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인천시 관계자들이 학익유수지 현장점검에 나섰던 모습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미추홀구 내에서는 유일한 생태습지이며 철새 서식지로 알려져 있는 학익유수지가 인천시의 매립계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지역 환경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이 반대성명을 내고 맞섰다. 

15일 인천환경운동연합과 인천녹색연합, 가톨릭환경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자연을 호흡하는 휴식처이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자연학교이자 생태 습지가 된 학익유수지를 무참하게 메운다는 인천시의 발상이 터무니없다”고 꼬집었다.

성명의 발단은 인천시가 오는 4월부터 3억 3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학익유수지 매립 및 대체 유수지 조성 타당성 검토 용역’을 실시할 예정임을 밝히면서 유수지를 메워 복합 문화·체육시설 등을 들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다.

인천시가 이러한 매립계획을 구상하는 구실로는 ‘주민 민원’을 꼽고 있는데 시민단체들은 몇 건의 민원을 구실로 환경을 파괴하는 토건사업을 추진한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익유수지는 과거 갯벌을 매립해 개발하면서 생겨난 갯골에 홍수 방재 기능을 가진 공간으로 조성했다.

한때는 인천시의 관리 소홀로 인해 도심 오수 유입 및 쓰레기 무단 투기 등으로 민원의 대상이 됐다가 2008년 이후 해수 유통과 환경개선사업 등으로 상황이 호전되면서 환경단체들로부터 존치 필요성이 강조돼 오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 말똥게와 도둑게가 유수지 내 갈대밭 근처에서 관찰되면서 당시 가톨릭환경연대가 안동하 박사와 진행한 동년 9월 27일 조사에서는 방게, 세스랑게, 칠게, 비틀이고둥, 기수우렁이, 빨강기수우렁이, 따개비 등 다양한 갯벌생물이 관찰되기도 했다.

이렇게 생태계 먹이사슬이 살아있는 갯벌에 미추홀구에서는 바다로 통하는 유일한 습지 공간으로서 지역민과 전국의 탐조 활동가들로부터 저어새를 비롯해 매, 흰목물떼새, 검은머리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등 멸종위기 철새들이 모여드는 생태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인천의 깃대종이자 멸종위기종 저어새가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도심에서 번식하는 공간인 남동유수지와 6km 거리에 인접하면서 어린 저어새들이 날아와 먹이를 구하거나 쉬는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저어새 생태 연구가들과 탐조활동가, 학생들은 학익유수지를 ‘저어새 유치원’이라고 불러오기도 했다.

또 여름뿐 아니라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혹부리오리, 흰죽지를 비롯한 겨울 철새, 희귀조류인 물수리, 봄에는 검은머리물떼새도 찾아어면서 전국의 탐조인과 사진가들이 모여드는 생태사진 촬영 명소로도 자리를 잡아왔다.

최근 야생조류 연구가들과 야생조류 보호단체, 인천의 환경단체, 주민단체 등이 학익유수지의 철새를 모니터링한 결과 지난해 저어새는 최대 59마리가 관찰됐고 그 중에는 홍콩과 대만을 오가는 저어새도 확인됐다는 게 환경단체들의 설명이다.

인천환경운동연합 등은 “학익유수지는 일개 지자체가 함부로 메워버려도 상관없는 공간이 아닌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AF)에 당당히 들어갈 만한 국제적인 철새 도래지”라며 “인천시는 최근 송도에 철새이동경로사무국까지 끌어들인 당사자가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어느 지자체들보다 환경문제를 심도있게 검토해야 하는 인천시가 ‘민원’을 구실로 환경파괴를 야기하는 토목사업을 벌이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논리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인천시에 ▲학익유수지 매립 논의 중단 ▲악취 민원 해결을 위한 해수 유통을 하루 1회에서 2회로 증가 ▲서식지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의 최소한의 준설 방안 강구 ▲학익유수지의 야생생물 및 습지보호지역 지정 및 합당한 보전 시책 강구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공동성명에 참여한 인천지역 환경단체 및 시민단체들은 다음과 같다.

가톨릭환경연대, 관교동(주민자치회, 새마을부녀회, 새마을협의회, 사회보장협의체, 통장자율회,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협의회, 방위협의회, 여성방범회), 용현2동 주민자치회, 용현3동 주민자치회, 인천녹색연합, 인천야생조류연구회, 인천환경운동연합, 저어새NGO네트워크, 주안1동 주민자치회, 주안3동 주민자치회, 학익1동(주민자치회, 바르게살기협의회, 방위협의회, 자율방범대), 학익1동 마을을 걷는 사람들, 한국탐조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