이 문건의 내용 중 ‘정부 부담 요인에 관심 필요’라는 부분이 밝혀지며 논란은 더욱 부채질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가 정권에 부담을 줄까 걱정하면서 정권의 보위에만 골몰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충분히 제기할 수 있기 때문. 이 문건내용을 추정컨데 그간 정부가 시민단체를 사찰했을 수도 있고, 반정부 시위를 어떻게 하면 막을지를 먼저 고민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가능하다.
이들 단체들은 “여전히 참사를 ‘정권 안보’의 관점에서 관리할 대상으로 보는 경찰과 정부의 관점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참사의 진정한 애도를 위해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치는 목소리를 막아서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한편 서울지역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국민애도기간 마지막날인 5일 오후 5시에 서울 시청역 7번 출구 앞 대로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를 열 계획이다. “무책임한 정부가 참사를 불렀다”는 주제로 국민들을 불러모아 촛불을 켜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해당 집회는 당초 광화문에서 열기로 했으나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이 수장으로 있는 서울시가 불허 방침을 내리고 경찰까지 집회 금지 통보를 하면서 장소를 바꾸게 됐다”는 설명이다. 집회장소 변경 과정에 정부의 조직적인 밀실행동이 있었다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주최측에 따르면 참가자 예상 수는 약 10만여 명이다. 해당 촛불집회가 예정되자 온라인 부동산 카페, 보수단체 등의 커뮤니티(주로 네이버)를 중심으로 일부 네티즌들이 “배후가 민주당”이라는 글들을 빠르게 퍼나르고 있다.
하지만 다음 주 주말인 12일에는 전국 1,500여 명의 중·고교생들까지도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한 시국선언을 예정하고 있는 상태다. 사실상 이태원 참사 전후의 여론이 윤 대통령에게 ‘최악’의 국면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