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위험 ‘가볍게’ 여겼던 정부]

HUG 우려·조치요청 무시...조치할 ‘골든타임’ 놓쳐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에 소극적 자세 ‘이것이 이유?’

기사등록 : 2024-08-13 16:56 뉴스통신TV 배영수 기자
인천 미추홀구에 소재한 전세사기 아파트에 피해구제방안 등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지역을 덮친 ‘대규모의 조직적 전세사기 사태’와 관련해 전세사기 사건들이 본격화되던 당시 정부기관이 우려와 조치를 요청했지만 정부가 이를 가볍게 여기고 ‘패싱’했다는 감사보고가 나오면서 정부의 ‘책임론’이 다시 한 번 제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이러한 패싱이 ‘여당인사’인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재직에도 당시 벌어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현 정부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등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가 배경이 되지 않았겠냐는 일각의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이 13일 발표한 ‘서민주거 안정시책 추진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국토부는 전세보증 사고가 급증하고 있음을 감지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조치 등 요청을 사실상 무시하는 등 전세보증 제도를 허술하게 관리한 끝에 결국 이 제도가 전세사기에 악용되는 등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의 보고서를 아주 간단하게 정리하면 국토부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전세보증 제도를 부실하게 관리하면서 결국 전세보증 제도의 허점이 전세사기에 악용되고 이로인해 HUG의 재정손실도 악화되는 등 정부가 조직적 전세사기를 적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기와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0년 9월부터 2022년 HUG는 국토부에 담보인정비율과 공시가격 적용비율 하향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의견과 함께 조치를 요청했었다.

 

당시 요청은 2021년 5월 세입자 136명을 상대로 298억원 규모의 깡통전세 사기사건ㅇ;었던 ‘세 모녀 전세사기 사건’을 필두로 전세보증이 전세사기에 악용되는 사례들이 속속 나왔고 동년 10월에는 향후 주택 경기와 무관하게 전세보증 사고로 수조 원 규모의 대위변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재정위험성에 대한 관리가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HUG는 앞서 언급대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이 내용을 담은 조치를 요청한 건수가 한두 번이 아닌 무려 16차례에 걸쳤지만 국토부는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HUG의 조치 요청 등을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감사원의 조사 결과 밝혀졌다.

 

감사원은 감사 기간 중 확인한 결과 담보인정비율 90% 초과 구간의 2021년 사고율은 7.83%로 전년의 6.84% 대비 상승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게 국토부가 손을 놓은 사이 전세사기 피해가 심각해진 뒤에야 국토부는 2022년 6월 들어 대책 검토에 나서 지난해부터 공시가격 적용비율을 150%에서 140%으로, 담보인정비율을 100%에서 90%로 하향하는 등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답습했다.

 

감사원은 국토부가 이렇게 전세사기 제도를 부실하게 운영하고 사태가 본격화된 뒤에야 뒷북을 친 끝에 HUG의 전세보증 대위변제 금액이 올해 4조 2천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면서 만약 국토부가 HUG의 요청 후 시점이었던 2021년 10월에라도 담보인정비율을 90%로 하향했다면 약 3조 9천억 원 정도의 보증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감사원 측은 “과도한 보증한도로 인해 전세보증이 전세사기에 악용되는 등 국토부가 부실하게 대응하고 지연시킴으로서 전세보증 사고 및 대규모 전세사기 발생으로 인한 HUG의 재정 악화를 결국 막지 않은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물론 HUG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감사원의 입장이다. HUG는 전세보증 제도를 악용한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악성 임대인의 전세보증가입을 막는 등의 추가조치를 하지 않아 일을 더 키웠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HUG의 전세보증 대위변제 내역을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상위 10명의 임대인은 평균 305건(712억 원)의 대위변제를 일으켰고 최초 대위변제 발생 전 평균 455건(899억 원)의 전세보증에 가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HUG가 악성 임대인을 가려내기 위한 추가심사제도를 도입해 운영한다면 전세사기가 반복되는 문제들을 일정 수준 이상은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감사원이 지적한 국토부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국토부가 확정일자 현황 정보만 제대로 봤어도 임대업자의 임대차계약 신고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가 가능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았다는 것.

 

감사원은 감사 기간 인천시 미추홀구와 서울시 강서구·관악구 등 3개 구를 표본으로 2020년 8월 18일부터 지난해 10월 25일까지 확정일자 부여현황 정보와 임대차계약 신고 정보를 대조해 봤다.

 

그 결과 전체 4만 34건의 임대차계약 중 12.7%에 해당되는 5,090건이 신고되지 않아 임대보증 가입 여부를 점검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감사원은 실제 미신고 대상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자명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또 현행법을 무시한 채 표준임대차계약서 서식에 임대보증 미가입 사유로 ‘보증회사의 가입 거절’을 포함시킨 것은 물론 렌트홈(온라인 임대등록시스템)에서도 임대사업자가 가입 거절을 선택한 경우 지자체가 신고를 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만한 운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실제 감사원이 3개 구 한정으로 임대차계약 신고가 수리된 내역을 살펴보니 총 1만 3,777건의 임대차계약이 수리됐고 이 중 무려 73.6%에 해당되는 1만 135건이 수리 이후에도 임대보증에 가입하지 않았으나 과태료 부과가 진행되지 않은 것이 발견됐다.

 

현행법상 표준임대차계약서 서식을 만들 때 임대보증 미가입 사유는 ▲가입대상 금액 0원 ▲임대보증금 우선변제금 이하 ▲공공주택사업자와 임대차계약 체결 ▲임차인의 전세보증 가입 등 4가지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 스스로가 현행법을 무시한 채 방만한 제도 운영을 해온 끝에 다수의 민간임대주택이 지방자치단체의 임대차계약 신고 여부 점검 대상에서 빠지고 임대보증에 가입하지 않아도 임대차계약 신고가 수리돼 과태료 부과 대상에 누락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HF의 경우에는 서민주거 안정 목적으로 진행되는 전세대출보증에 고액 임대차계약이 가입하는 일이 나타났음에도 이를 방치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HF가 전월세 구분도 안한 채 단순히 임차보증금만을 기준으로 전세대출보증의 가입 허용 여부를 결정하면서 이러한 구멍이 생겼다는 것이다.

 

HF는 내부 규정으로 임차보증금 7억 원(지방 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 전세대출보증 가입을 승인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임차보증금 대신 월세를 올리면 보증 운영 목적과 다르게 고가 주택도 전세대출보증에 가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감사원이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HF의 전세대출보증 발급 건에 대해 전월세 전환율을 고려해 임차보증금을 재산정한 결과 무려 2,123건이 가입 요건을 초과했고 이 중 주택 가격이 12억 원 초과 건이 826건, 20억 원 초과 건이 211건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라고 엄중히 요구하는 한편, HUG에는 악성 임대인에 대한 보증가입 거부 방안을 마련토록 통보했다. HF에 대해서는 전월세 전환율을 적용해 임차보증금을 재산정하고 고액 임대차계약에 대해서는 보증가입을 승인하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와 관련해 HUG의 경우 올해 하반기 중으로 전세보증 50건 초과 가입 임대인에 대해 전세 계약의 적정성 검증 등 추가 심사를 도입할 예정이라는 발표를 하며 어느정도 조치하겠다는 메시지는 전한 바가 있긴 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는 집값 급등기에 정부의 전세보증 제도가 무자본 갭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건축주와 공인중개사가 공모한 전세사기로 많은 임차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했다”고 밝히고 “이미 지난해 2월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며 배경을 전했다.

 

한편 인천시의 경우 그간 시의회 등에서 야당(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인천시가 전세사기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심하게는 관련해 기껏 세운 수십 억 원 대 예산을 석연찮은 이유로 불용처리하는 등의 행정자세들이 지적돼 왔다.

 

또 전세사기 문제가 가장 심각하게 수면 위로 떠올랐던 2022년 이후 국토부장관을 역임(2022년 5월~2023년 12월)한 원희룡 전 장관이 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음이 사실상 드러나 이에 대해서도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경로들을 통해 비판의 수위를 높일 것도 일부 예상이 되는 부분이다.

 

물론 HUG가 국토부에 담보인정비율과 공시가격 적용비율 하향을 요구한 최초의 시점이 2020년이었고 이를 적기에 대응할 수 있었던 최초의 시점 정도가 2021년 경부터였다는 내용이 있고 보면 문재인 정부 시절 국토부장관이었던 노형욱 전 장관(2021년 5월~2022년 5월)의 책임소재도 물을 수 있는 만큼 여야가 이른바 ‘책임 공방’을 벌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전세사기 사망자 중 일부가 극단적 선택 등으로 목숨을 잃은 이후였던 지난해 4월 국민의힘 지도부(당시 당대표 김기현)가 사망자의 빈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말싸움에 가까운 마찰을 보이고 돌아간 바 있으며 국힘 소속 인천시의원들은 전세사기 문제에 거의 입을 다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여당의 여러 ‘책임회피’의 자세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이 문제는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책임론이 더 엄중히 나타나는 분위기를 부정할 수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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