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인천을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 앞 왼쪽)이 유정복 인천시장(사진 맨 오른쪽)과 부평구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정부가 인천 미추홀·부평지역 등지에서 다량 발생한 전세사기와 관련 피해자들이 낙찰과정에서 우선 매수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벌써부터 일종의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다. 

이미 낙찰과정이 완료돼 집을 비우고 거리로 나와야 할 피해자들이 지원대상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는데 이것이 결정적으로 ‘사각지대’가 된 셈이어서 형평성 차원의 논란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국토교통부 및 국민의힘 등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경매로 넘어간 주택의 경우 우선매수권을 부여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특별법(안)이 조만간 발의되어 국회에서 다뤄지게 된다.

법안에는 만약 피해자가 매입을 원하지 않는 주택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영역에서 우선매수권을 대신 행사해 주택을 사들이고 이후 피해자에게 임대하는 내용, 그리고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취득세나 재산세 등 세금 일부를 감면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사실상 ‘지원방안’에 가까운 이같은 법안내용들은 현재 여야가 전세사기를 ‘경제 재난’으로 보고 있는 만큼 국회 차원에서도 특별한 반대는 없는 분위기다. 다만 해당 방안의 내용으로만보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각지대’에 대한 언급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법안의 내용을 보면 피해주택이 아직 낙찰되지 않은 경우에 허용될 텐데, 이미 경매가 진행돼 낙찰자가 나온 주택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중지 등을 지시하긴 했지만 이것이 대통령의 힘만으로 ‘올 스톱’이 가능한 범위가 아니었던 만큼 해당 지시 후로도 경매에 넘어가는 주택들은 계속해서 발생해 왔다.

때문에 ‘미추홀구 전세사기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비롯한 전세사기 피해자 및 관련단체들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피해주택에 대한 낙찰을 취소하는 등 조치를 취해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런 요구에 대해 법원이 검토한 결과 “현 규정으로는 낙찰 취소 사유로 볼 수 없다”고 밝히면서 정부도 손을 쓸 범위 바깥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24일 부평구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를 방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돕겠지만 ‘선’을 넘는 부분까지 정부가 직접 지원하고 도와주기는 어렵다”며 공공영역에서의 가능한 지원범위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지역사회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서도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라면 먼저 도와아 한다”는 의견과 “민간영역의 사기를 정부가 국민혈세로 지원해주는 것은 형평성 등에서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갈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다만 인천의 지역사회로 한정해 보면 형평성 등을 거론하는 후자보다는 ‘위급한 상황’을 전제하는 전자의 의견에 좀 더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 피해자들 가운데서도 “낙찰 전이거나 취소되거나 했을 때는 적어도 당장 집에서 쫓겨나는 상황만은 면할 수 있는 만큼 피해자들이 조치할 시간적 여유라도 달라”는 의견을 국토부나 인천시 등에 전달하기도 한다.

24일 인천을 방문한 원 장관도 “경매가 끝난 피해자들도 지원 대상에서는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실제로 국토부 역시 “경매가 마무리돼 퇴거당한 인천지역 240여 가구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방안을 추가로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오긴 했었다.

다만 현재까지 국토부가 내부에서 검토는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지원 계획이 나오고 있지 않아 하루하루가 위급한 피해자들이 거리로 나앉거나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성 등도 얼마든 있는 상태다.

한편 대책위 및 미추홀구 주민들의 전언 등에 따르면 낙찰자 중에는 매입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사례도 일부는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들은 매수보증금 및 기납부한 이자 등의 반환이 가능해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라면 낙찰을 취소하고자 하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다만 이런 경우가 그렇게 많을 수는 없어 현재도 경매 낙찰자가 피해자에게 변제금 등을 지급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웃돈’도 얹어가며 퇴거를 강제로 요청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현행법상 경매 낙찰자가 최우선변제금 등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면 퇴거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피해자들은 낙찰자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매는 ‘공공영역의 제동범위’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