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내버스 (사진=인천시)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 버스노동자들이 임금 협상을 앞두고 집단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 측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인천시와 버스 업체는 현재로선 인상 여건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것인데 양측 입장이 첨예한 상태에서 지역사회가 어떤 정서와 시선으로 이를 바라볼 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12일 인천시와 전국자동차노조연맹 인천지역노동조합(이하 ‘버스노조’로 표기) 등에 따르면 버스 노조와 인천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사측’으로 표기)은 최근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에 대한 임금 인상 안을 놓고 협의했지만 조정을 하지 못했다.

현재 버스 기사들의 월 임금 평균(실수령액 기준)은 482만 원 선으로 알려져 있는데, 버스 노조는 9.1%인 약 43만 원 정도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사측은 이 같은 요구 안이 너무 높다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인천시 역시 기본적으로는 버스 노조의 요구가 너무 높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이번에 노조가 요구한 인상률은 서울이 합의한 인상률(3.5%)의 2배를 훌쩍 넘는 것이다.

다만 버스 노조로서는 이 같은 인상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버스 노조는 인천의 경우 과거 그동안의 임금 인상률이 타 지역에 비해 낮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은 아니지만 전국에서 처우가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어 지방 버스 기사들이 부러워한다는 서울 버스 기사들 만큼의 평균치를 어느 정도는 맞춰 달라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요구일 가능성 역시 있다.

버스 노조 측 입장대로 수도권이나 타 광역시·도에 비교해 임금 등 처우 수준이 낮은 것이 사실이라면 동종 업계 노동자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박탈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만 이런 요구들이 포함돼 있다면 서울지역 등 버스 기사들의 업무 강도 및 복리후생 등의 내용도 면밀히 비교할 필요는 있어 보이는데 그간 인천지역 버스 기사들의 업무 강도 역시 약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있어오긴 했다.

반면 사측은 그간 시내버스 기사 임금이 매년 인상된 게 사실이 아니냐며 이번엔 버스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상황이 못 된다는 입장이다.

인천 버스 기사들의 임금은 2019년 8.1%, 2020년 7.77%, 2021년 4.27%, 2022년 5% 등으로 비록 매년 인상 비율의 차이는 있었지만 임금이 오르기는 했다. 사측 및 인천시는 이러한 인상률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측이 이 같은 요구 안을 거절하고 있음에 따라 버스 노조는 현재 인천지방노동위원회(노동위)에 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인천시에 따르면 조만간 양측이 동석한 사전 조정협의가 있을 예정인데, 12일 오후 3시 현재 아직 노동위로부터 공문이 온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 인천시 버스정책과의 설명이다.

다만 사전 조정협의에서 양측이 양보하는 형태의 협의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변화의 가능성이 물론 없지는 않겠지만 현재 버스 노조의 입장이 강경한 것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

버스 노조는 현재 자신들이 요구하는 9.1% 수준의 인상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정식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노동쟁의 조정은 총 3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 통상적인데 이 절차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버스 노조는 공식적인 파업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다.

만약 이렇게 파업이 시작된다면 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불편함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약 2천 대에 달하는 시내버스들이 모두 운행을 중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로서도 버스 노조의 요구를 쉽게 들어줄 수는 없는 상태다. 이젠 모든 시민들이 파악하고 있는 준공영제 손실보전 지원이 천문학적으로 오른 만큼 시민 혈세로 조성된 예산을 요구대로 퍼줄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시내버스 인건비는 2019년 2,368억 원, 2020년 2,517억 원, 2021년 2,822억 원, 2022년 3,026억 원으로 증가했다. 또 지난해 기준 인천시가 지출한 준공영제의 손실보전액은 무려 2,656억 원에 달한다.

버스 노조들의 요구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천문학적으로 드는 시민 혈세를 감안하면 인상을 해도 노조가 요구하는 수준으로는 어렵다는 입장을 인천시 역시 사실상 밝히고 있는 셈이다.

사측의 입장도 비슷하다.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인건비와 유류 비 부담 수준이 너무 높아진 데다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준공영제에 너무 기댈 수만은 없고 그간 매년 임금 인상은 이루어진 만큼 노조가 적절한 타협 안을 들고 나와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사전조정협의가 이번 주 중에 열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12일 현재) 아직 노동위에서 내용이 통보된 건 없다”며 “내부적으로도 일단은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짧게 말했다.

버스 파업을 앞둔 시점이 현실화 된다면 시민들의 판단도 중요해진다. 현재 인천시민들 전반은 인천의 시내버스 서비스 수준에 그다지 만족하지 못한 상태를 보이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실제 올해 초 인천연구원이 발표한 ‘인천시 버스교통체계 서비스 취약지역 분석’ 등에 따르면 인천 시내버스 평균 배차 간격(약 20분)은 서울과 부산(약 12분)에 비해 긴 것으로 나타나는 등 타 시·도에 비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도 했다.

또 인천연구원은 분석을 통해 인천 내에서도 신도시와 원도심 등 지역 간 편차가 심하고, 기본적인 배차간격의 정시성 등에서도 낮은 수준(전국 평균 0.40, 인천 0.64 - 수치가 높을수록 안 좋은 것임)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미 인천연구원의 이같은 연구 결과는 시민들이 오래도록 체감하고 있는 부분이어서, 현재로서는 시민들이 버스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에 공감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남동구 거주자 양모씨(42)는 “서울로 출퇴근을 하기에 체감되는 부분인데, 서울은 정류장 LED 게시판에 특정 노선이 ‘몇 분 후 도착’ 이라고 안내되면 딱 맞춰 그때 도착하는데, 인천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며 “분명 버스 업계의 개선 의지도 부족했을 것인데 그런 상황에서 임금부터 올려 달라고 하면 어떤 시민이 공감을 해주겠느냐”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