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기자
(뉴스통신=배영수 기자) 인천시가 서울5호선의 검단·김포 연장안에 대해 인천을 ‘배제’하기로 모의한 서울시, 강서구, 김포시의 행보에 대응하고자 진행한 긴급용역이 시작부터 제대로 길을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인천1호선 연장안까지 평가위원을 모집하지 못하면서 입찰공고가 취소되고 지연되는 등으로, 시 도시철도 전담부서들이 체면을 제대로 구기고 있는 모습이다.
26일 시에 따르면 시는 전날인 25일 ‘서울5호선 검단·김포 연장 사전타당성조사 용역 입찰공고’의 재공고를 냈다. 또 ‘인천1호선 송도 8공구 연장 사업화방안 수립용역 입찰공고’를 함께 냈다.
이들 2개 용역공고는 9일자로 인천시가 긴급공고의 형식으로 진행했다가 재차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최초 공고에 대한 소식은 10일 <뉴스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하단 링크 참조)
서울5호선 관련 용역은 20일까지 공고가 진행됐지만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가 없어 최종적으로 유찰되면서 재공고가 들어간 것이다.
또 인천1호선 관련 용역은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는 있었으나 제안서를 평가할 평가위원들을 모집하지 못하면서 19일자로 입찰공고가 취소된 것을 다시 공고한 것이다.
취소 후 공고는 명목상으론 최초 공고에 해당되지만, 사실상 ‘재공고’나 다름없는 셈이다. 나라장터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2개 용역의 입찰등록은 다음달 6일까지로 모두 늦춰졌다. 5호선 관련 입찰등록은 30일부터 등록작업이 가능하다.
시의 서울5호선 관련 용역이 제안업체조차 없어 유찰된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관련 업계가 서울5호선과 관련해 협력하기로 한 서울시-강서구-김포시의 작업을 더 ‘가능성 우위’로 보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시의 서울5호선 관련 긴급용역이 이들 세 지자체의 김포 연장에서 인천을 배제하기로 하면서, 검단 남부까지 역세권으로 조성하고자 했던 시가 대응 차원에서 진행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수도권 동서로 뻗어있는 서울5호선의 서쪽 기·종점인 방화역의 위치만 보더라도, 인천시가 연장하고자 하는 방향을 다른 세 지자체들이 달가워할 리는 없다.
특히, 정치권 주요 인사들에게 “너도 한번 타 봐라” 챌린지까지 강제하고 있을 정도로 출퇴근시 ‘지옥철’로 악명이 높은 김포골드라인을 어떻게든 분산시켜야 할 김포시로서는, 인천시의 방향을 더더욱 달가워할 수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김포시는 서울5호선의 연장안 협의에서 인천을 더욱 배제하기 지난해 서울시의 차량기지 및 건설폐기물처리장 확보 요구에 협조키로 하는 등 일종의 ‘기브 앤 테이크’ 전략까지 제안하며 5호선을 끌어오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김포시의 차량기지 및 건설폐기물처리장 확보 약속은 서울시로서는 큰 매력점인 동시에, 인천시가 생각하는 연장안에 가장 큰 걸림돌로 언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국토교통부도 김포시에 화답하듯 최근 이 사업의 타당성 등을 명목으로 총 4만 6천 호 규모의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 건설계획을 발표하며 인천에 더더욱 불리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국토부의 입장에서도 김포시에 신도시급 단지를 5호선 라인에 연결시켜 연장의 명목과 경제성을 한꺼번에 확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수도권지역 주요 정치권에서도 해당 연장안에 대해서는 인천시의 대응보다는 서울시-강서구-김포시의 협력체계에 좀 더 타당성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가 읽힌다.
물론 서울시-강서구-김포시의 연장안대로 하더라도 검단 북부 일부는 역세권이 되지만, 김포시의 입장에서도 검단지구와의 교통 네트워크 연결이 필요한 만큼 일부만 이어주게 되는 셈이라, 인천시가 바라는 바와는 거리가 있다.
결국 이런 분위기가 업계에서도 반영된 셈이다. 용역업체 입장에서는 가능성이 높지도 않고 투입예산(3억)이 많지도 않은 용역에 참여해 괜한 체면을 구길 이유가 없다고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검단지구 일부 주민 외에는 인천 전역에서 “큰 욕심내지 마라”는 식의 여론도 많지만, 해당 여론이 비판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 앞서 언급한 대로 행정과 정치권, 업계 전반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사실상 중론’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5호선 욕심은 버리고 인천1호선 연장에나 신경 쓰라”는 지적도 있다. 인천1호선이야 5호선처럼 인근 지자체가 방해할 일은 없겠지만 저것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인천1호선 연장안 역시 시작부터 ‘삐그덕’ 대는 모습이다. 용역에 대한 업체 제안서는 들어온 게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시는 후속절차로 외부 전문가들로 평가위원들이 구성돼 제안서의 평가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시가 정작 이 평가위원들을 제대로 모집하지 못하면서, 19일자로 입찰공고가 취소됐다. 시선에 따라서는 5호선의 상황보다 인천1호선의 이 입찰취고 결과가 시 도시철도 담당부서의 체면을 더 구겼다고 평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의 인천1호선 관련 용역은 현재 남쪽 기·종점인 송도달빛축제공원역에서 송도 8공구 미송중학교 앞까지 1.46㎞를 연장하고 정거장 2곳을 추가로 건립하기 위한 행정절차 중 첫 단계로 추진되는 것이다.
해당 용역의 주요 과업내용은 ▲교통수요 예측 ▲최적의 노선 선정 ▲차량시스템 선정 ▲건설 및 운영계획 ▲경제성 및 재무성 분석 등으로, 모두 중앙정부 심의를 받기 위한 제반작업이다.
이 사업도 국토부 투자심사위원회 및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 및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비용대비 편익비율(B/C) 값의 기준치 충족 등 경제성을 입증받아야 하는 절차를 통과해야 가능하다.
시는 약 1억 5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1년간 용역을 실시하고 2024년 상반기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선정을 신청해 2025년 예타를 통과하겠다는 계획(개통시기는 2035년 예상)이지만, 첫 단추부터 녹록치 않은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는 “난관에 봉착한 것은 맞지만 용역 자체의 발주 시기가 빨랐기 때문에, 다시금 유찰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일단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