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에서 또 ‘병원 기습 폐업’ 사건이 일어났다.
이번엔 미추홀구에 소재한 요양병원이다. 갑작스럽게 문자 안내를 받은 환자 측은 다음 달부터 건물 출입도 불가능해 발을 동동 구르게 됐다.
이미 인천서는 관내 여러 곳에서 의료법을 무시한 ‘기습 폐업’들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어 국가 차원의 강한 제도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추홀구 숭의동 A요양병원 환자 보호자 및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병원은 29일 환자(보호자 포함) 및 직원들에게 ‘내일까지만 운영한다’며 사실상 ‘기습’에 가까운 폐업 공지를 전달했다.
지하 5층, 지상 10층짜리 건물에 280여개 병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병원에는 현재 50여 명의 환자들이 입원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병원 개원시기가 올해 1월로 시기가 몇 달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급히 폐업한 것이다.
심지어 해당 메시지를 받은 병원 직원들도 사전에 폐업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경우가 부지기수였던 데다 폐업을 하겠다는 병원 곳곳에 붙인 안내문에서 ‘(5월부터는) 출입 시 ’영업방해‘로 신고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적시해 논란은 한층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폐업 결정에 관계된 병원 측 관계자들의 연락은 되지 않고 있는데 일단 병원 건물 곳곳에 붙인 안내문을 통해 밝힌 사유는 ‘경영 상 어려움’이라는 내용이 전부다. 어떤 내용이 어떻게 어려웠는지 등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
게다가 병원의 기습 폐업은 현행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내용이다. 의료기관 개설자가 폐업하려면 폐업 신고 예정일 30일 전까지 입원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것이 현 의료법(제40조)의 적시사항이다.
또 폐업 등 사유가 있을 경우 입원 중인 환자들에게는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등 환자 권익보호 조치를 하도록 하는 사항도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이 병원은 아예 법을 ‘깡그리 무시’한 셈.
입원해 있던 환자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붙었다. 입원해 있던 한 환자를 관내 다른 병원으로 가까스로 옮겼다고 밝힌 한 보호자는 “요양병원이라 건강 상태가 중증으로 심각하거나 고령층 환자들이 많은 상황이 아니냐, 이런 식으로 통보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병원 직원들도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 병원 내 한 근무자는 관내 옮길 수 있는 병원을 환자들에게 안내했다고 밝힌 뒤 “이달까지만 급여 지급이 가능하다는 문자 안내를 일방적으로 받아 당황스럽다, 당장의 생계 문제로 앞이 막막한 상황”이라며 어이없어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전개됐음에도 병원 측은 미추홀구에 폐업 신고도 즉각 접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추홀구 측은 “(이날 정오 기준) 아직 신고접수는 안 됐다”면서 “병원이 오래되지도 않았고 상황도 심각한 만큼 일단은 경위를 먼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인천 관내에서는 지난해 2월과 3월 부평의 모 요양병원과 서구 청라지구 내 모 재활병원 등이 하루 전 일방적으로 폐업을 통보하면서 지역사회에서 큰 논란이 됐었다. (관련 기사들 하단 링크 참조)
모두 ‘경영 상 이유’였는데, 모두 의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사례였다. 이번 미추홀구 역시 마찬가지의 위반 사례다.
따라서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계가 현행 의료법을 대놓고 무시한다고 볼 수 있는 만큼, 기습 폐업을 강행하는 사업자가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징벌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