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관내에서 고객에게 주문상품을 배송 서비스하는 소상공인들에 대해 인천시에 이에 대한 지원 및 중국 이커머스 시장의 침공에 대한 대응 일환으로 ‘반값 택배’ 지원사업을 발표했다.
그간 인천시가 소상공인의 폐업 비율이 40%에 달한다며 심각하게 보고 있었던 만큼 ‘절실함의 차원’에서 마련한 지원책인데 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로서의 한계와 동시에 장점과 단점도 명확한 만큼 효과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18일 인천시청사에서 인천소상공인연합회와 인천교통공사 등 유관단체들과 현재 운영중인 ‘소상공인 공동물류센터’의 혜택과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한 ‘인천 소상공인 반값 택배’ 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천시의 이러한 지원은 최근 중국의 전자상거래 플랫폼(대표적으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이 국내 유통시장을 뒤흔들면서 올해 2월 기준으로 국내의 중국 플랫폼 이용자 수가 1,300만 명이 넘었다는 통계에 따른 심각성 인지가 배경이다.
중국 플랫폼들이 초저가와 빠른 배송을 전략화하고 있는데 특히 이중 알리 익스프레스는 올해 안으로 국내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는 등 3년 동안 1조 4천억 원을 한국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정부 내에서도 대책이 절실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현재 인천시가 소상공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사업 중 하나가 반값 택배 지원사업을 통해 소상공인의 물류비 부담 완화와 배송속도 향상 등을 통해 판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협약 내용에 따르면 인천시는 1단계 사업으로 오는 10월부터 내년 6월까지 인천 지하철 1~2호선 57개 역사 중 30개 역사에 소상공인 택배 집화센터를 설치키로 했다.
소상공인이 집화센터에 택배 물품들을 직접 직접 접수하면 접수된 모든 물량을 대상으로 택배시장 평균가격 대비 50% 절감된 반값 택배 서비스를 연간 120건 한도로 지원한다. 평균을 나누면 한 달에 10건 꼴인데 관내 소상공인 72%의 월평균 택배발송 물량이 10건 내외라는 점을 대입한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이 집화센터로 이동이 힘든 경우에는 택배 직접 픽업도 가능한데 다만 이 때는 절반이 아닌 25%(1/4) 선에서의 지원이 이루어지긴 하나 이 서비스는 무제한으로 제공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2단계 사업으로 오는 2025년 7월부터는 인천지하철 1~2호선 57개 모든 역사에 집화센터를 설치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시는 이 지원사업의 핵심은 소상공인의 물류비용 절감과 빠른 배송을 통한 소상공인 물류경쟁력 강화라고 밝히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소비 패턴의 확산으로 온라인 쇼핑 시장은 작년 기준 227조 원 규모로 급속하게 성장했지만, 대기업의 온·오프라인 시장 진출 확대와 해외 직구 플랫폼의 공세로 인해 매출 물량이 적은 소상공인들은 경쟁력 확보가 더욱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천시 소상공인의 72%는 월평균 택배발송 물량이 10건 내외인데 소규모 물량으로는 기존 택배사들과 계약이 어렵고 계약시에도 단가가 높으며 기존 대형 택배사들은 소상공인을 위한 당일배송 상품이 없어 당일배송 서비스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시는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전기 화물차로 픽업하는 방식으로 확대할 경우 매년 200억 원 예산이 필요하지만 현행 집화 방식과 병행하면서 지하철 57개 역사와 지하철을 활용하는 물류체계를 구축하면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도 지속적으로 사업을 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시스템 운영이 안정화되면 추가 재정부담 없이 인천시민들도 25% 할인된 가격으로 택배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인천시는 이러한 지원사업이 전국 최초 시행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려운 사례라고 설명한다. 다만 시가 갖고 있는 자부심만큼의 효과가 이 사업을 통해 얼마나 발휘될 수 있을지는 아직 단정이 힘든 상태다.
우선 시가 지원하는 택배 비용 지원에 대한 내용이 1차적으로는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이긴 하지만 다음 순위는 ‘시민 전체’가 되는 만큼 반값만큼 지원 혜택을 받은 소상공인이 어느 정도는 이를 고객에게 환원할 필요가 있는데 시의 이번 시스템에는 그것을 보장할 수 있는 부분이 아직 없는 상태다.
예를 들어 하나의 택배를 배송해주면서 고객에게 건당 3천 원의 배송비를 부과하는 소상공인이 인천시의 이 지원사업을 통해 건당 1,500원(1/2 비율) 내지 750원(1/4 비율)을 받았어도 정작 고객에게는 그대로 3천 원의 배송비를 똑같이 부여한다면 결국 소상공인들에게는 혜택이 있어도 시민들에게 혜택이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인천시가 이 사항들을 모니터링하거나 시정케 하는 등 ‘콘트롤’을 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통상적으로 배송비가 제품 구매 시 함께 묶어 결제되는 것임을 감안하면 공공기관에 해당되는 인천시가 이를 제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사실 이 지원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소상공인의 폐업 비율 등 부정적인 지표들이 너무 심각해서 일단 절실함의 차원에서 시급히 도입하다보니 거기까지는 생각이 닿지 못했던 건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택배비 혜택을 고객에게도 나누지 않을 경우 인천시가 제어할 방법은 없지만, 정말 그렇게 하는 소상공인이 있다면 시민들께서 알아보시리라 생각한다”며 “만약 그 문제가 공식적으로 제기되거나 확산되거나 한다면 시 차원에서도 대응책은 강구하리라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더 결정적인 문제는 현재의 소상공인이 처한 어려움들이 인천시의 설명대로 ‘중국 이커머스 시장의 침공에 대한 대응 일환’이라면 택배비 정도의 지원으로는 어림도 없어 보인다는 게 더 크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가격 때문에 이제는 국내 쇼핑몰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밝힌 연수구 주민 김모씨(40)는 “최근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OLED TV를 하나 구입했는데 비슷한 스펙으로 한국서 판매하는 제품의 무려 1/10 가격밖에 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며 “앞으로도 공공지원이 있다 해도 국내의 플랫폼이 중국시장의 미친듯한 가격 경쟁력을 따라갈 수 있을 지는 회의적”이라고 의견을 냈다.
이런 의견들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사실 중국 이커머스업계의 한국 침공은 정부에서도 굉장히 시급하게 보고 있고 우선은 우리 시의 역량 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급히 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며 “사업을 하겠다고 하자 정부 관계자들도 우리 시의 이 지원사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해왔는데 그런만큼 이 사업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일 것 같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