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국회 소통관에서 하태경 국민의힘 국회의원(사진 왼쪽)과 정승연 국힘 인천시당 주민참여예산특별위원장이 인천지역의 한 시민단체의 명예훼손 혐의 고소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인천시당)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예산을 무기로 전국 시민단체들에 대한 ‘길들이기’ 논란에 서 있는 국민의힘이 이번엔 이를 두고 공무원들에게까지 관련해 검찰 고발 등 행로를 이어가고 있다. 

이미 시민단체들에 대한 정부 여당의 태도가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돼 있는 시점에서 자신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공무원에게까지 ‘위협’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정승연 국민의힘 인천시당 주민참여예산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위원장은 25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인천시청 담당 공무원들을 인천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또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 운영을 맡은 A 사단법인 대표와 B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을 검찰에 함께 고발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내용으로만 보면 국민의힘 측은 아직 피고발인 수는 정확히 알리진 않았다.

정 위원장은 “2018년 당시 시민사회단체 A가 급조한 사단법인 B가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 운영 위탁에 단독 공모해 수백억 원에 달하는 사업 운영권을 획득했고 이후 인천시는 계획형 참여단체로 B를 선정하는 등의 과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시가 집행한 주민참여예산 사업 930건 중 152건이 지방재정법과 인천시 조례를 위반했다”며 “담당 공무원들은 반드시 열어야 하는 주민참여예산 총회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260억 원이 넘는 사업을 선정했다”고 주장했다.

특위는 B사단법인이 A단체 등 자신들과 관련된 단체들을 주민참여예산 지원 단체로 선정했을 것이라고 보고 수사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피고발인들에 대해 추후 형사고발을 확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사실상 엄포’를 놓기도 했다.

지난 7월 당시 국힘 특위는 인천시의 주민참여예산 지원사업을 두고 하태경 국회의원(부산해운대갑, 국)과 정 위원장 등이 나서서 A단체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이어왔고 지금도 이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당시 하 의원 등은 “‘A단체는 C당 하부 조직’, ‘주요 의사 결정권자가 정당 소속이면 정당의 하부 조직’, ‘A단체가 급조한 단체가 시 위탁 사업을 따낸다. 사전 결탁이 없으면 설명이 안된다’” 등의 코멘트를 한 것이 주요 언론들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또 정 위원장은 당시 특위에서 “사실상 인천시의 예산권을 특정 단체에 넘겼다”고 주장하고 추후 보도자료로도 “A단체 대표가 임기 중에 특정 정당의 당적을 유지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A단체는 이들의 주장이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하며 이들 두 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들의 자체 규약에는 ‘상임 대표와 공동대표는 정당에 가입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고 특위가 문제 삼은 인물은 2016년 해당 단체 대표 당시 무당적 상태였다는 등의 논리다.

그러자 하 의원과 정 위원장은 국회에서 즉각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입수한 검찰 자료에 따르면 해당 인물이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2017년 C당을 탈당했다고 기록돼 있기 때문에 A단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당시 이러한 정황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진영은 전국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여당의 태도를 언급하며 “국힘 측이 단순히 마음에 안 드는 특정 시민단체를 겨냥하는 게 아니라 시민단체 활동에 재갈을 물리려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기도 했다.

또 과거 인천시의회에서도 유경희, 김대영 시의원 등은 “예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바로잡는 게 먼저지, 이를 빌미로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면 결국 ‘주민자치’를 ‘정치’로 죽이려 하는 것”이라며 유정복 인천시장을 질타한 바 있다.

민선 7기에 늘어난 예산은 주민참여예산의 비중을 늘려 시민이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빈도를 높이자는 취지가 배경이었는데 몇몇 부분에서 나타난 행정 상 문제를 빌미로 정부여당이 짓누르는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선 7기 당시 인천시는 주민참여예산과 관련해 2018년 14억(28건)에서 2022년 485억 원(397건)으로 크게 늘리고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도 당초 90명에서 200명으로 상당수 늘려왔었다.

그런데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국힘 소속인 유 시장은 취임 직후 별도로 주민참여예산 감사를 벌였고 그 이후 시는 올해 ‘2022년 주민참여예산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해 시정 3건, 주의 11건, 권고 1건, 통보 2건 등 총 17건에 대해 행정조치했다.

인천시가 지난해까지 운영한 주민참여예산 사업 실태를 감사한 결과 민간 사업자가 보조금을 허위로 받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국힘 측 특위는 “A단체가 다른 단체 B를 급조해 주민참여예산 업무를 위탁받았다”며 “A단체가 C당과 관련돼 있고 사실상 C당의 하부조직이 예산을 주물렀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논란을 키웠다.

당시 감사작업을 전후로 인천시는 올해 주민참여예산을 지난해 485억 원(397건)의 40% 수준인 196억 원(411건)으로 대폭 삭감하고 사업을 위탁 형태에서 직영 형태로 바꿨다.

이날 정 위원장이 검찰 고발을 한 것은 앞서 A단체가 하 의원과 정 위원장을 고소한 만큼 이미 국힘 측과 A단체가 법정싸움 상태였다는 점이 배경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신들과 대립해 있는 시민단체 일원들뿐만 아니라 공무원들까지 묶어 검찰고발을 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는 상태다.

이미 시민단체들의 활동에 대해 정부여당이 ‘손’을 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문제 역시 예산의 적정성 문제를 넘어 ‘정치적 사안’으로 비화돼 있다는 의견이 ‘중론’이 돼 있기 때문.

이를 전제하면 국힘 측이 인천지역에서의 당리당략을 위해 자신들과 대립하는 시민단체 일원들을 물론 일선 공직자들에게까지 위협을 가해 이를 ‘도구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물론, 공직자들이 달가워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직자는 “담당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 의견임을 전제하고 말하자면 시민사회진영에서 지켜보는 주민참여예산 분야에서 진행한 공무원들 행정에서 시정이나 주의 등 몇 건은 아마도 실수 혹은 오류 등으로 받은 조치일 것 같은데 과연 이게 검찰 고발이 합당할 정도인지는 모르겠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다른 공직자는 “시정부가 바뀌면서 본의든 아니든 주민참여예산 사안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돼 있고 시정이나 주의, 권고 등 조치도 다 돼있는 마당에서 굳이 공무원들을 겨냥하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되면 공무원노조 등 단체와도 대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뉴스통신>은 A단체 일원들에게 입장을 듣기 위해 이날 통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진 않았다. 그러나 정 위원장의 기자회견이 사실상 자신들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로 반박 등 입장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 <뉴스통신>은 현재 해당 논란이 법정소송 과정에 있는 만큼 기자회견 당사자인 국민의힘 측을 제외한 단체명과 정당명 등을 A,B,C로 일단 표기했다. 추후 밝혀도 무방하다고 판단되면 후속 기사에서는 단체와 정당명 등을 표기토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