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을 비롯해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전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빚을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부동산이 부지기수로 나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위해서는 현 정부 들어 3.50%까지 오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답’이라는 의견이 중론화되고 있으나, 국제경제 동향 상 금리 인하의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 등 시장 예상은 아직 단정이 힘든 상태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토지, 건물, 집합건물 등)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총 10만 5,614건으로 2022년에 비해 6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임의경매라 함은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빌린 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것을 말하는데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가 10만 건을 넘어선 것은 2014년 12만 4,253건 이후 9년 만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 현상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간 부동산이 급증한 일종의 ‘부작용’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가 신청된 부동산 가운데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등)은 3만 9,059건으로 이 역시 2022년 2만 4,101건에 비해 62%나 늘어난 수치다.
저금리 시절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영끌족’들이 고금리를 버티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3개월 이상 이자가 연체되면 금융기관이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같은 부동산 시장 침체 및 고금리의 영향은 한국부동산원이 주간으로 발표하는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매매시장에서의 관망세가 뚜렷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전세시장의 가격 상승이 어느정도 나타나는 그래프가 지난해 말 경서부터 지속되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 발표 중 가장 최근 자료인 1월 4주차 아파트 가격 동향(기준일 22일)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시장은 -0.05%로 뚜렷한 하락세를 그린 반면 전세시장은 0.02% 상승했다. 인천도 매매 -0.03%, 전세 0.03%의 동향으로 분위기 자체는 비슷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금리인하에 대해 기대감이 있는 것은 맞다. 사실상 대한민국 기준금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정하는 기준금리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만큼 연준의 금리 인하가 한국의 금리 인하로 이어진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연준이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향후 통화정책 전망에서 기준금리가 이번 긴축 사이클의 고점 혹은 고점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었다.
그러나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동결 및 미국의 지난 4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아 연준이 금리 인하 시기(연준의 현 기준금리는 5.50%)를 생각보다 늦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CB는 현지 시각 기준으로 25일 통화정책이사회를 열어 기준금리 연 4.50％, 수신금리 연 4.00％, 한계대출금리 연 4.75％로 각각 동결했다. ECB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해 10월부터 3차례 모두 금리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이같은 ECB의 기준금리 동결 소식에 시장은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언제가 될 지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앞서 밝힌대로 연준의 최근 FOMC 의사록에서 나왔듯 연준에서는 향후 기준금리를 더 올리지는 않을 거라는 일종의 ‘힌트’가 있어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충분히 나올 수는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 경제가 고금리·고물가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3.3%로 당초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전망한 2.0% 내외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나면서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상당히 꺾인 상황.
그러자 국내 증권시장 등에서도 연준의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등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현재로선 제법 낮아진 분위기가 엿보인다.
실제 최근 로이터통신은 이코노미스트 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여 나왔다고 밝힌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를 2.6%로 발표했다. 딱히 호황이랄 것도, 또 별다른 침체랄 것도 없다는 것인데 이중 미국에 대해서는 소폭의 호조세를 전망하기도 했다.
사실상 올해 세계 경제가 특별한 침체기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인데 지금의 부동산 시장이 사실상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전제하면 그 기대감을 갖고 있을 입장에서는 다소 힘이 빠질 수도 있는 부분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는 일종의 ‘조건부’가 있긴 하지만 현재보다 금리가 더 인상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낮아질 거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최근까지 이야기가 돌던 ‘3월 금리 인하’는 지금으로선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준은 오는 현지 시간 기준 30~31일 1월 FOMC 회의를 통해 금리를 결정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사실상 동결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금리인하 시점에 대해 ‘힌트’를 흘려줄 것인지의 여부가 사실상 ‘가장 주목할 부분’으로 평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